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빌딩가, 분식집·국밥집 왜 문닫나?

2013. 3. 28. 22:39이슈 뉴스스크랩

여의도 빌딩가, 분식집·국밥집 왜 문닫나?

IFC몰 영향, 리모델링으로 임대수익 제고 도모… 일부선 임차인과 갈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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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촬영=류승희기자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우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 빌딩이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영세상가 중심의 기존 입주자들을 내보내고, 새 임차인을 유치함으로써 임대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에서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동양증권 빌딩을 소유한 S자산운용 측은 최근 지하1층 상가 입주자 중 일부에게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이달 말까지 자리를 비워줄 것을 통보했다.

S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 사모펀드는 지난 2009년 도이치뱅크 계열사로부터 약 1700억원에 빌딩을 인수했다. S자산운용은 입주자들에게 종전까지의 임대기간 등을 고려, 적절한 보상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7개 사업주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이 중 4개 사업장과는 협의가 완료된 상태"라며 "나머지 사업주들과의 협의가 완료되면 지하상가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리모델링으로 문을 닫는 곳들 중에는 여의도 직장인들의 속을 달래주던 굴국밥집을 비롯해 문구점, 수퍼마켓 등이 있다. S자산운용 측은 이들을 내보낸 후 늦어도 올해 10월내 지하상가 리모델링을 실시하고 대형 프렌차이즈 업체를 유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빌딩들이 오래된 영세 상가를 내보내고 리모델링을 거쳐 새 임차인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돼 왔다. 지난해 IFC(국제파이낸스센터)가 문을 열면서 늘어난 유동인구를 겨냥해 리모델링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

지난해 초 SK증권 소유주인 삼성생명 측은 지하상가에 입주해 있던 피자가게, 삼겹살 가게, 분식점 등을 대거 내보낸 후 리모델링을 통해 오리온 계열의 마켓오 레스토랑이나 홀리차우 등 고급 레스토랑을 유치한 바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여의도 KTB증권빌딩(옛 하나대투증권빌딩)도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운용은 KTB증권빌딩 역시 1층에 있던 장애인 전용 주차장을 지하1층으로 옮기고 같은 해 11월 커피숍 '폴바셋'과 일식당 등을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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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낮 서울 여의도 동양증권빌딩 지하 상가. 점심시간임에도 오가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다. 이 빌딩의 주인인 S자산운용은 이곳 입주사업주들에게 이달 말까지 사업장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수년간 여의도에서 근무한 한 직장인은 "IFC 개장 후 주말에 유동인구가 많아졌고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차원에서 건물주들이 리모델링을 단행한 것으로 안다"며 "빌딩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년간 여의도에서 영업을 하다가 내몰리게 된 상인들은 못내 씁쓸한 표정이다. 일부 상인들은 퇴거조치에 불응하다 건물주 측과 명도소송까지 갔다가 강제퇴거된 경우도 있다.

2006년 동양증권 상가에 입주했다가 최근 퇴거 통보를 받은 한 사업주는 "융자를 동원해서 수년간 영업을 해왔는데 일방적으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많게는 몇 억원씩의 권리금을 내고 영업을 해 왔던 상인들은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