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투자, 재계 신호탄 되나

2013. 7. 27. 20:57C.E.O 경영 자료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투자, 재계 신호탄 되나

  • 박정현 기자
  • 조선비즈 입력 : 2013.07.26 17:45 | 수정 : 2013.07.26 18:01

    이건희 회장/사진=조선DB
    이건희 회장/사진=조선DB

    "위기가 기회다. 위기 때 투자하라." 어려울 때가 투자 적기라는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1,303,000원▼ 12,000 -0.91%)회장의 지론에 따라 삼성전자가 하반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하반기에만 15조원 가량이 예정됐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선제적 투자가 재계 전반으로 번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건희 회장 "투자 될 수 있으면 늘리겠다"

    삼성전자는 26일 상반기 결산실적을 발표하면서 연간 24조원을 설비투자에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지난해(22조85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상반기에 9조원 가량 투자를 했던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15조원 가량의 투자가 집중된다는 이야기다. 부문별로는 반도체 부문이 지난해와 비슷한 13조원을 투자하고 디스플레이패널(DP)에는 지난해(4조8800억원)보다 2조원 가량 늘어난 6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지난해(12억원)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와 내년 시장 상황을 감안해 투자 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올 1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투자를 "될 수 있으면 늘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어려울 때 투자해야 2등과 격차를 확실히 벌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위기 때마다 투자를 늘려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설비투자는 고부가가치 제품과 차별화 제품의 미래 성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주당 500원의 저배당 기조도 유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기 흐름 속에서도 육성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설비투자, 인수합병, 연구개발 확대를 위한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삼성발 투자확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되나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를 계기로 다른 기업들도 공격 경영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 올들어 기업들이 유럽 재정위기, 중국발 경기 둔화 등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대부분 투자를 보류하고 현금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중 1분기 실적을 보고한 302개사의 총 투자규모는 31조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8.3% 줄었다.

    삼성전자 연간 설비투자 규모
    삼성전자 연간 설비투자 규모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005380) (225,500원▲ 1,000 0.45%)는 불황기에 과감한 설비 투자를 통해 최근 터키 공장 증설을 완료했다. 실제로 올 들어 5월까지 유럽 시장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6.8% 감소하는 동안 현대차 판매량은 2.5%밖에 줄지 않아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기아자동차(000270) (61,200원▲ 400 0.66%)역시 과거 미국 조지아 공장을 설립할 당시만 해도 현지 공장 건설이 일종의 '도박'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조지아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나들 정도다. 덕분에 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 역시 조지아 공장 설립 이후 급격히 높아졌다.

    중공업계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히는 해양플랜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정부도 최근 투자를 확대하는 대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소 투자라고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도크를 늘리거나 조선소를 새로 짓는 등 큰 공사를 생각하기 쉬운데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쉽(Smartship) 같은 연구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 재정엔 한계가 있고 가계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는 것이 경제 회복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대기업들이 불황에도 투자를 늘리는 것은 미래 성장을 위해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