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국민 1인당 1891만원꼴… 증가율 GDP의 2배

2015. 12. 25. 18:36C.E.O 경영 자료

나랏빚 국민 1인당 1891만원꼴… 증가율 GDP의 2배

공공부채 1000조원 육박… 지자체-공기업 빚도 위험수위

정부 ‘GDP 대비 40%대 초반’ 목표… 공공기관 고강도 부채개혁 고삐

[동아일보]

정부의 든든한 곳간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정부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재정을 과감하게 풀어 충격을 흡수하고 경제를 반석에 다시 올려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성장이 둔화되고 경제 살리기와 복지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중앙과 지방정부 등 공공부문의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 속도보다 빚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11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2500조 원에 이르는 기업부채와 함께 한국 경제의 목줄을 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


○ 공공부문 부채 증가 속도 GDP의 2배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60% 이하면 재정이 건전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각국이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이 기준이 90%로 올라갔다.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41.8%에 불과하지만 최근의 부채 증가 추세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공공부문 부채 증가율은 2012년 9.0%에서 2013년 9.5%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6.5%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GDP 증가율(3.3%)의 갑절에 가깝다.

올해도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려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인 46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금, 누리과정 예산처럼 경직성 복지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용섭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증가 속도가 빨라진 지방정부 빚도 경계 대상이다. 저금리가 이어지자 지자체들이 복지사업과 대형 건설사업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식으로 빚을 내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부채 증가율은 2013년 1.7%에서 지난해 7.2%로 크게 높아졌다.

인천시의 경우 시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37.53%로 전국 평균(19.62%)을 훌쩍 뛰어넘었다. 영종하늘도시, 검단산업단지,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건설 등 대형 개발 사업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지방채를 대거 발행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복지 지출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부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 공기업 부채 2조 원 증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들이 대대적인 긴축경영에 들어갔음에도 지난해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는 오히려 2조 원가량 증가했다. GDP 대비 비금융 공기업 부채 비율은 27.5%로 일본(31.0%) 다음으로 높다. 한국과 일본 모두 공기업이 정부를 대신해 사업을 떠안아 추진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기업 부채의 경우 경영상 위기가 닥쳤을 때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만큼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실행에 옮긴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이른바 ‘에너지 공기업 3인방’은 2008년 이후 169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35조80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최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상당수 사업이 부실에 빠졌다. 그 결과 가스공사의 부채 비율이 2008년 73.3%에서 지난해 219.5%로 급증하는 등 이들 3개 공기업의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 “부채 더 보수적으로 관리”

미국이 9년여 만에 단행한 금리인상은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부채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으로 국채나 지방채 발행으로 인한 이자비용이 증가하면 이를 부담하기 위해 또다시 채권을 발행하는 상황이 벌어져 재정구조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채 총량 관리 △세입기반 확충 △재정정보 공개 확대 △강력한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부채 감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의 국가채무(D1) 비율을 GDP 대비 40%대 초반으로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늘어나는 복지 지출로 목표 달성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저성장으로 세수는 적게 들어오는데 복지지출은 줄이기가 쉽지 않다”며 “공공부채를 지금보다 더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