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다루는 경제학 과학성 더 강화되고 돌팔이는 사라질 것

2013. 11. 10. 22:09C.E.O 경영 자료

 

[Weekly BIZ] [칼럼 Outside] 인간 다루는 경제학 과학성 더 강화되고 돌팔이는 사라질 것

  •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조선비즈

  •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

    나는 올해 노벨경제과학상(노벨경제학상 정식 명칭) 수상자 중 한 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이 다른 노벨상 분야인 화학, 물리학, 또는 의학과 달리 과학이 아니라는 비판에 특히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들의 주장이 맞는 걸까?

    경제학이 가진 문제 중 하나는 그것이 근본 요소를 발견하는 것보다는 정책에 초점을 맞춘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를 가지고 경제학을 평가한다. 물리학보다는 공학에 가깝고, 정신적이기보다는 실용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경제정책에 초점을 두는 순간, 과학 이외의 요소들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정치적 요소가 끼어들게 되고, 적당히 포장해야 대중적 관심도 끌 수 있다.

    왜 '경제학상'이라 하지 않고 '경제과학상'이라고 부르는 걸까. 다른 상은 '화학과학상'이나 '물리과학상'이라 부르지 않는데.

    '과학'이란 명칭이 붙는 영역들은 대개 대중이 감정에 휩싸이기 쉽고, 돌팔이가 대중에 영향을 미치기 쉬운 분야들이다. 이런 분야에 '과학'이란 이름을 씀으로써 평판 나쁜 '사촌'들과 구분하려는 것이다.

    정치학도 18세기 후반부터 '정치 과학'으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표와 영향력을 얻으려 했던 정파적 주장들과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천문 과학'이란 용어도 19세기 후반에 점성술이나 별자리에 관한 고대 신화 연구와 구분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제학이 과학이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경제학이 과학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치밀한 수학적 기법을 사용하는 '유사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블랙 스완' 저자)는 저서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경제학을 두고 "수많은 방정식으로 허술함을 감춘다"다고 했다.

    하지만 물리학이라고 해서 그러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 스몰린(이론물리학자)은 2004년 '물리학의 문제점: 끈 이론의 부상, 과학의 쇠퇴 그리고 그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란 책을 통해 물리학 분야가 실험을 통한 검증보다 아름답고 우아한 이론(끈 이론 같은)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학에서 유효한 모델이라고 해도 물리학만큼은 분명하지 않고 취약한 부분이 있는데, 자기공명이나 소립자에 대한 것이 아닌 '인간'을 다루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수시로 마음을 바꾸고 행동도 다 다른데다, 때로는 신경쇠약에 정체성 혼란까지 겪는 복잡한 존재라 경제학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행동 경제학(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학문)이 더 그럴싸하긴 하다.

    하지만 탈레브가 주장하듯 경제학에서 수학을 쓰는 게 가식을 위한 건 아니다. 경제학이 계량적 측면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런 수학적 직관을 어떻게 경제의 피할 수 없는 인간적 속성과 결합하느냐에 있다.

    일부에서 생각하듯 행동 경제학의 등장이 최신 수리 경제모형과 일부 상충할 수는 있지만, 수리 경제학과 근본적인 마찰을 부르지는 않는다. 물론 경제학은 방법론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지만, 다른 분야 연구자들이 가진 고민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경제학이 발전할수록 방법론과 증빙 자료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며, 과학성은 더 강화되고 돌팔이들은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