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제재, 한국은 ‘솜방망이’인데 유럽은 ‘철퇴’

2014. 8. 13. 19:05C.E.O 경영 자료

담합 제재, 한국은 ‘솜방망이’인데 유럽은 ‘철퇴’

 

[한겨레] EU 사법재판소 판결

담합 가담 안해 손해본 기업에

담합 기업 상대 손배소 허용


유럽연합(EU)의 사법재판소(최고재판소)는 담합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기업이 담합의 영향으로 가격을 올려 손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담합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시장경제의 암적 존재로 불리는 담합에 대한 제재를 갈수록 강화하는 선진국과, 담합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에 그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대비된다.

유럽연합 사법재판소는 오스트리아 철도회사인 오비비(OBB)가 엘리베이터 업체들의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제3의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면서 입은 손해에 대해 담합에 가담한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을 최근 내렸다고 공정위가 12일 전했다.

이번 판결은 오티스, 쉰들러 등 4개사가 2007년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가격을 담합한 사건으로 유럽연합 경쟁총국으로부터 9억9200만 유로(한화 약1조4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건과 관련이 돼있다. 당시 담합에 가담하지 않는 제3의 기업이 담합으로 형성된 엘리베이터 가격을 고려해 높은 가격으로 엘리베이터를 판매함으로써, 오비비는 약 180만 유로(한화 25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스트리아 대법원은 오비비가 담합에 직접 가담한 기업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 유럽연합 사법재판소에 해석을 요청했다.

이번 판결은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제3의 기업이 담합의 영향으로 가격을 인상(우산 가격결정)하였다면, 피해자는 담합에 가담한 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유럽연합 법원의 최초 판결로서, 한국에서는 아직 유사 사례가 없다. 이번 판결은 또 최근 담합에 대한 제재를 갈수록 강화하는 선진국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유럽연합의 경우 담합 기업에게 부과하는 과징금의 상한선을 (해당기업의) 전세계 매출액의 10%로 정해, 국내 매출액의 10%를 상한으로 하는 한국에 비해 제재 강도가 대단히 강하다. 또 미국도 2004년 법개정을 통해 담합 기업에 대한 벌금 기준액을 1천만달러에서 1억달러로 10배 강화했다. 미국은 담합 기업에 대해 벌금액을 1억달러, 소비자 피해액의 2배, 담합기업이 얻은 부당이득의 2배 중에서 큰 금액으로 결정한다. 개인에 대해서도 100만달러 이하의 벌금과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

반면 한국은 기업들의 담합이 상습화되어 있음에도, 공정위와 검찰의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에도 노대래 공정위원장이 담합 건설사들에 대한 공공입찰 제한 규제의 완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물의를 빚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