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GM 정상화… 크래퍼드 사장의 기업회생論

2014. 11. 23. 19:34C.E.O 경영 자료

[Weekly BIZ] 2년 만에 GM 정상화… 크래퍼드 사장의 기업회생論

  • 오윤희 기자
  •  

    조선 입력 : 2014.11.21 14:46

    "정리 해고가 반드시 惡은 아니다, 30% 잘라서 70%를 살리려는 것…
    구조조정 불가피한 3大 조건 중에 한국 기업 상당수 '과다 借入' 해당"

    대차대조표·부채·유동성 정상화는 임시방편
    GM·JAL·코닥 등 기업 운영문제 함께 수술… 재정문제만 손보면 결국 1~2년 지나 再發

    종이에도 천 번 베이면 죽기 마련
    빠르고 공격적인 조치 없이 계속 놔두면… 고통 쌓이고 진 빠져 부정적인 늪에 매몰

    2008년 리먼 쇼크로 경제가 마비 상태에 빠지자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파산 보호(한국의 법정관리 격)를 신청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도 그중 하나였다. 2009년 6월 미국 정부는 앨릭스파트너스(이하 앨릭스)에 구조조정을 일임했고, 그때부터 크래퍼드 사장이 이끄는 앨릭스는 GM 살리기 작전에 들어갔다. GM은 2년 뒤 세계 차 판매 대수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다. 1981년 설립 이후 앨릭스는 GM 외에도 JAL, 코닥, K마트, 에어버스, 페라리 등 거대 기업의 구조조정과 기업 회생 업무를 맡았다.

    
	[Weekly BIZ]
    뉴욕 파산법정 밖에서 GM의 자산 매각 반대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사진 위)과 지난 2009년 GM의 파산 보호 신청 이후 방송에서 “GM을 반드시 회생시키겠다”고 발 표하는 버락 오바마(사진 아래) 미 대통령. 위기에 몰렸던 GM은 앨릭스 파트너스가 구조조정을 맡은지 2년만에 자동차 판매 대수 1위 자리를 탈환했다. / 블룸버그
    대차대조표만 들여다보다간 1~2년 뒤 위기 재발

    ―구조조정 때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무엇입니까?

    
	프레더릭크래퍼드사장
    프레더릭크래퍼드사장

    "구조조정을 재정 분야에만 국한한다는 겁니다. 그저 대차대조표, 부채 규모, 현금 유동성에만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에는 눈을 감아 버립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물론 대차대조표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기업 운영상 문제, 수익과 손실 문제에도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만약에 재정 문제에만 입각해서 구조조정을 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1~2년 이후에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앨릭스파트너스는 현재 진행 중인 기업 구조조정 사례에 대해선 "고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면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오래된 사례로 코닥과 JAL을 들었다. 코닥은 2012년 1월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이래 필름, 종이, 화학제품 등 공장 13개를 매각해 자금 6억9500만달러를 확보한 뒤 기업 회생 절차를 밟았다. 과거 코닥은 100% B2C 기업이었지만 파산 보호 졸업 이후엔 인쇄,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 100% B2B 기업으로 변신했다.

    규제와 기술이 급변할 때 미리 구조조정을 하라

    ―한국에선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흔히 대규모 감원을 연상합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가요?

    "첫째, 정부 규제와 법령이 급변하는 시점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지금 오바마 케어 법령 제정을 준비 중입니다. 헬스 케어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나 많고, 비용 상승 속도가 너무나 빨라져 정부가 더 이상 부담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현재 미국에는 의료 기관이 수천 개 있는데, 법령이 발효되면 의료 산업에 커다란 구조적 변화가 생길 겁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않은 기업 또는 충분히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거나 효율적으로 만들지 못한 기업은 먼저 그러한 조치를 취한 기업에 인수될 겁니다. 그 때문에 법령이 변화할 때, 제도가 변할 때 기업에선 구조조정을 준비해야 합니다. 둘째, 기술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방해하거나 지장을 줄 때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산업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죠. 코닥은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고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 사례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부채가 너무 많을 때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러한 경우가 많지요."

    그는 이 대목에서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제게 이렇게 묻지요. '당신의 직업은 고통스러운 직업 아닌가요?' '당신이 하는 일은 슬픈 일 아닌가요?'라고요. 의심의 여지 없이 제가 하는 일에는 그러한 요소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 희망이라는 것이 혁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의 중심지) 뉴욕에 있으면 기업 환경이 매우 극적이고, 때로는 매우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오래된 전통적 기업이 사라지는 대신에 새로운 사업이 창출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 말입니다. 미국은 수많은 위기를 헤쳐 나왔습니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종이에 천 번 베이는 실수를 하지 마라

    경영에 빨간불 신호가 감지될 때 앨릭스는 기업에 어떤 식의 처방을 내릴까. 우선 맥킨지 등 유력 컨설팅 기업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고, 실제 경영 경험도 있는 노련한 시니어 컨설턴트를 일정 기간 기업에 파견한다. 바로 앨릭스의 독특한 프로그램인 '임시 매니지먼트(interim management)'다. 이들은 CFO(최고재무책임자), CMO(최고마케팅 책임자), COO(최고운영책임자), CRO(최고구조조정 책임자) 등 모든 임시 CXO(최고경영임원)들로 구성돼 있다. 일반 컨설팅 회사가 주니어와 시니어들로 구성된 대규모 팀을 파견하는 반면, 앨릭스는 소수 시니어 컨설턴트로 전문화한 정예 부대를 보내 단기간에 기업 전반에 걸친 수술을 집행한다고 크래퍼드 CEO는 말했다.

    때로는 수임료의 일부를 해당 기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컨설팅 회사와 해당 기업의 장벽을 없애고, '우리'라는 동지 의식으로 묶어주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 기업은 외부인이 경영에 관여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경영진은 자신들이 일구어왔던 조직을 분해하고 재정비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합니다. 그런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것은 솔직함과 객관성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회사를 손수 만들었고,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고 교육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중 일부분을 외과적으로 도려내야 합니다. 그러한 어려운 결정을 할 때 객관성과 효율성을 유지하기란 대단히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같은 제3자의 힘을 빌리는 편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직에 피해를 가장 덜 주면서 효율적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합니까?

    "우선 너무 늦기 전에 조치해야 합니다. 금융권에서 경고를 보내는 시점은 이미 많이 늦은 때입니다. 은행은 때로는 필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합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대출을 허용해 주고, 대출 계약서 기간을 연장해 주면서요. 이건 환자에게 적절한 처방을 제때 하지 못하고 뭉그적거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부실 위험이 있는 기업이 자주 하는 실수는 "충분히 빠르고 공격적으로 조치를 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에 수천 번 베여서 죽는다'는 말을 아세요? 종이에 손이 살짝 베이는 것은 사실 그렇게 큰 타격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야, 아야, 이렇게 한두 번 베이던 것이 계속 수천 번씩 반복되면 상처가 누적되고 고통이 쌓이고 진이 빠집니다. 기업에 대입해 보면, 그렇게 수천 번 작은 상처가 누적되면서 조직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생명력이 사그라집니다. 반면, 비록 그것이 꽤 아프다 할지라도 적절한 시점에 충분히 깊고 빠르게 곪은 곳을 도려내면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 즉 기업이 범한 실수가 아물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 컨설팅 업체

    파산한 기업은 정리하고, 부실기업에는 회생 전략을 주고, 위험 징후가 있는 기업에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제언한다. 직접 기업 내부로 들어가 자산 매각, 감원 등의 작업을 함께 실행하고, 필요하면 컨설턴트가 CEO가 돼 경영을 지휘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