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번영 원한다고? 문제는 바로 지배구조와 法治야

2013. 11. 7. 22:15C.E.O 경영 자료

 

[Weekly BIZ][칼럼 Outside] 경제 번영 원한다고? 문제는 바로 지배구조와 法治야

 

조선비즈 

  • 제프리 게드민레가툼연구소 소장

  • 제프리 게드민레가툼연구소 소장
    제프리 게드민레가툼연구소 소장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은 지난 20년 넘게 정치적인 주문(呪文)이었다. 요즘도 개발 논쟁에서 지겹도록 반복되는 문장이다. 하지만 나라가 번영하는 길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2012년 출간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경제학자인 대런 애쓰모글루와 정치학자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정치·경제제도가 포용적(inclusive)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 앵거스 디턴은 새 책 '대탈출'에서 건강이 핵심이라고 봤다.

    최근 레가툼 연구소에서 개발한 '레가툼 번영지수'는 지배구조와 법치(法治)를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았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전 세계 30개국 중 27개국이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 반면 하위 30개국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아프리카를 보자. 보츠와나 같은 나라는 믿을 만한 정부를 갖고 있다. 법질서를 존중하고 개인 재산권을 확립했으며, 독립적인 사법제도는 인근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낫다.

    레가툼 번영지수에서 하위 30개국 중 24개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쪽에 있는 나라인데, 대부분 심각한 '민주주의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적도 기니는 1979년 이후 응게마 대통령이 계속 집권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최장기 집권 기록이다. 30년 넘는 그의 재위 기간에 풍족한 산유국이던 이 나라는 재앙에 가깝게 몰락했다. 나라 대부분 지역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교육 기회와 의료 혜택은 제한되어 있다. 영유아 사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 5명 중 1명이 5세 이전에 세상을 떠난다.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화를 서툴게 들여오면 경제 발전이 저해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민주주의가 항상 효율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파 대립으로 16일간 연방정부 폐쇄와 부채 디폴트 선언 직전까지 간 미국을 보라.

    하지만 좋은 지배구조와 법치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체제는 다른 어떤 대안보다 성공적으로 번영을 이끌 수 있다. 지난 30년간 중국이 보여준 유례 없는 경제성장은 수억명을 빈곤에서 해방시켰다. 이것은 일부가 주장하듯 현명한 정부 계획의 결과라기보다 분권화된 경제와 더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이 가져온 것이다. 중국의 미래는 앞으로 얼마나 더 민주화를 증진하고 법치주의를 강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칠레나 코스타리카, 우루과이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30여년 민주 정부와 경제 발전이 함께했던 것은 라틴아메리카도 마찬가지다.

    보츠와나 국민은 선거 결과에 대해 83%, 사법제도에 대해 83%가 신뢰를 보냈다. 사하라 이남 국가들이 각각 47%, 53%를 기록한 것과는 다른 수치다. 발전은 다른 분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보츠와나에서 휴대전화 보유율은 지난 수년간 2배 가까이 뛰었다. 또 창업자들이 돈을 빌리고,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며, 위험을 감수해도 좋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번영을 위한 만능 처방전은 없지만,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잘 관리된 체제가 교육·의료·치안·규제에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다.

    레가툼 번영지수를 통해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알 수 있는데, 올해의 교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보야, 문제는 지배구조와 법치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