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후 대미 수출 오히려 줄었다

2012. 12. 4. 09:29C.E.O 경영 자료

한·미 FTA 발효 후 대미 수출 오히려 줄었다

올 하반기 들어 지난해보다 월평균 4.5% 감소 경향신문 | 유희곤 기자 | 입력 2012.12.03 21:10 | 수정 2012.12.03 23:43

 

지난 4월 발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정부 주장과 달리 대미 수출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가 3일 발표한 '2012년 수출입 평가 및 2013년 전망' 자료를 보면 지난 7월과 9월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0.9%와 0.4% 증가했다. 그러나 8월과 10월에는 2.3%와 3.5% 감소해 하반기 대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월평균 4.5% 감소했다. 반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중동과 아세안(ASEAN)으로의 수출은 각각 13.5%와 18.8% 증가했다.

전체 대미 수출도 한·미 FTA 발효 이후에 오히려 줄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의 대미 수출은 443억7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 이후인 4월부터 9월까지 수출액은 306억3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협정 발효 이후 수출 증가율이 더 둔화된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한·미 FTA 발효 이후 수출이 이전보다 줄었는데도 정부나 무역협회가 FTA 덕분에 대미 수출이 증가했다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는 수출활용률에서도 효과가 크지 않음이 나타났다. 수출활용률은 무관세 및 협정제외품목을 뺀 대미 수출액 가운데 국내업체가 FTA를 이용해 미국에 수출한 금액의 비중을 말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FTA 효과를 누리는 국내업체가 많음을 뜻한다. 예컨대 국내 제조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한·미 FTA 혜택을 받는 제품은 FTA 활용률에 포함되지만 한국산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양국 협정에서 제외한 제품은 FTA 활용률에서 제외된다.

무역협회의 '한·미 FTA 6개월 평가와 과제' 자료를 보면 한·미 FTA 수출활용률은 지난 4월 58.3%에서 5월과 6월 63.8%와 69.2%로 높아졌다. 그러나 7월·8월·9월은 각각 66.7%, 67.1%, 66.2%로 정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는 당초 한·미 FTA 수출활용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연말에는 7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FTA가 발효한 초기 2개월 동안은 수출업체 교육 등으로 활용률이 높아졌지만 이후에는 거의 답보상태에 있다"면서 "추세대로라면 한·미 FTA 수출활용률이 더 이상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전문가들은 한·미 FTA와 관련해 유달리 왜곡된 정보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교수는 "대미 수출이 증가하면 FTA 덕분이고 감소하면 재정위기 탓으로 돌리는 게 FTA 찬성론자들의 전형적인 논리"라며 "FTA 효과를 분석할 때 유가 상승, 환율 변동 등은 반영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