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이후 17년…新넛크래커에 낀 한국

2014. 11. 24. 19:55C.E.O 경영 자료

환란이후 17년…新넛크래커에 낀 한국

 

◆ 新 넛크래커에 멍든다 ◆


신(新)넛크래커에 한국 기업들이 멍들고 있다. 최근 들어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재무장한 일본 기업들이 엔저를 등에 업고 한국 기업을 압박하고, 기술력을 향상시킨 중국이 광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국을 바싹 추격하면서 한국 기업들을 위아래에서 조이고 있다. 한국 기업은 성격은 다르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다시 일본과 중국의 협공을 받는 양상이 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의 한국 경제는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일본과 저임금에 기댄 중국의 저가 공세에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던 상황이 ‘넛크래커’로 비유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최근 한국 경제가 ‘새로운 넛크래커’에 끼었다고 분석한다.

매일경제

2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원천기술과 소재경쟁력 등으로 재무장하고 세계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일본은 애초부터 기초과학과 첨단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으나 정치불안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은 엔화가치 절하에 따른 수출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며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 모두 빼앗기는가 싶었던 일본의 조선업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에 주력하며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배터리 기술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기자동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일본의 도시바를 꺾고 반도체 시장의 중심에 섰으나 주요 반도체 생산설비는 일본산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 속도는 한국 기업의 예상을 초월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세계 소비자가전 박람회)에서 선보인 중국의 스마트폰과 UHD TV, 디스플레이, 냉장고 등은 한국, 일본 제품과 견주어 손색이 없었다. ‘짝퉁’을 만들어 내던 중국의 모방이 결국 기술력 격차를 극복하는 수준까지 이른 것이다. 디자인 측면에서 일부 허점이 지적됐으나 이를 극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전자제품과 일부 기계류에서 한국 기업과 경합했던 중국 기업들이 자동차 조선 철강 유화 등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해야 하는 분야가 크게 늘어난 점도 한국 기업에는 악재다.

■ <용어 설명>

▷ 넛크래커 : 매일경제가 1997년 10월 제1차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한 IMF 외환위기를 예견한 ‘매경·부즈앨런&해밀턴 한국보고서’에서 일본의 지식 우위와 중국의 비용 우위 사이에 낀 한국 상황을 마치 ‘넛크래커(호두 깨는 기구)에 낀 호두에 비유하면서 자리잡은 경제용어.

[이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