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3. 18:32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소유에서 공유로'…공유 경제의 미래
집·자동차·음식·돈 등 공유 가능한 재화의 범위는 상상 이상
미래에는 ‘P2P 여행’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 세계 여행 가격 비교 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발표한 ‘2024년 미래 여행 보고서’의 한 내용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P2P 여행은 무엇일까. 사람들 간 연결을 통해 과연 어떤 여행이 가능할까. 공유 경제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자신의 집에 남는 방이나 집 자체를 인터넷에 등록해 다른 사람에게 단기간 빌려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개 서비스다. 에어비앤비를 활용하면 여행객들은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해결할 수 있고 틀에 박힌 숙소가 아닌 유럽의 고성(城)이나 개인 오두막 같은 곳에 머무르면서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도 있다. 한편 집주인은 남는 방을 활용해 추가 소득을 얻는 장점이 있다. 개인 간 연결을 통해 숙박을 공유함으로써 여행 산업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공유 경제의 열풍을 불러온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경기 침체와 스마트폰 확산으로 부상
이처럼 개인의 재화를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 경제 사업 모델이 미래 유망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공유 경제 성장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에어비앤비는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부족한 임대료를 마련하기 위해 집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여행객에게 단기 숙식 서비스(AirBed & Breakfast)를 제공한 것이 사업의 시초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190개 나라 3만4000여 도시로 확산돼 누적 여행객이 200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올해 초 공개된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100억 달러로, 하얏트나 인터콘티넨탈보다 비싼 상황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일반 승객과 개인 차량을 중개하는 공유 경제 서비스 우버(Uber)의 성장도 놀랍다. 전화를 걸어 자신의 위치를 설명해야만 했던 기존 콜택시와 달리 우버는 스마트폰을 통해 고객의 위치 정보를 파악해 인근 대기 차량에 요청하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쉽다. 또 목적지에 도착하면 위성항법장치(GPS)로 이동 거리를 측정, 요금을 계산한 후 스마트폰에 등록된 카드 정보를 통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등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우버의 기업 가치는 300억 달러 이상으로 트위터보다 높다고 한다. 한국 기업과 비교하면 한국전력이나 포스코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공유 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성공하면서 집과 차량을 공유하는 비슷한 서비스들이 출시돼 경쟁하고 있다. 별장 대여에 특화된 ‘VRBO’, 청소 및 침대 정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집 대여 서비스 ‘원파인스테이(Onefinestay)’, 회의실이나 사무실을 시간 단위로 대여해 주는 ‘리퀴드스페이스(LiquidSpace)’ 등 저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버와 비슷하게 저렴한 비용에 차량 번호판에 핑크색 콧수염 모양 쿠션을 달고 다니는 ‘리프트(Lyft)’, 방향이 같은 여러 명이 카풀을 하는 ‘블라블라카(BlaBlaCar)’ 등의 업체도 있다. 한국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쏘카’와 ‘그린카’, 한옥 스테이를 주선하는 ‘코자자’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각 서비스마다 특징과 비용이 조금씩 차별화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자신의 기호에 맞춰 이용하면 된다.
한편 집과 자동차 이외에도 주변에 있는 많은 물품들이 공유될 수 있다. 집에서 쉬고 있는 자전거를 남에게 빌려주는 ‘스핀리스터(Spinlister)’, 레고 장난감을 대여해 주는 ‘플레이(Pley)’, 명품 가방을 빌릴 수 있는 ‘백바로오어스틸(BagBorrow OrSteal)’, 값비싼 보석을 대여할 수 있는 ‘락스박스(RocksBox)’ 등 물건을 구입하지 않고 남에게 대여 받는 서비스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물건뿐만 아니라 세탁 및 집수리 등 집안일을 대신해 줄 사람을 찾아주는 ‘태스크래빗(Taskrabbit)’, 일반 가정집에서 외부인을 초대해 음식을 제공하는 ‘잇위드(Eatwith)’와 ‘피스틀리(Feastly)’,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남에게 가르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교육을 받는 ‘스킬셰어(Skillshare)’ 등 품앗이처럼 서비스도 공유될 수 있다. 이 밖에 민간 조종사나 개인 항공기를 사용자와 연결해 주는 ‘에어풀러(AirPooler)’나 잠시 동안 애견을 대신 맡아주는 ‘도그베케이(DogVacay)’, 자신의 차고를 남에게 주차 장소로 대여해 주는 ‘파크앳마이하우스(ParkatmyHouse)’ 등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공유 경제 서비스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해결에야 할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신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빠른 발전 속도를 사회 제도 및 문화가 뒤쫓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관련 사업자들은 공유 경제 서비스 업체가 정부의 허가 없이 사업을 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우버의 경우, 많은 돈을 지불해 택시 면허를 받은 기존 택시 운전사들과 달리 우버 운전자들은 허가 없이 택시 영업을 하고 있어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우버의 무허가 운송 영업에 반대하는 택시 운전사들의 시위가 미국·영국·프랑스 등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적 규제, 이권 문제 선결해야
에어비앤비도 조세 회피 및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개인 집이 아니라 임대 사업자가 다수의 집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해 사업을 하면서 세금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도박이나 마약 등 불법 행위 장소를 물색하는데 에어비앤비가 사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뉴욕 검찰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뉴욕시 집 중 3분의 2가 불법행위와 관련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뉴욕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대대적으로 단속한 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유 경제의 성장이 순탄하지 않겠지만 저렴한 가격에 더욱 많은 선택의 폭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공유 경제의 의미와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이미 공유 경제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회사인 다임러·BMW·폭스바겐은 각각 ‘카투고(Car2Go)’, ‘드라이브나우(DriveNow)’, ‘퀵카(Quicar)’라는 카 셰어링 서비스 기업을 만들어 직접 운영 중이다. 2011년 미국 타임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에 당당히 공유(Sharing)를 선정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990호 제공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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