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많아지는데, 가을 분양물량 또 쏟아져

미분양 많아지는데, 가을 분양물량 또 쏟아져

이진혁 기자

• 이메일

조선비즈 입력 : 2015.08.18 06:00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건설사의 물량 공세는 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 상승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 등으로 하반기 분양시장 분위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아파트 구매를 염두에 둔 소비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7일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3068가구로, 5월보다 20% 넘게 늘었다. 미분양 주택은 5월 이후 두 달 연속 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한 달 만에 2500가구 넘게 미분양이 늘어 전국에서 가장 증가 폭이 컸다. 경기도의 미분양 주택은 현재 1만2927가구를 기록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건설사들이 약 43만가구를 분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에만 24만여가구의 분양이 계획돼 있다. ‘부동산 3법 통과’로 올해 4월부터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서 건설사 사이에서 비싸게 팔 수 있을 때 최대한 물량을 내놓자는 분위기가 생겼다. 올해 웬만한 대형 건설사들은 3만가구가 넘는 물량을 분양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움츠러들고 있고, 그리스와 중국 등 글로벌 경제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미분양 주택 증가 추세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2006년 이후 건설사들이 공급물량을 대폭 늘렸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와 부동산시장 침체까지 이어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분양시장 분위기를 나타내는 주택산업연구원 주택분양지수는 8월 114.0으로 전달보다 15.3포인트 하락했다. 분양실적지수는 109.1로 16.9포인트 떨어졌다. 두 지수 모두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2578가구로 전달(1만2502가구)보다 늘었고, 청약경쟁률이 상반기만 못한 것도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올해 6월 충남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견본주택을 수요자들이 둘러 보고 있다. /조선일보 DB

문제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대거 공급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달 셋째 주에만 전국 12곳에서 총 5091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의 물량이 전체의 68.1%를 차지하고 있다. 8월과 9월에는 10대 건설사가 전국 24곳에서 1만7394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8월 이후 전국에서 분양이 계획된 물량은 18만9142가구에 이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7월 미분양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단기간에 물량이 많이 나온 상태에서 분양가까지 올라 미분양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공급과잉과 가격 인상으로 분양시장은 소화불량 상태”라며 “미분양은 자연스럽게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부동산시장이 다시 침체로 간다고 볼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수요자가 아파트를 구매할 때 대출 비중을 보수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고, 주변 입지 등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가격 문제에 대한 판단을 신중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내가 가진 돈으로 이 정도 집을 살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어느 정도의 안전망은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