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2년]빚으로 쌓은 ‘외화내빈 경제’… “서민 살림살이 더 팍팍해져”

2015. 2. 23. 19:43C.E.O 경영 자료

[박근혜 정부 2년]빚으로 쌓은 ‘외화내빈 경제’… “서민 살림살이 더 팍팍해져”

(2) 경제·민생

▲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 20~40대 일자리는 되레 감소

3%대 성장률 이면엔 가계 빚 폭증 → 소비 위축 ‘악순환’


이은수씨(42)는 한 달 전 결혼 15년 만에 내집을 마련했다. 3억7000만원짜리 집을 사는 데 2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는 “계속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샀을 뿐 내집이 아니다”라며 “은행에 내야 할 돈만 월 95만원이라 빚갚을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 오성준씨(43)는 길었던 이번 설이 결코 반갑지 않았다. 지난달 말부터 흘러나온 회사의 구조조정설 때문이었다. 그는 “설 기간에도 만일을 대비해 넌지시 옮길 곳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2년 전인 2013년 2월25일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면서 ‘국민행복’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에 육박하는 등 외형적인 성장은 이뤄냈지만 분배가 제대로 안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체감도가 낮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분배가 골고루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살림은 더 어려워졌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2년은 ‘빚으로 쌓아올린 외화내빈’으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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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화내빈 경제

지난해 취업자수는 53만3000명이 늘어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였다. 아파트 거래량은 107만건으로 통계가 잡힌 2006년 이후 최대였다. 경제성장률은 3.3%로 2년 전보다 1.0%포인트 높아졌고,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와 수출 규모는 사상 최대였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2.6%)보다 높은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거시지표만 보면 지난 2년간 한국 경제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하지만 미세지표를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취업자는 증가했지만 과실은 50~60대 몫이었다. 지난해 50대와 60대에서 늘어난 일자리가 43만9000개나 됐다.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는 주력계층인 20~40대의 일자리는 정체되거나 되레 줄었다. 30대 일자리는 지난해에도 2만1000개가 사라졌다. 지난 1월 30대는 1만7000개, 40대는 2만70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청년(15~29세) 실업률도 2012년 7.5%에서 올 1월에는 9.2%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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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으로 쌓은 지표들

성장률이 4년 만에 세계 평균을 앞섰다고는 하지만 이는 확장적 경제정책의 산물로 그 중심에 부동산이 있다. 지난 2년간 정부는 2~3개월에 한 번꼴로 부동산 부양정책을 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풀고, 1%대 저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청약자격을 대폭 완화했다. 올 들어서만도 ‘뉴스테이’ 정책과 ‘공유형 은행 모기지’ 등 2건의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내집은 마련했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빚을 내 집을 산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연간 이자와 상환액은 2012년 596만1000원에서 지난해 823만2000원으로 2년 새 38.1%나 늘어났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빚부담이 더 가팔랐다. 소득 1분위는 109만원에서 195만4000원으로 79.2%나 늘어났다. 2012년 말 963조원이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에는 1100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빚부담은 소비 위축으로, 다시 경기 악화로 전이된다.

정치권도 나빠진 민생을 부인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22일 “설 연휴 때 재래시장인 호계시장에 들렀더니 거의 대부분이 작년보다 못하다고 하더라”며 “이번 설의 인파는 확실히 예년보다 줄었다. 엄살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