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퇴직공무원 34% 늘어…반부패 사정 여파

2015. 4. 24. 21:15C.E.O 경영 자료

 

중국 퇴직공무원 34% 늘어…반부패 사정 여파

1만명 퇴직 고려…"50년전엔 조반유리, 지금은 퇴직유리"

 

(서울=연합뉴스) 정일용 기자 = 1966년 마오쩌둥(毛澤東)은 "모든 반란에는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가 있다"(造反有理)는 어록을 남겼다. 자신의 정적을 숙청하기 위해 문화대혁명을 발기하며 홍위병과 학생들의 반항을 부추기려는 발언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중국 공직사회에서는 "퇴직유리"(退職有理) 바람이 불면서 자리에서 물러나는 공무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중국의 한 공산당 기관지 사설을 인용해 중국 내에서 퇴직 공직자 수가 전년보다 34% 늘어났고 이는 전체 공무원 수의 2%에 이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이달 초 구직 웹사이트 자오핀(招聘)은 1만여명의 공무원이 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 중 30%가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무원 퇴직 사태에 대한 그럴 듯한 설명은 중국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게다.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 주요인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장기간에 걸친 적극적 반부패 운동이다. 이로 인해 비교적 청렴한 공무원들까지도 움츠러들어 업무를 수수방관하기도 하지만 불법적인 유혹행위를 상당 부분 척결한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22일 전현직 공무원 3명을 등장시켜 '퇴직 압박'에 관해 대담하는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이들 중 두 명은 퇴직자였다.

자오광화(趙光華)는 중국 쓰촨(四川)성 구린(古藺)현 스바오(石寶)진의 부진장이다. 부진장을 맡은 지 2년이 됐다는 그는 "(퇴직 압박이) 너무 심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적은 월급, 장시간 근무, 교통에서 환경보호까지 광범위한 업무 등을 한탄하던 그는 "밤에 비가 내리면 산사태 걱정 때문에 이리뒤척 저리뒤척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오는 두 번 사직서를 낸 끝에 퇴직 승인을 받아 변호사로 새출발할 작정이다. 그는 "전에는 전화가 걸려오면 두려움부터 앞섰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전화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나(劉娜)는 야금학 박사학위를 가졌지만 야금학자로서 전도유망한 앞날을 접고 남편의 고향인 산둥(山東)성에서 공무원이 됐다. 공무원이 된 지 3년이 채 안돼 승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퇴직하고 남편이 운영하는 단조회사를 거들기로 했다.

야금학에 푹 빠져있는 그는 "내 전문분야를 실생활에서 살리기 위해 그만뒀다"고 말했다.

WSJ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공무원 퇴직 사태가 긍정적인지, 시 주석의 반부패운동이 퇴직 사태의 주요인인지 여부에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중국 공산당 기관지중 하나인 공인(工人)일보는 퇴직 사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분밝혔다. 무능력하고 헌신적이지도 않은 공무원들이 많다는 기존 주장이 옳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민일보의 이번 기사엔 이런 성과에 대한 성취감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에 공무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시 주석의 반부패운동을 이해한다는 정도의 미묘한 느낌만을 전달하고 있다.

WSJ은 퇴직 공무원 중 상당수는 애초에 공직에 발을 들여놓지 말았어야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식, 경험을 겸비한 관리들을 잃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공무원 퇴직 문제를 점차 공개토론의 장으로 끌려나오고 있지만 정작 중국의 지도부는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ci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