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정말 인간의 뇌를 바꿔놓고 있는가

2014. 10. 21. 22:37C.E.O 경영 자료

[Weekly BIZ] 인터넷은 정말 인간의 뇌를 바꿔놓고 있는가

 

세계 최고 석학들의 논쟁

 

"읽고 생각하는 정신적 능력 사라져… 인터넷에 있을 때 비로소 생각을 시작"

"인터넷으로 내 마음·믿음 바뀌지 않아 여전히 사람·장소·경험이 思考를 좌우"

 

과연 인터넷은 인간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 최고의 석학 150명에게 질문을 해보면 정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찌 보면 황당한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게 '에지(Edge) 프로젝트'이다. 1997년 존 브록만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매년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듣는데, 2010년의 질문이 바로 "인터넷이 당신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꾸어놓고 있는가"였다.

전반적으로는 인터넷이 인간에게 이롭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웹은 인류 최고의 업적이며 천재적인 발명품"이라며 "특히 정치적 민주화에 큰 기여를 하게 돼 팀 버너스 리(월드와이드웹 창시자)가 노벨 평화상을 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어드지 전 편집장 케빈 켈리는 "인터넷이 사유를 실종시켰다고 하는데, 무엇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사람들은 생각하니까 검색한다. 또 인터넷이 있기에 로스트(미국 인기 드라마)처럼 상영 시간 수백 시간짜리 영상물을 보는데, 그런 드라마는 얽히고설킨 줄거리와 심오한 캐릭터 묘사로 꾸준한 주의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수십억개의 스크린으로 어우러진 거대한 글로벌 책(인터넷)을 만나고 있으며, 지금 그 책을 읽는 법을 배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TED의 기획자인 크리스 앤더슨은 "인터넷은 인쇄 매체의 파국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강연과 강의가 들불처럼 번져나가게 한다"면서 인터넷의 발명을 '불의 재발견'에 비유했다. 또 진화심리학의 창시자인 존 투비 UC 샌타바버라 교수는 인터넷을 '제2의 인쇄술'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해악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UC데이비스의 신경생리학자인 레오 찰루파는 "인터넷은 TV 이후 진지한 사고를 방해하는 최악의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이 소통을 원활하게 해준다고 하지만 영리한 사람이라면 인터넷에 자신의 진지한 생각과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며, 인터넷 검색으로 얻는 정보의 정확성을 가리는 것도 쉽지 않다"며 "진지한 사고를 하고 싶다면 인터넷과 동떨어져 혼자 24시간을 보내보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시각 예술가인 에릭 피슬은 "인터넷으로 모든 이미지에 너무 쉽게 접근하다 보니 지식과 경험에 관한 제대로 된 체험을 하지 못한 채 그릇된 환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영국 레딩대학의 마크 페이젤 교수(진화생물학)는 "인터넷은 우리 뇌의 즐거운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럼 인터넷이 인간의 사고 체계를 바꾼다는 데 대해서는? 찬성파 진영엔 니컬러스 카가 선봉에 있다. 그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여러 정신의학자와 신경과학자의 연구를 인용, "인터넷이 인간의 뇌를 실제로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던 사람들이 5일 동안 하루 1시간씩만 인터넷 검색을 해도 거의 활동이 없던 외측 전전두엽 피질이 집중적인 활동을 하는 등 뇌의 회로가 재구성된다. 문제는 전전두엽 피질이 혹사당하면 이해력과 기억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무언가를 읽거나 생각할 때 형성되는, 풍요로운 정신적 연계 능력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한 아이웨이웨이는 "난 요즘 인터넷에 없을 때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고, 인터넷에 있을 때 비로소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내 생각은 뭔가 다른 것의 일부가 된다"고 고백한다. 뉴욕 사교계의 스타 아티스트인 테렌스 코는 "인류는 오감(五感)의 결합체로 현실을 받아들여왔는데, 인터넷은 존재한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감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화생물학자 마크 페이젤 교수는 "인터넷은 누구의 사고방식도 바꾸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그는 "인간의 범용 사고 회로는 수백만년에 걸친 자연선택으로 다듬어진 유전적 지시에 따라 두뇌에 아예 고정된 채 내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언론인 안드리안 크라이에는 "인터넷으로 내 마음이나 믿음은 바뀌지 않는다. 내 사고방식을 바꿔 놓는 것은 여전히 사람, 장소, 그리고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