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제로금리'…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예금금리

2014. 10. 17. 21:04C.E.O 경영 자료

사실상 '제로금리'…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예금금리

시중은행 예금금리 역대 최저치 경신, 1%대 상품들 속속 등장할 듯…2%대 물가상승률과 격차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입력 : 2014.10.17 05:3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 이자수익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서민들로서는 '목돈 굴리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여신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2.25%에서 2%로 인하하면서 이를 반영하는 작업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연 2%의 기준금리는 지난 2009년 2월부터 17개월간 유지되던 사상 최저수준의 기준금리와 동일한 수치다.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는 이미 내려갈 데로 내려간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는 2.43%로 집계됐다. 불과 2년 전인 2012년 8월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는 3.41%였다. 당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였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였던 2009년 말에도 시중은행들은 3%대 초반의 수신금리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인하한 지난 8월 이후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력 수신상품 금리는 더 떨어졌다. 현재 4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2.1% 가량이다. 정기예금 상품인 국민은행 '수퍼정기예금', 신한은행 'S드림정기예금', 우리은행 '키위정기예금', 하나은행 '고단위플러스'가 모두 1년 만기 기준 2.1% 수준이다.

연 2.1%의 예금금리는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4%다. 예금에 부과되는 이자소득세(14%)와 주민세(1.4%)를 감안하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으로 수익을 볼 수 없는 시대다. 은행이 단순히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금고' 수준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가 1.8% 수준까지 떨어질 경우, 1억원을 맡기면 1년 후 이자는 180만원이다. 여기에 세금(15.4%) 27만7200원을 빼고 실제로 손에 쥐게 되는 이자수익은 152만2800원이다. 이를 금리로 계산하면 1.52%에 불과하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와 거의 1%p 차이나는 수준이다.

시중은행들도 고민스럽긴 마찬가지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예대마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 인하에 먼저 반영된다.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준금리가 내려갈 때마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소폭 인하하던 시중은행들의 관행도 이어지긴 힘든 상황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지난 8월 기준금리 인하 당시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라 이미 금리를 선반영하긴 했지만,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인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