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한달에 3건"…특허분쟁에 골병 드는 기업들

2014. 3. 11. 20:02C.E.O 경영 자료

"삼성도 한달에 3건"…특허분쟁에 골병 드는 기업들

지난해 제기된 특허소송 3608건, 특허괴물 파상 공세

배상액 규모만 540억불, 기업 비용·인력 부담에 신음

지식재산권 오남용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매달 3건 이상의 특허소송을 제기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 쏟아부어도 부족할 판에 특허분쟁을 해결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의 파상 공세에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9일 특허보호 전문기업인 미국 RPX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NPE들이 삼성전자에 제기한 특허소송은 39건에 달한다. 1년이 52주인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세 번꼴로 소송을 제기한 셈이다.

NPE는 세계 각국에서 대량의 특허를 사들인 뒤 특허 침해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전을 벌여 손해배상금이나 막대한 로열티를 챙기는 기업을 말한다.

지난해 피소 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은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AT&T(54건)로 1주일에 1건 이상의 새로운 특허소송이 제기됐다. 구글은 43건, 버라이즌은 42건으로 집계됐으며 애플은 41건이었다.

특허괴물의 공격 대상이 미국 기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본 소니와 중국 화웨이의 피소 건수도 각각 34건과 32건으로 상위 10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특허괴물이 제기한 소송은 총 3608건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특허소송의 희생양이 된 기업만 4843곳에 이른다. 이 또한 전년 대비 13%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특허괴물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기업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허괴물이 제기하는 소송의 평균 배상액은 1500만 달러가량으로, 지난해 새로 제기된 소송의 배상액 규모만 540억 달러 이상이다.

소송전에 대비해 기업 차원에서 지출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삼성전자의 특허업무 관련 인력은 지난 2005년 250여 명에서 지난해 500여 명으로 2배 정도 늘었다. 특허업무에 특화된 조직인 ‘IP(지식재산권)센터’를 확대 개편했으며, 특히 특허괴물의 표적이 되고 있는 무선사업부의 경우 자체적으로 특허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부터 특허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IP 스쿨’을 운영 중이다. LG전자 특허센터장인 이정환 부사장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특허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매년 수차례에 걸쳐 특허전문 변호사와 변리사를 신규 채용하고 있으며, 특허괴물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새로운 특허를 개발하고 출원하는데 최소 수십억 달러에서 최대 수백억 달러를 쓰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끼리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공유)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특허동맹을 구축해 특허괴물에 맞서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 시스코는 올해 초 5만건에 달하는 특허를 공유하는 3각 동맹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 차원의 노력으로 특허괴물의 기세를 꺾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허 등 지식재산권 오·남용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권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에서 특허괴물을 견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특허괴물보다 제조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특허소송이 전개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법적·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 특허관리전문회사(NPE)

NPE(Non-Practicing Entity)란 기술개발이나 제조활동 없이 기존 특허를 매입·관리해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뜻한다. NPE 중 특허 침해 기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및 침해금지 청구 소송을 벌이거나 과도한 로열티를 요구하는 식으로 이익을 내는 공격형 수익모델을 갖춘 회사를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부른다. 미국 인텔렉추얼 벤처스와 램버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특허괴물의 지식재산권 오·남용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반면 기업들과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특허를 공유하며 정당한 로열티를 받거나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회원비를 받아 특허 매입 및 공유에 활용하는 방어형 수익모델을 가진 NPE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