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디커플링 시대, 한국은…

2015. 10. 8. 18:32C.E.O 경영 자료

[Weekly BIZ] 세계경제 디커플링 시대, 한국은…

  • 런던=배정원 기자
  •  

    입력 : 2015.09.26 03:04 | 수정 : 2015.09.26 03:08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 교수
    디커플링 현상, 연말이 정점… 내년부터 약해질 것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7일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를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이 장면은 전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라는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거 세계 경제는 대체로 함께 움직였다.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미국에 수출하는 유럽이나 일본 등 전 세계 경기가 함께 좋아졌고, 미국이 경기를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다른 나라도 함께 올리거나 내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이런 커플링(동조화)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아시아 경제가 약진하는 상황이 있었다. 이번엔 미국이 경기 호전으로 돈줄을 조이기 시작할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전 세계에 '차이나 쇼크'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디커플링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큰 변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저금리를 유지하면 자금이 급속히 미국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고, 그렇다고 대표적 수출처인 중국 경제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쫓아 금리를 올리려면 경제회복이 어려워질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탈동조화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가장 중요한 변수인 '차이나 쇼크'의 전망은 어떨지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었다. <편집자>


    찰스 굿하트 교수
    찰스 굿하트 교수

    "우리는 지금 역사적으로 가장 큰 국가 간의 정책 디커플링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내년부터는 약해질 것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일단 동결했다. 다만 재닛 옐런 미국 FRB 의장은 올해 안에 언제라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금융시장 일각에선 이번 동결 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은 돈줄을 조이는 방향으로, 나머지 국가들은 돈을 푸는 방향으로 정반대 쪽을 향해 움직이게 된다. 이른바 정책의 디커플링인 셈이다.

    찰스 굿하트(Goodhart·78)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이런 디커플링이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결국 세계 각국이 미국을 따라 곧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굿하트 교수는 통화 및 재정정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통화량 등 특정 경제지표를 관찰하고 정책 목표로 삼는 순간 지표가 본래의 움직임을 상실한다는 내용의 '굿하트의 법칙'으로도 잘 알려졌다.

    그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수석고문 출신으로 지난 1997년에 출범한 BOE 금융통화위원회(MPC)의 설계자이자 초대위원으로 활약했다. 굿하트 교수는 유럽의 대표적 거시경제 분석 센터인 LSE 파이낸셜마켓그룹(FMG)을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LSE 캠퍼스에서 굿하트 교수를 만났다. 건물 1층이 잠겨 있어 전화를 걸자, 직접 내려와 문을 열어줬다. 그는 2년 전 거시 건전성과 통화정책을 주제로 한 한국은행 세미나 참석 차 방한한 적이 있다며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굿하트 교수는 세계 경제 디커플링의 이유 중 하나로 유가 하락을 꼽았다. 미국은 저유가의 덕을 봤지만 유로존과 일본의 중앙은행은 물가가 더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경제가 과거와 비교해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맞지만,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반대되는 정책을 지속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다른 국가들도 순차적으로 통화 팽창 정책을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커플링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까요?

    "디커플링 현상은 올해 말 정점을 찍을 것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유로화 및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가절상입니다. 파운드화 역시 달러화보다는 약하지만 유로화 및 엔화에 대해 평가절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말이 되면 유가 하락이 인플레이션을 막는 일시적인 영향력도 줄어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과 영국에서 물가가 상승하고, 유로존과 일본은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로 회복세에 들어서며 물가가 오르게 될 것입니다.

    [Weekly BIZ] 세계경제 디커플링 시대, 한국은…

    이로써 내년 초 유로존과 일본의 통화팽창 정책 기조는 약화될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나야겠지만, 시장 금리가 점차 오를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의 금리를 정상화해도 노동시장의 회복이 어려워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노동 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습니다. 그동안 중국이 세계 경제에 유입되면서 많은 노동력을 공급해 세계적으로 임금 상승률을 낮췄던 것과 다르게 앞으로는 고령화의 영향으로 자본 대비 노동력이 귀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임금은 다시 오를 것이고 그동안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였던 수요도 다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굿하트 교수는 지난 7월 인터뷰 당시에는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예상이 빗나간 데 대해 그는 "주식시장의 급락과 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문제 등이 생기면서 세계경제가 더 불안정해졌기 때문인데, 과거와 비교해 미국이 다른 나라 상황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며 "이미 금리 인상 시점이 6개월 이상 늦어졌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가능한 한 빨리 금리를 올리고 싶어 하기 때문에 올해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늦어도 내년에는 미국의 금리가 올라갈 텐데, 앞으로 세계경제는 어떻게 재편될까요?

    "세계적인 유가 하락의 여파가 물러가고 실업률이 자연실업률(NAIRU·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의 실업률로 물가안정 실업률이라고도 얘기함)보다 낮아진다면, 내년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되고 내년 금리를 인상하는 속도는 지금 대다수 학자가 예상하는 수준보다 빨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통화 당국은 이미 금리를 높이는 경우에도 그 최고치가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낮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제 예측이 틀릴 수도 있지만, 이런 지표들은 모두 국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과 임금, 생산력에 달렸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임금, 생산력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요?

    "지난 30년간 세계화가 확대되고 소련 붕괴, 중국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자본보다 노동의 공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임금 상승을 막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낮은 임금은 자연스럽게 수요의 저하로 이어졌지요.

    중국은 1990년까지만 해도 세계 무역에서 2%를 차지했는데 작년 기준으로 이 비중이 12%로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소련과 동유럽이 붕괴하면서, 이 국가들에서도 저렴한 노동력이 유입됐지요. 중국, 소련, 동유럽은 노동력이 풍부하지만, 경영 경험과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서양 국가들이 자본, 경영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동유럽의 20세에서 64세 사이 노동층은 1990년 8억2000만명에서 작년 11억2000만명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선진국의 노동층 인구는 6억8500만명에서 7억6300억명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지요. 이는 지난 30년간 세계경제에서 발생한 변화 중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노동시장의 구조는 그와는 정반대로 갈 것입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노동력이 줄게 되면서 자본과 비교해 노동력이 다시 희소해질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임금과 물가, 금리가 올라가기 쉬운 상황이 되겠지요. 이렇게 노동시장이 회복된다면, 금융 위기 이후 저점으로 추락한 생산성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만약 생산력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참담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생산력이 좋아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렇다면 내년을 기점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길 바랍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겠지요. 내년 초부터 시작되는 미국 금리의 빠른 상승은 유로존과 다른 신흥국의 금리를 압박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탈동조화가 내년에 예상되는 변화 속에도 불구하고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요? 유로존이 올해 경제적인 회복을 하고, 내년까지 견딜 수 있을까요? 중국과 다른 신흥국은 어떨까요? 물론 지속적인 미국의 경제 회복이 세계경제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무조건 확신을 가지고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또 어렵습니다."

    굿하트 교수는 경제 위기의 예방은 중앙은행, 위기 요인의 해소와 극복은 정부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금융 부실의 확대나 금융기관 도산과 같은 위기를 통화정책 수단으로 해결하면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로 전 세계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왜 그런 건가요?

    "전적으로 정책 당국의 잘못입니다. 금융 위기 이후 정책 당국의 대응이 지금 세계경제의 문제를 악화시켰습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뛰어든 이후로 중국의 값싼 물건 때문에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물가상승률은 상당히 낮았습니다. 이럴 때 통화기관은 수요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중에 돈을 풀어주는 통화 팽창 정책을 택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통화 정책이 큰 효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주요 거시경제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의 큰 원인은 노동력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었지요. 임금 저하부터 해결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양적 완화 같은 통화 정책은 환율에 대한 영향을 제외하고는 큰 효력이 없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낮아진 금리가 산업 투자를 활성화시켰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투자 활성화에는 너무나도 많은 요인이 작용하는데, 미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쉽게 말해 '앞으로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살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야 기업도 물건을 제조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지요. 금리에 민감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집값입니다. 물론 주택대출(모기지)에 매달 넣어야 하는 금액은 집 수요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대부분 젊은이에게는 모기지의 첫 번째 분납금을 내는 것조차 상당한 진입 장벽이에요.

    금리 인하는 주식이나 땅 등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이는 자본가에게만 좋은 일이지요.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유해질 뿐입니다. 부의 효과(주가 상승으로 투자가들이 일부 이익금을 소비함에 따른 경기 활성화 효과)에 따르면 부자가 더 부유해질수록,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되고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는데(낙수 효과), 그 효력이 굉장히 미미해요.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층에게 임금은 한계가 있고 자산의 유동성도 굉장히 낮기 때문에 작아진 금리가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낙수 효과는 상당히 영향력이 작기 때문에 거의 무가치하다(nugatory)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의 통화 팽창 정책이 앞으로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봅니다. 자산 가격의 거품은 언젠가 터질 수 있고, 이는 더 큰 혼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은 수요를 늘리는 데 매우 제한적인 역할만 했고, 노동력이 약해지고 생산력이 저하되는 등 경제의 밑바닥에 깔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 회복을 위해서 어떤 금융 정책이 가능할까요?

    "경제 해결을 위해서 금융이 할 일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부채를 자산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예컨대 저는 국가도 수익채권(income bond·이익을 내지 못하면 이자를 주지 않는 채권)을 발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봐요. 수익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의 장점은 훨씬 더 투명합니다. 투자자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임금 데이터를 믿을 수 있을까요? 신뢰가 덜 가는 정부는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정부는 더 높은 신뢰를 얻기 위해 IMF 같은 독립 기관에 자신의 정보를 검증하도록 허락하게 될 것입니다. 수익채권 도입은 국가 경제 정보가 더 투명하게 공개되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디커플링(탈동조화·decoupling)

    한 나라의 경제가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성장하는 현상을 말한다. 커플링(coupling·동조화)의 반대 개념이다. 예전에는 세계 경제가 미국 경제와 같이 움직여왔지만, 중국과 인도 등이 성장하면서 미국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다른 경제권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주가나 금리가 다른 나라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