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아동 年2만명' 부모들의 좌절…가족해체 악순환
2015. 5. 24. 22:48ㆍ이슈 뉴스스크랩
'실종아동 年2만명' 부모들의 좌절…가족해체 악순환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1. 평범한 직장인이던 A씨의 남편은 외동아들(당시 4세)이 실종된 후 일도 안 나가고 술에 의지했다. A씨는 '아이를 또 낳으면 남편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 아이 둘을 더 낳았지만 그대로였다. 결국 별거 끝에 두 사람은 이혼했다. 경제적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아들을 찾으러 전국을 돌아다니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개인파산 신청을 해야 할 정도였다.
#2. 실종 당시 하교 시간이 달라 여동생과 함께 집에 오지 못한 오빠의 정신적 충격과 상처는 10여년이 흘렀지만 그대로다. 어머니 B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굿을 7번이나 했고 방방곡곡을 헤매며 수천만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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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씨는 놀이터에서 사라져버린 손자(당시 4세)를 찾기 위해 전단 170만장을 뿌리며 거리를 누볐다. 18년간 근무하던 회사도 그만두고 퇴직금과 집을 저당 잡힌 돈으로 전국을 4바퀴나 돌아다녔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오는 25일 '세계실종아동의 날'을 앞두고 출간한 도서 '아동실종의 이해'(양서원)에 따르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만 명이 넘는 아동들이 실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경찰청에서는 최근 실종신고된 아동의 80~90%가 한달 이내에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출아동을 제외하면 실제로 실종된 아동의 수는 매년 수천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종사건이 장기화되면 실종아동과 그 가족 모두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경제 악화로 인한 가정 불화와 이혼, 남은 자녀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실종아동의 가족들은 실종아동에 대한 그리움과 염려, 근심, 걱정 등으로 정서적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실수로 실종됐다고 하는 죄의식, 죄책감 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이러한 심리적인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자학과 과도한 음주, 흡연으로 신체적인 문제까지 유발하게 된다. 이는 대부분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이웃 등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불신하게 된다.
경제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책 공동저자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가 연구한 '실종아동가족의 경제상태 변화' 조사에 따르면 "나빠졌다"는 응답이 43.5%에 이른다. 그 원인은 실종아동을 찾는 비용(69.2%) 때문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종아동부모 중 58.3%는 직장생활에 소홀해졌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자녀를 찾기 위한 과정을 진행하기 위함(85.7%)과 자녀를 잃은 후 의욕 상실(14.3%)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실종아동의 부모 중 37.7%는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원인은 자녀를 찾기 위해 스스로 퇴사를 결정한 경우(60%)와 같은 이유로 직장생활에 소홀해지게 된 경우(20%)가 많았다.
사회적으로도 실종아동 수색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지불된다.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추계하면, 장기실종아동 1명 당 직접비용 약 6532만원, 간접비용 약 5억원 등 총 5억70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실종아동을 찾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으로 이혼하거나, 더 이상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기도 하고, 남은 자녀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덜 쏟게 되기도 한다.
다행히 실종아동부모들은 절망의 가장 밑바닥에서 고통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책 공동저자 김종우 관장의 연구에 따르면 실종아동부모들은 자녀를 잃은 후 ▲인지 ▲찾기 ▲좌절 ▲재기 ▲새희망 등 5단계의 변화 과정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찾기·좌절' 단계가 길수록 재기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의 도움과 종교적인 신앙심, 지지체계의 적절한 지원이 뒤따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새 희망' 단계에 이르면 부모들은 자녀를 찾고자 하는 희망을 고이 간직한 채 출산으로 가정문제를 회복하거나, 돌아올 아이를 위해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기로 다짐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새로운 희망을 가꾸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종우 관장은 "부모들은 절망 속에서 실종아동이 어디선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갈구하고 있다"면서 "희망 속에서 늘 절망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부모들의 간절한 소원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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