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당시 연대보증 신불자 11만명 구제‥빚 70%까지 탕감

2013. 5. 21. 21:2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IMF 당시 연대보증 신불자 11만명 구제‥빚 70%까지 탕감(종합)

  • 유한빛 기자
  • 조선비즈 입력 : 2013.05.21 18:01

    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연대보증으로 신용불량자(채무불이행자)가 된 11만여명의 채무원금을 최대 70% 탕감하고 최장 10년간 나눠 갚을 수 있도록 구제하기로 했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대출 연대보증자에 대한 일괄 채무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외환위기 당시 연대보증채무자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7월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채무조정 접수를 시작해 연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채무원금 탕감 등 채무 재조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지원 대상은 1997~2001년 사이에 도산한 기업의 연대보증자 중 채무원금이 10억원 이하인 채무불이행자이다. 금융당국은 기업대출 연대보증채무 미상환자 11만3830명 중 97%에 해당하는 11만명이 이번 채무조정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캠코는 협약을 체결한 금융사가 보유한 연체채권 6조9000억원을 0.25% 가격에 매입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채무원금을 연대보증인 수로 나눈 다음 소득수준·연령·연체기간 등을 고려해 채무 원금의 40~70%를 탕감해줄 계획이다. 남은 채무는 최장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고,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갚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최장 2년까지 상환일을 미룰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대출 10억원에 대해 사장과 사장의 친척 등 두 사람이 연대보증을 선 경우, 각각 5억원의 70%까지 탕감 받을 수 있다. 그 다음엔 각자 남은 1억5000만원을 10년간 나눠 갚으면 된다.

    채무 부담금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엔 탕감률을 별도로 설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연대보증인이 한 사람이고 채무원금이 10억원인 경우엔 예외적으로 80~90%까지 탕감해준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연합회 등과 협의해 외환위기 당시 기업 연대보증 때문에 신용불량기록이 남은 1104명의 연체정보를 삭제해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대출 연체 등 기록은 최장 7년까지 보관할 수 있지만 개별 금융사에는 기록이 남기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면 은행 이용 등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빚을 탕감해주는 것인 만큼 ‘도덕적 해이’ 논란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채무조정 신청자의 소득과 재산 등을 철저하게 파악할 예정이다. 이형주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국민행복기금을 설립하면서 국세청을 통해 소득 등을 조회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이번 지원 대상은 15년 넘게 빚 독촉에 시달렸지만 이를 갚을 능력이 없는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무 조정을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채무불이행자는 상환 의지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캠코를 통한 채무조정과 상환이 어려운 경우 개인회생·파산 등 공적 채무조정프로그램으로 연계할 계획이다. 또 채무조정 이후엔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사업,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창업학교 등과 연계해 취업·창업을 지원한다.

    이번 구제방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지시한 사항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IMF 때 사업 실패 등으로 금융거래 자체가 막혀 지금 다시 새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국민이 굉장히 많다"며 관련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말 기준으로 3개월 이상 금융권 채무를 연체한 사람은 143만명이었으나 이듬해엔 그 숫자가 236만명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