하우스푸어 넘치는데 집값 올랐다고?

2012. 7. 31. 08:44부동산 정보 자료실

하우스푸어 넘치는데 집값 올랐다고?

매일경제 | 입력 2012.07.30 17:09

 

KB통계 5년간 수도권 집값 8% 상승
단순평균 방식…체감하락률 반영못해

2007년 파주 운정지구에 중대형 아파트를 5억원에 분양받은 김운영 씨(48ㆍ여). 고양 일산에 살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를 팔고 대출받아 좀 더 넓은 집으로 갈아타기를 하려다 집값이 크게 떨어져 '하우스푸어' 신세가 됐다.

원리금 상환과 대출이자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인 김씨는 은행과 부동산정보업체들이 발표하는 주택가격 통계를 보고 울화가 치밀었다. 수도권 집값이 자신이 집을 샀던 2007년보다 되레 오른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내 집값 떨어진 것만 따져도 20% 가까운데 통계상 수치는 오히려 올랐다니 시세조사 자체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 말처럼 실제 은행 부동산 시세조사를 살펴보면 수도권 하우스푸어들이 체감하는 집값 하락은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시계열지수 자료를 통해 집값 최고점인 2007년 1월과 올해 6월 말 현재를 비교한 결과, 수도권 집값은 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할 때도 1.9% 올랐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집값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통계상 집값은 왜 오른 것으로 집계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차 원인은 통계 방식의 '평준화' 효과 때문이다.

정부 정책 등에서 공식 기준으로 삼는 국민은행 통계는 전국에서 표본으로 선정한 2만여 가구 시세를 조사한 뒤 각각 전월 또는 전년 동기에 비해 얼마나 오르내렸는지 등락률을 합산하는 식으로 산출한다. 이른바 '단순평균' 방식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7년 1월 대비 현재 수도권에서 집값 하락 폭이 큰 지역은 과천(-23.2%), 성남(-15.8%), 고양(-9.3%), 안양(-8.9%), 용인(-16.2%), 파주(-14.1%), 김포(-15.4%), 광주(-11.6%) 등이다.

반면 집값이 오른 지역들은 의정부(20.0%), 평택(26.5%), 시흥(19.2%), 동두천(18%), 안산(13.5%) 등이다. 문제는 이런 통계방식에 과천ㆍ용인에서 10억원짜리 아파트가 10% 가격이 하락한 것과 평택ㆍ안산 등에서 3억원짜리 아파트가 10% 상승한 폭을 가격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10% 등락한 것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화되니 집값 상승률 평균치에선 많이 오른 경기 외곽의 의정부, 평택, 시흥 등의 상승률이 강남지역의 하락률을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국민은행 시세조사 담당자는 "집값의 등락 추이를 보는 참고통계일 뿐이어서 가격 고저에 따른 보정치는 두지 않는다"며 "지역별 재고주택의 많고 적음에 따른 보정치만 둘 뿐"이라고 말했다.

집값 등락 통계와 국민이 체감하는 집값 등락 간 괴리를 발생시키는 배경은 이뿐이 아니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민간정보업체의 조사 모두 공통적으로 이미 입주한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다.

예컨대 2005년 용인 수지에서 분양했던 A아파트는 2007년 입주시점에서 분양가 대비 1억원이 떨어졌다.

현재 이 아파트는 분양가 대비 2억원 떨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은 입주시점 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하락폭에 반영되는 것은 1억원뿐이다. 주택 소유자들이 느끼는 투자금 대비 가격 하락률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측은 "새 아파트 입주 때마다 매번 통계표본을 갱신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경우 샘플링 아파트 숫자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은행에서 집계하는 서울시 집값 표본은 5542가구가 전부다. 이마저도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과 일반주택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서울시내 전체 공동주택가구는 150만가구로 전체 표본의 0.3%에 불과한 샘플링인 셈이다.

실거래가를 수년 전부터 집계해온 국토해양부에서도 이런 통계상 한계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직접 총대를 메려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거래 등락을 발표할 때 나타날 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시장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4개의 주택 관련 지수 중 2개를 정부가 산출한다.

상무부 통계국이 1996년부터 내는 신규단독주택가격지수와 연방주택기업감독청이 1975년부터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단독주택)가 그것이다. 영국도 부총리실과 왕립토지등기소에서 집계하는 주택가격지수 등이 매월 발표되고 있다.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