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할 中企제품 찾기 쉽잖네" 홈쇼핑 딜레마

2013. 6. 1. 21:39C.E.O 경영 자료

"소개할 中企제품 찾기 쉽잖네" 홈쇼핑 딜레마

GS·CJ·현대·롯데 4개사
판로 지원 위해 무료로 진행
품질검사도 탈락 경우 다수
"지원 외면하는 듯 보일라"
업체들 어려움 토로
한국일보 | 고은경기자 | 입력 2013.06.01 03:35

 

 

홈쇼핑 A사는 한 중소기업의 빨래건조대를 6월 무료방송 상품으로 선정하고 입점 절차를 진행했다. 빨래건조대의 기능이나 가격, 외관 모두 합격했지만 문제는 배송이었다. 택배박스에 넣어 배송하는 사전검사 결과 제품의 페인트칠에 심한 흠집이 발생한 것이다. A사는 해당 업체에 문제점을 보완해서 다시 입점할 것을 제안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의 '여행용 트렁크'도 방송 상품 선정과정에서 탈락했다. 품질 테스트결과 역시 흠집에 취약한 것이 발견된 것. 여행용 트렁크는 충격이나 긁힘에 강한 것이 기본인데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선정한 제품이 제품 테스트에서 잇따라 탈락하자 A사는 이달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무료방송 상품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주요 홈쇼핑자들은 지난 4월부터 중소기업의 판로 지원을 위해 무료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GS·CJ·현대·롯데 등 홈쇼핑 4개사가 중소기업청, 동반성장위원회와 맺은 '중소기업제품 홈쇼핑 판매지원 협약'에 따른 것이다.

업체별로 월 2개의 중소기업 제품을 무료로 방송하기 시작해 올해 총 100여개의 중기 제품 판매를 지원할 예정이다.

1,2회 방송에선 주로 주방용품, 생활용품 위주의 아이디어 상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각 사별로 잘 팔린 것도 있지만 첫 방송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판매가 저조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14일 GS샵에서 첫 방송된 ㈜아트참의'허니버블 원샷 크리너'는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등 친환경 원료로 제작돼 세탁조 뒷면이나 배수구의 물때를 간편하게 제거할 수 있는 세제로 45분간 2,200세트가 판매됐다. 현대홈쇼핑이 지난 27일 방송한 중소기업 양말제조업체 임마누엘의 '미쉘클랑 양말'은 새벽 6시 첫 방송이었지만 30분간 2,000세트를 팔았다. 면 100% 면이면서 18가지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을 구성하고 고급 박스 포장까지 더한 게 주효했다.

하지만 대부분 제품의 경우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무엇보다 홈쇼핑 업체들은 매번 다른 중소기업 제품을 발굴해야 하는데 홈쇼핑 입점에 적합한 제품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 동안 홈쇼핑 상품기획자들이 직접 홈쇼핑 방송에 맞는 상품을 발굴해왔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중소기업유통센터가 관리하는 중소기업들이 품평회에 참가하면, 각 홈쇼핑 담당자들이 품평회에서 방송할 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다. 방송이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은 1차적으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담당하는데, 문제는 참여업체가 많지 않고 (품평회당 50~60개사), 선정한다 해도 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가급적 문호를 많이 열려고 하지만 막상 조건이 맞지 않아 솔직히 중소기업제품 무료방송에 딜렘마를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품품질에 대해선 홈쇼핑사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기준을 완화하긴 어렵다"면서 "홈쇼핑 업체들이 겉으로만 중소기업 지원약속을 하고 실제론 외면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