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1경 넘는 '기회의 땅'…中 소비자 사로잡아라

2014. 11. 12. 21:24C.E.O 경영 자료

  

[한·중 FTA] 1경 넘는 '기회의 땅'…中 소비자 사로잡아라

[FTA강국 내실 다지자] ② 산업계 中 내수시장에 사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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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주식시장에서 전기밥솥 제조업체와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개장 직후 쿠쿠전자를 비롯한 전기밥솥 업체들의 주가는 3∼7%씩 껑충 뛰었고, 에스엠 등 연예 기획사도 4∼7% 급등한 채 출발했다. 전날 타결을 발표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수혜주라는 시장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국산 전기밥솥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인기 쇼핑 품목으로 떠오른 만큼 FTA 타결에 따른 향후 관세인하 혜택까지 더하면 수출이 더욱 늘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한·중 FTA를 통해 처음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방하기로 하면서 한류 콘텐츠 사업을 이끄는 엔터테인먼트 업체 역시 호재를 맞았다. 이들 업체의 공통분모는 13억6000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 중국 내수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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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발전과 함께 중국 내수시장도 급격히 팽창하면서 현지 소비자를 사로잡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도 앞서가는 판도가 연출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지업체인 샤오미에 추월당해 고전 중인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 가장 많은 수출을 하는 국가(시장 점유율 9.2%)로 올라섰다. 그러나 소비재 시장만 떼고 보면 성적은 초라해진다. 2012년 현재 중국 소비재 시장 점유율은 3.7%에 그쳤다. 2012년 중국 전체 수입시장 점유율 9.2%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상당수 국내 기업이 여전히 중국을 제3국 수출용 생산기지로 활용하면서 가공무역에 집중한 채 현지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게 무역업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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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타결을 계기로 중국 내수시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할 기업들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 중국의 한 지점에서 중국인들이 중국판 ‘통큰 치킨’을 사려고 몰려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무역협회 중국 베이징 지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의 중국 수출 중 가공무역 비중은 47.6%로 주요 경쟁국 중 가장 높다”며 “중국 대도시의 소비수준이 이미 중진국을 넘어섰음에도 우리 기업은 현지 소비자에게 제대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들어 중국 수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도 중국 내수시장에서 경쟁국에 뒤처진 결과로 분석된다. 2012년 중국 소비재 수입시장에서 19.4%를 차지한 독일은 2000년 당시만 해도 7%에 그쳐 당시 한국(6.5%)과 큰 격차가 없었다. 이후 독일이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우리는 시장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점유율이 급락했다. 2010∼2013년 연평균 13.9% 늘었던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이 올해 들어 9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줄어드는 수모를 겪은 것도 현지 내수시장 공략에 실패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앞으로 중국 소비시장은 연평균 11.2%씩 늘어 2020년에는 9조90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제조업 자급률을 높이려고 연이어 가공무역 축소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우리 기업은 내수시장 직접 공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9조9000억달러는 우리 돈으로 치면 1경이 넘는 엄청난 시장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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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역시 이번 FTA 협상에서 가공무역 중심의 대중 수출구조가 내수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최종 소비재 위주로 바뀌도록 하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류와 액세서리를 비롯한 패션, 영·유아 용품, 스포츠·레저용품, 의료기기 등 건강·웰빙제품, 냉장고나 에어컨, 밥솥을 포함한 고급 생활가전에 대한 관세철폐 시기를 다른 품목보다 상대적으로 앞당기는 성과를 거뒀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중소기업이 특혜관세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국보다 나은 조건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며 “이에 따라 향후 중국의 미래·고급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는 소비재뿐 아니라 다른 제품의 수출 확대도 이끌 것으로 무역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지혜 무역협회 연구원은 “우리가 중국 내수시장을 확대시키면 중국 현지업체 역시 소비재 생산을 늘리게 되고, 이에 필요한 중간재는 한국에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FTA로 낮아질 관세율을 활용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려면 현지 유통망을 구축하고, 최종 수요처인 소비자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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