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돈 뜯기는 한국 기업들? 이유 알고보니 '헉'

2012. 10. 14. 10:47C.E.O 경영 자료

[Weekly BIZ] 돈 뜯기는 한국 기업들? 이유 알고보니 '헉'

  • 고충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식재산전문위원장(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

 

조선비즈 입력 : 2012.10.13 03:12

한국 기업문화, 제조 잘하는 데만 최적화… 지적재산권 분쟁에서 밀려

고충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식재산전문위원장(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
한국 기업들에 대한 외국 경쟁 기업의 견제가 노골화하고 있다. 특히 무역분쟁·특허소송·영업기밀 소송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왜 한국 기업은 나름대로 제품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법정 다툼에서 밀리고 있을까. 지적 재산권 분쟁에서 패배한 기업들의 5가지 공통점을 뽑아봤다.

1. 제조업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인사 구조도 문화도 모두 제조를 잘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이런 탓에 '지식 재산권'이라는 새 개념으로의 변화를 잘 수용하지 못한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기술이 전 세계에 널려 있는 기술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했다.

한국 기업은 평범한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데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혁신 기술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자기만의 혁신 기술이 없는 기업은 지식 재산 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무기 없이 맨몸으로 전장(戰場)에 나선 꼴이기 때문이다.

2. 지식 상품 관리가 허술하다.

지식 경제에서는 지식 재산(특허)이 상품이다. 상품에 하자가 없어야 하듯, 특허도 하자가 없어야 한다. 선행 기술과 겹치거나 특허청구 항목의 문법에 오류가 있으면 '하자 상품'이 된다. 공들여 만든 제품이 사소한 하자 때문에 리콜되듯, 특허 역시 작은 실수 하나로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런 실수 탓에 좋은 기술을 갖고도 제대로 된 특허권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허다하다.

3. 기술과 법 모두를 아는 전문가가 없다.

지식 재산권은 기술과 법, 양쪽에 정통한 전문인력이 다뤄야 하지만, 국내 기업은 특허 출원과 라이선싱은 특허부서가, 소송은 일반 법률 부서에서 다루고 있다.

대부분 국내 기업의 특허 부서는 특허 관련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 출신이 담당한다. 이들은 체계적인 법률 교육을 받지 않아 경험이 많더라도 한계가 있다.

법률 부서는 법대 출신 혹은 소수의 국내변호사 인력으로 채워져 있는데, 대부분 인문계 출신이라 기술 관련 법률과 해외 사정에 취약하다. 공대 졸업 후 로스쿨을 마친 특허 전문가로 가득 찬 미국 기업과 경쟁이 안 되는 구조다.

4. 지식 재산권 주장에 소극적이다.

지식 재산권 분쟁에서는 공격이 최고의 수비다. 지식 재산 권리 주장에 소극적이면 소송을 많이 당한다. 권리 주장을 잘못하는 회사로 찍히면 '특허 괴물' 등으로부터 '쉬운 먹잇감'으로 표적이 된다. 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회사는 거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 대부분은 지식 재산 권리 주장에 취약하다. 대부분 기업에 전문가도 없고, 전문가가 있다고 해도 적절한 권한이 없어서 선제공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5. 현지 법 절차에 무지하다.

1982년 히타치는 연방수사국(FBI)과 IBM이 함께 벌인 함정 수사에 걸렸다. 미국에서 적법한 기술 인수 방법을 몰랐던 히타치가 당한 것이다. 히타치는 기술 경쟁 우위 확보라는 순수한 동기로 인수를 추진하다가 '범죄 기업'이 됐다.

미국은 증거수집을 중요하게 여겨 증거인멸을 엄중 처벌한다. 미국에서 소송이 시작되거나 소송이 임박한 경우, 관련 파일을 지우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

하지만 코오롱은 FBI 수사를 거친 형사기소가 있었으면서도 증거를 파기했다. 미국 법에 무지한 결과, 영업기밀 도용 판결을 받아 듀폰에 1조410억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