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 월 430만원, 쓴 돈은 255만원 최저 .. 꽁꽁 언 소비

2015. 2. 14. 20:05C.E.O 경영 자료

번 돈 월 430만원, 쓴 돈은 255만원 최저 .. 꽁꽁 언 소비

소득3.4% 늘어도 소비2.8%만 증가
노후 대비 … 젊은층도 지갑 닫아
세법 바뀌어 세부담은 5.8% 늘어

 

 

중앙일보 | 김원배 | 입력 2015.02.14 00:40 | 수정 2015.02.14 08:37

 

30대 직장인 임천일(서울시 송파구)씨는 지난해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임씨는 "엔저로 일본 여행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해 여행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국내외 여행비로 쓴 돈은 월평균 3만600원으로 전년보다 15.2% 증가했다.

 40대 직장인 최모씨는 지난해 9월 담뱃값이 올해부터 2000원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금연을 결심했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지난해 국내 가구가 한 달에 담배를 사느라 쓴 돈은 1만6600원으로 2003년보다 0.4% 감소했다. 담뱃값 인상 발표 등에 따라 금연 분위기가 확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난해 맥주와 와인을 마시기 위해 한 달에 쓴 돈은 1만1300원으로 전년보다 4.6% 늘었다. 지난해엔 가계의 통신비 지출이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2013년 월평균 15만2800원이던 통신비는 지난해 15만400원으로 줄었다.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등의 영향으로 단말기 교체 수요가 줄고, 가입비 인하와 폐지 등이 영향을 줬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가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비지출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월평균 가계소득은 430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3.4% 늘어났다.

 이에 따라 실제 쓸 수 있는 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평균소비성향)은 72.9%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면 세금이나 연금 등을 제외한 순수한 소비로 쓴 돈은 72만9000원이었다는 의미다.

 또 세금이나 연금 등 꼭 납부해야 하는 소비(비소비지출)는 80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3% 증가했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들이 지출을 줄였고 젊은 층도 노후를 대비해 씀씀이를 줄이는 추세"라며 "소득 하위층은 전기비와 난방비 등을 줄여 전반적인 소비가 감소한 반면 상위층은 외식비와 해외 여행 등을 늘려 지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전체적인 소비가 준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세월호 사고 등의 여파로 소득의 증가만큼 소비를 늘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액공제 방식으로의 세법 개정과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구간이 조정되면서 월평균 세금 부담은 13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세 부담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앞질렀다는 얘기다. 주환욱 과장은 "소득세는 누진과세 체계라 소득이 늘면 세 부담이 더 늘게 된다. 이는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득 불평등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계층을 5개로 구분해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가 되느냐를 보는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45로 2013년의 4.55보다 하락했다. 이는 2003년 4.43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부터 431만 명을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하면서 하위 20%의 소득이 빠르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김원배·김민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