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3. 20:25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틀에 박힌 스펙은 가라…대기업 채용 ‘진화중’
한겨레 입력 2013.05.21 21:00 수정 2013.05.21 23:10
[한겨레]지원서류 사진·전공란 없애고
인문계 전공자를 IT 특채
학력제한 없애거나 오디션 채용
서류·필기·면접 등 형식 벗어나
도전정신·창의성·전문성 중시
"10만원으로 106일 동안 세계 14개국을 여행하며 유럽의 근대 미술을 몸소 체험하며 배웠습니다." "와플과 핫도그를 결합한 '왓독(What Dog)'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길거리 장사에 나섰다가 실패했어요. 하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 중입니다."
에스케이(SK)그룹이 최근 서울 한양대에서 개최한 '에스케이 바이킹 챌린지 예선 오디션'에서 구직 희망자들이 직접 밝힌 도전기들이다. 살아있는 도전기로 면접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아무개(27)씨와 이아무개(26)씨는 인턴직 채용 예선에 합격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1일 올해 상반기 주요 대기업들에서 나타난 새로운 채용 문화를 소개했다. 우선 학점·토익점수·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중시하는 기존의 정형화된 채용 기준과, 서류·필기·면접 등에 의한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지원자의 열정과 도전 정신, 전문성, 창의성 등에 무게를 두는 새로운 채용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내 통신업계의 맞수인 에스케이텔레콤(SKT)와 케이티(KT)는 각각 '바이킹 챌리지' '올레 오디션'이라는 오디션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현대차는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모의 면접을 보는 '5분 자기 피아르(PR)'에 온라인 화상 면접방식을 새롭게 도입했다. 엘지(LG)는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엘지 글로벌 챌린저'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은 대학생들을 모두 채용하고 있다.
기존 서류전형의 핵심이었던 스펙을 아예 없애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차는 지원서류에서 사진, 부모 주소, 제2외국어, 고교전공 표시란을 삭제했다. 삼성은 일정 요건을 갖춘 지원자 모두에게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해, 지난 4월 공채 때는 10만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또 전공의 벽을 허물어 융합형 인재를 채용하거나 아예 인·적성 검사를 폐지하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 상반기 공채부터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직무로 특별채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롯데그룹은 대졸공채 명칭을 '에이(A)-그레이드 신입사원 공채'로 바꿔 학력 제한을 폐지했다. 한화는 대기업 최초로 인·적성 검사를 없앴다. 지에스(GS)그룹은 계열사별로 특화된 채용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턴 채용에 '탈스펙 전형'을 도입했다.
우수한 고졸 숙련 기술자를 미리 확보하려는 노력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향후 10년간 마이스터고 2학년생을 대상으로 총 1000명의 우수인재를 미리 선발해 학비를 보조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등과 연계해 '두산반'을 운영하고, 우수 졸업자를 채용하고 있다.
고졸·여성·지방대·장애인 등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배려하는 채용도 늘고 있다. 현대차는 취약계층을 위한 별도의 심사전형을 도입했고, 지방대생에 대한 채용도 확대했다. 삼성그룹은 '함께 가는 열린채용'을 기치로 3급 일반 신입사원 공채에서 지방대생은 35%, 저소득층은 5%까지 채용을 확대하고, 별도로 3급 고졸공채를 신설했다. 에스케이그룹은 지난해 에스케이텔레콤에서 시범 실시한 지방대생 채용을 올해는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엘지그룹은 지방대와 전문대 출신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교수 추천, 지방대 현장 순회 채용, 공모전 및 경진대회 출신 실무역량 보유자 우선 채용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했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학생들은 새롭고 다양한 채용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들의 흐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스펙을 쌓기보다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도 이날 한국·미국·일본·독일 등 4개국 기업의 채용 시스템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정기공채는 범용인재 채용 방식으로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 확보가 어렵고, 스펙쌓기 경쟁을 유발하는 단점이 크다. 미국·독일식의 직무 맞춤형 채용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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