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30% 이상 집세로'…美 중산층 부담 가중

2014. 4. 15. 20:32지구촌 소식

'수입 30% 이상 집세로'…美 중산층 부담 가중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오르는 집세 탓에 미국 중산층의 주름살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부동산중개전문 인터넷사이트 질로(Zillow)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90개 도시의 월세 중간값이 월수입 중간값의 30%를 초과했다.

월세뿐 아니라 수도, 전기와 같은 공공요금을 포함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내는 돈은 월수입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넘어선 셈이다.

뉴올리언스의 경우 집세가 월수입의 35%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1985~2000년까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뉴올리언스의 집세는 월수입의 14% 수준이었다. 갑자기 두 배가 된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집세가 가장 비싼 도시로 꼽히는 마이애미는 과거 월수입의 25% 수준이었던 월세가 43%로 급등했다.

하버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월수입의 30% 이상을 집세로 지출하는 가구는 전체 미국 세입자의 절반가량이다.

이런 상황은 주택구매 수요가 임대수요로 돌아선 탓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판매로 금융대란이 발생한 이후 주택구매 수요자들이 실제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임대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늘어난 집세 탓에 세입자들은 집세가 급등한 도심 인기지역을 포기하고 출퇴근이 힘든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부모와의 동거를 선택하거나, 집세 부담을 덜기 위해 동거인을 구하는 독신자도 있다.

마이애미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최근 룸메이트를 구했다는 37세의 한 남성은 "집세를 내기에는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쉽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집세가 오르면 세입자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경제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집세 부담이 소득의 50% 이상으로 늘어나면 의복구매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식료품 구입을 3분의 1가량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동산 건설도 늘고 있지만, 고급주택과 일반주택으로 양극화된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집세를 잡기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신규로 시장에 공급되는 부동산은 고급주택 위주이기 때문에 아무리 공급이 늘어도 중산층 대상의 임대시장의 집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이미 로스 플로리다주 주택연합 대표는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고,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맞춘다고 하지만 주택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지 못하고 악화하기만 한다"고 말했다.

집세는 앞으로도 꾸준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지난해 2.8% 오른 집세가 올해는 4% 가까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1% 정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가파른 상승세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