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14. 08:29ㆍ지구촌 소식
유로존 위기… 유럽 다국적기업엔 “기회”
국민일보 입력 2012.08.13 18:50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로 역내 경제가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에서도 타 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유럽의 대기업들은 유로화 약세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유로화 가치 하락 국면이 비유럽 지역 매출액이 큰 일부 대기업의 경영 실적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의 다국적 제약업체 사노피는 2분기 서유럽 전반의 긴축정책과 인기 제품의 특허 만료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유로화 약세 덕분에 이 기간 매출은 6.2% 늘고, 순이익은 9.6% 하락하는 데 그치는 등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다.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지 않았다면 이 업체의 매출은 0.4%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17.7% 하락했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2분기 중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5% 하락했고, 최근 1년간은 13%가량 낮아졌다.
지속적인 유로화 약세 국면의 '진정한 승자'는 사노피처럼 유럽 지역에 제조 기반을 갖췄지만 유럽 이외 지역의 매출 비중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이다. 사노피의 경우 매출액의 60% 이상을 비유럽 지역에서 올리고 있다. 제롬 콘타민 사노피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는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올해 전체 매출과 순이익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화 약세 덕을 보는 대기업은 사노피뿐만 아니다. 다국적 제약업체 외에도 독일의 자동차 제조, 화학, 항공 및 명품 유통업체 등 비유럽 지역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최근 유로화 약세 속에서 수혜를 입고 있다.
유럽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은 환율 헤징을 고려하더라도 올 상반기 영업 이익이 5억 유로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BMW와 다임러 역시 유로화 약세 덕에 올해 수억 유로의 이익을 추가로 얻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레이밴과 오클리 선글라스 제조업체인 룩소티카는 2분기 매출이 15% 늘어났는데,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유로 약세 덕분이었다. 독일의 지멘스 역시 환율 변동에 힘입어 매출이 실제 증가분보다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유로화 약세 혜택을 얻는 것은 아니다. 유로존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는 유로화 약세로 인한 매출, 수익 증가는 남의 얘기다. 유럽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체 푸조 시트로엥과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 오펠은 매출 및 수익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내 거대조직을 운영하는 도이체방크는 2분기 비용이 크게 증가했고, 스위스의 발전설비 업체 ABB 역시 달러화로 실적을 발표하는 탓에 이 기간 매출이 6억 달러가량 줄어들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미셸 카라용 부사장은 "유로화 약세로 일부 업체는 경기침체 영향을 상쇄할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유럽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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