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부엌 '요리 초미세먼지' 스모그보다 위험

2014. 2. 19. 19:5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뉴스플러스] 밀폐된 부엌 '요리 초미세먼지' 스모그보다 위험

MBC | 정시내 기자 | 입력 2014.02.18 22:18 | 수정 2014.02.19 07:45

[뉴스데스크]

◀ 앵커 ▶

이번 겨울 유독 극심했던 중국발 초미세먼지 때문에 외출할 때마다 신경쓰이곤 하죠.

그런데 우리 가정의 부엌이 초미세먼지 위험지역이라는 거 아십니까?

조리할 때 발생하는 각종 유해물질들이 중국발 스모그보다 더 위험하다는 건데요.

오늘 뉴스플러스에서는 겨울철 밀폐된 실내 초미세먼지 오염 실태와 대책을 다뤄보겠습니다.

정시내, 정진욱 두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인 이미숙씨.

쇠고기를 볶아 미역국을 끓이고, 생선도 굽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도 만들었습니다.

세 가지 요리를 하는 동안 실내 공기가 얼마나 나빠졌을까?

먼저, 초미세먼지 농도가 요리 전 7마이크로그램에서 208마이크로그램으로 30배 치솟았습니다.

중국발 스모그가 가장 극심할 때 발령되는 경보 기준보다도 훨씬 높았습니다.

◀ 배귀남 단장/과학기술연구원 ▶

"조리를 하게 되면 가스상 물질이라든가 입자상 물질이 실내로 확산되게 되는데 도로 한복판처럼 그와 유사한 정도의 오염이 돼 있어서."

배출 성분도 치명적이었습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주로 나오는 폐질환의 주범 '이산화질소'가 실내 기준치의 3배에 달했고, 발암물질이 엉겨붙은 '탄소 검댕'이는 요리 전보다 13배.

호흡을 방해하는 '일산화탄소'도 4배가 급증했습니다.

◀ 이미숙/주부 ▶

"이렇게 심하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가스레인지)팬도 많이 사용 안하고 환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겨울엔 정말 잘 안되더라고요."

환기를 안하면 오염 물질이 2~3시간 머물러, 온 가족이 고스란히 들이마시게 됩니다.

침대와 가구 틈새에 계속 쌓여 세균과 진드기의 거점이 됩니다.

◀ 기자 ▶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실내공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연간 280만 명에 이릅니다.

실내가 실외보다 오염물질이 폐에 침투할 확률이 천 배나 높아 더 위험하다는 연구도 있는데요.

실제로 아토피 환자들의 실내 환경을 바꿔줬더니 증세가 모두 호전됐습니다.

정진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긁고 또 긁고.

8살 아인이는 먼지가 많으면 가려움증이 더 심해집니다.

◀ 김한나/아토피 환자 부모 ▶

"먼지 알러지에요 얘는. 공기가 안좋으면 확실히 안좋아지는 건 맞아요."

이런 아토피 환자들의 실내 환경을 한 종합병원에서 바꿔봤습니다.

초미세먼지 농도를 절반으로 낮췄더니, 사흘만에 상처 부위가 아물고 증상이 평균 30% 회복됐습니다.

◀ 김지현 교수/삼성서울병원 환경보건센터 ▶

"초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에 노출됐을 때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가려움증이 증가하고 염증이 나빠질 것이라고 예측을..."

고농도의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 뿐 아니라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기름에 볶고 튀기는 요리가 많은 중국에선 실내 초미세먼지가 10마이크로그램 증가할 때 여성 폐암 발병 위험이 45%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양민석 교수/서울시 보라매병원 ▶

"고온의 기름에 튀기는 요리를 하게 되면 발암물질들이 들어가게 됩니다. 기도를 통해서 기도상피세포를 자극하게 되고 결국은 폐암을 발생시키는..."

따라서 가정에서 음식을 조리할 땐 반드시 환풍기를 켜거나 창문을 열어야 하고,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하루에 2번 이상 환기를 시키는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MBC뉴스 정진욱입니다.

(정시내 기자 stream@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