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표준은 물질 디자인?' 디자인에 베팅한 구글

2014. 6. 28. 19:03C.E.O 경영 자료

[취재파일] '새 표준은 물질 디자인?' 디자인에 베팅한 구글

SBS | 하대석 기자 | 입력 2014.06.28 08:24

 

 

구글은 태생부터 디자인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검색 첫 페이지에서 보듯 꼭 필요한 기능만 보여주고 군더더기를 다 없애는 게 특징입니다. 쓸데없는 미적 요소는 접속 속도만 느리게 한다는 구글의 철학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글은 그 진가를 아는 개발자들 사이에선 '신'으로 불리지만 우리나라 일반인들에겐 '네이버나 다음보다 불친절하다' 혹은 '투박하다'고 인식되곤 합니다.

그런 구글이 디자인에 베팅했습니다. 구글은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I/O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L을 선보였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컨퍼런스 실황 중계에서 제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바로 안드로이드L의 디자인 개념, 물질 디자인(MATERIAL DESIGN)이었습니다. 지난 2008년 안드로이드 첫 버전을 선보인 이래 가장 큰 변화라는 구글의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였습니다.

내년 쯤이면 이제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도 아이폰의 수려한 디자인과 감각적인 인터페이스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애플의 CEO 팀 쿡이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 실황 영상과 함께 애플 iOS 뺨치는 미래 안드로이드 화면 디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물질 디자인의 개념은 이겁니다. 현재 스마트폰 화면의 구성요소는 색깔 뿐이지만 깊이(DEPTH)도 있다면 어떨까하는 발상에서 나왔습니다. 2차원 평면 디자인을 3차원 물질 디자인으로 발전시킨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한 눈에 보여주는 시연장면입니다. 1분 정도 됩니다. 앞의 10초만 보셔도 이해가 될 겁니다.

유튜브 동영상 보러가기(1분 정도 보세요)

동영상 번역: 단순한 종이 같아도 터치에 반응해서 모양이 이렇게 변하는 정말 똑똑한 물질이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이러한 생각의 방식을 물질 디자인이라 부릅니다.

이처럼 물질 디자인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시스템은 화면의 구성요소에 '깊이' 개념을 더해, 높낮이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화면의 요소마다 광원 효과와 그림자 효과를 더해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또 사용자가 스마프톤 화면에 터치를 하면 주변이 물결치듯 반응합니다. 장면이 바뀔 때에는 여러 층을 형성하는 요소 요소들이 각자 움직여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보듯 자연스러운 화면으로 전환(TRANSITION)합니다.

그동안은 HTML5와 플래시 등으로 엄청난 공을 들여야 이런 수려한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젠 구글 개발도구(폴리머-POLYMER)를 이용하면 개발자들은 손쉽게 '물질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쓰는 GMAIL의 디자인을 보면 네이버메일이나 다음메일 앱보다 디자인 면에서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GMAIL이 '물질 디자인'으로 진화하면 어떻게 변할까요? 다음 30초 짜리 동영상 보시죠.

유튜브 동영상 보러가기(30초 정도 보세요)

동영상 번역: 우리가 어떻게 디자인을 업데이트했는지 단계별로 보여줄게요. 글씨체, 사진 틀과 화면배치를 바꿨어요. 상단 디자인과 색감도 바꿨죠.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었죠. 같은 디자인을 다른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도 이렇게 쉬워요.

그동안 내가 선택한 목록은 그냥 색깔이 도드라져 보일 뿐이었습니다. 물질 디자인에선 입체적으로 떠오릅니다. 구글 컨퍼런스에서는 통화기능과 최근통화 기능을 시연하면서 물질 디자인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보여줬습니다. 20초 정도 되는 영상입니다.

유튜브 동영상 보러가기(20초 정도 보시고 닫으세요)

동영상 번역: 터치하면 물결이 치는 효과에요. 탭을 누르면 미묘한 '물질변화' 효과가 나타나요. 여기 보시면 전화걸기(dialing) 버튼이 한층 위에 올라와 있죠. 이렇게 버튼을 누르면 애니메이션처럼 멋지게 움직이죠.

디자인뿐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봐도 안드로이드L은 '안드로이드 역사상 가장 혁신적 변화'라는 구글측 설명이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기능상 변화로는 문자, 통화, 앱 관련 알림(notification) 기능이 대폭 강화됐고, 사용자 인증방식, 달라진 멀티태스킹 동작, 강화된 앱간 정보 연동, 개선된 성능, 향상된 배터리 수명 등이 꼽혔습니다.

특히 안드로이드L은 앱과 모바일웹과의 간격도 대폭 좁힌 점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앱 인덱싱(App Indexing)'이라는 기능을 지원하는데 이는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어떤 웹서비스를 이용할 때 같은 업체가 만든 안드로이드 앱의 과거 검색기록 등 정보를 끌어올 수 있게 해줍니다. 이용자가 앱을 접속했든 웹을 접속했든 웹과 앱 간 검색기록이 공유되면서 통합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안드로이드L 버전은 개발자들에게 프리뷰 단계로 배포됐고, 완성판은 올 가을쯤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제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간 디자인 대결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보통 애플 제품 애호가들은 구글이 아무리 노력해도 애플의 디자인만큼은 따라올 수 없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연말쯤 이른바 '애플빠'들의 충성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해봐야겠습니다.
하대석 기자hadae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