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보다 싼 '창고형 할인매장' 발길 늘었다

2014. 5. 21. 23:0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마트보다 싼 '창고형 할인매장' 발길 늘었다

한겨레 | 입력 2014.05.21 20:00

 

 

[한겨레]이마트 작년 매출 3.5% 줄었지만


트레이더스 매출은 13.4% 신장


롯데마트도 "빅마켓 매출 성장세"


경기 침체·물가 상승 등 영향


일반 할인점보다 싼 가격 '매력'

미국의 마이클 켈렌이 뉴욕시 변두리의 자메이카 거리에 있는 헌 차고에 '킹 켈렌'이란 간판을 내걸고 창고형 식품매장을 연 것은 1930년8월4일의 일이었다. 세계 첫 슈퍼마켓의 탄생이었다. 고객이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바구니에 찾아 담는 대신, 매우 싸게 파는 슈퍼마켓의 성공은 '대공황'이라는 시대의 어려움에 빈진 것이었다.

2014년 한국, 소비자들이 '마트보다 더 싼'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올해 마트 매출은 줄어든 데 반해 '마트보다 더 싸고 특이한' 창고형 할인매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불안한 가계'의 선택이 만드는 한 흐름으로 해석된다.

2010년 문을 열어 현재 7호점까지 확장한 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2013년 매출 신장률은 13.4%다. 올해 1월~4월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9% 늘었다. 지난해 이마트 매출이 3.5% 줄고, 올해(1~4월) 들어서도 매출이 1%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성장폭이 크다.

롯데마트도 세월호 참사 여파가 미친 올해 4월 마트에 비해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의 매출 하락이 적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4월에 견줘 4.2% 줄어든 데 견줘, 빅마켓 매출은 1.6% 줄어드는 데 그쳤다. 롯데마트 쪽은 "지난해 2월말 빅마켓 2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열어 '오픈 특수'를 누린 매출이 빠진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라고 설명했다.

창고형 할인매장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는 진열 효율화 등 매장 운영비용 최소화, 마트의 10분의 1 수준의 적은 종류의 상품을 박리다매하는 전략으로 일반 할인점보다 7~15% 더 싼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4월 이마트 트레이더스 구성점에서는 마트에서 100g에 2000원대에 판매된 삼겹살을 1700원대에 판매하기도 했다.

소비행태 변화 또한 마트와 창고형 할인매장의 명암을 갈랐다. 소비자들이 불황이라고 모든 방면에서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건강·수입 제품 등 목적 구매 상품에 대해서는 지갑을 여는 경향이 생겼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식료품 위주인 마트 소비는 줄었지만, 수입 제품이 많은 창고형 할인 매장은 고객이 많이 찾는다. 마트에서도 디저트류 소비는 느는 등 소비행태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을 볼 때 마트보다는 편의점·슈퍼마켓 등 더 가까운 곳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가 지난해 10월28일부터 11월10일까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1일 발표한 '쇼퍼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조사시점 전 일주일간 대형마트를 방문한 소비자 비율은 88%로 전년 동기대비 3%p 하락한 데 반해, 편의점(65%)과 기업형 슈퍼마켓 방문률(51%)은 각각 5%p·8%p 늘었다. 2013년 대형마트 3사의 식료품 판매액은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경기 침체·물가 상승 등으로 정기적인 장보기를 통한 대량 구매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줄어든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일어난 일이다.

김효진 기자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