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3. 17:16ㆍ이슈 뉴스스크랩
“금괴 발견했지만 징역 살 때 참여정부가 빼돌려” 주장
고수정 기자(ko0726@dailian.co.kr)
![]() |
▲ 50대 정모 씨가 12월 30일 부산 사상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문현동 금괴 사건'과 관련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부산사상경찰서 |
“부산 남구 문현동 보물 창고 최초의 발견자임에도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사기와 무고 혐의로 고소당했다. 보물 약탈 배후 세력은 문재인이다.”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사상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무실에서 인질극을 벌인 정 모 씨(55)의 형 다큐멘터리 작가 정충제 씨(66)의 과거 주장이다.
정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와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믿기 힘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낼 당시 부산 남구 문현동 보물창고 도굴단에 면죄부를 줬고, 과거 도굴단이 탄 탐해 호(號)에서 약 한 달간 살았다고 한다. 참여정부가 도굴꾼과 모의해 발견 사실을 언론에 은폐하고 금괴를 빼돌렸다고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문현동 금괴 사건’이라 한다.
이러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동생 정 씨는 문 대표 사무실에 흉기와 시너를 들고 찾아갔다. 직원의 손목을 청테이프로 결박한 뒤 준비해온 시너 4ℓ를 바닥에 뿌렸다. 그러고선 ‘문현동 금괴 사건 도굴범 문재인을 즉각 구속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뒤 울부짖었다.
정 씨 형제의 황당무계한 주장의 시작,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
▲ 다큐멘터리 작가 정충제 씨는 부산 남구 문현동에 일본의 지하 어뢰 공장이 있고, 그 안에서 금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정 씨가 공개한 어뢰 공장 내부도와 수평굴 정체도. ⓒ정충제 블로그 |
‘보물창고’ 실존 주장에 이르기까지
정 작가는 공개석상에서 자신을 유명 다큐멘터리 작가로 소개한다. 논란이 되는 ‘문현동 금괴 사건’ 내용은 정 작가의 저서 ‘실화 황금 백합 작전’에 상세히 적혀 있다.
그는 1970년 진주교대를 졸업한 후 초등학교 교사로 10여 년간 봉직했다. 이후 동생이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전두환 정권에 의해 해직되고,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1년간 고생한 체험기를 ‘악몽의 363일’로 집필해 작가로 등단했다.
정 작가가 ‘보물 탐사’에 목매게 된 사연은 1989년 시작된다. 당시 빨치산 ‘정순덕’ 3권을 집필하고 지역신문에 연재하면서 청와대 이발사 출신의 박수웅(78) 씨가 보물탐사 중이라는 소문을 듣게 된다. 박 씨가 청와대에서 나온 후 만난 노인이 ‘일본군에게 문현동 일대 지하 보물위치를 들었다’고 했고, 그때부터 10년이나 보물 탐사에 빠졌다는 것.
이 보물은 일제 강점기 때 필리핀 주둔 일본군 사령관인 야마시타가 점령지에서 약탈한 것들을 우리나라를 비롯해 필리핀 등 세계 각지에 묻어 둔 이른바 ‘야마시타 골드’다. 일본군이 숨겨둔 보물의 양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탐사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작가는 저서를 통해 일제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점령지에서 보물을 약탈하고 일본 본토로 옮기는 ‘황금 백합 작전’을 세웠다고 주장한다. 보물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부산항으로 옮겨졌고, 잠수함에 실어 차례로 일본으로 이송됐다. 해당 잠수함 작업을 한 곳이 바로 부산 남구 문현동에 있는 일본군 어뢰제조 공장이라고 강조한다.
이후 정 작가는 어뢰제조 공장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여 년 만인 2002년 3월 2일, 문현동 건축폐기물업체 거창산업 부지의 지하 16m에 숨어 있던 일제 어뢰 공장 천장을 관통하게 된다. 정 작가는 자신이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최첨단 탐사장비가 지하 어뢰 공장의 실체를 증명했고, 이는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CIA도 인지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안을 촬영하자 이등충(伊藤忠) 세 글자가 적힌 황토색 마대가 쌓여 있었고, 그 안에 수십조 원의 금괴가 들어있다고 정 작가와 도굴 관계자 모두 확신했다. 그러나 정 작가는 도굴에 참여했던 관계자들과 투자자들로부터 사기범으로 몰렸고, 4년여간 징역형을 살았다.
![]() |
▲ 정 씨 형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참여정부가 도굴꾼과 모의해 금괴 발견 사실을 언론에 은폐하고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2011년 8월 부산 어뢰공장 강제노무자 유해발굴 및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전국일제피해자연합회. (자료사진) ⓒ데일리안 |
정 씨 형제가 문재인 대표를 찾아간 이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등 참여정부가 도굴꾼과 모의해 금괴 발견 사실을 언론에 은폐하고 빼돌렸다.”
정 씨 형제가 문 대표에 ‘원망의 화살’을 겨냥한 이유다. 특히 정 작가가 청와대 등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을 할 때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 사실 여부를 조사해 권력을 남용하고 해당 사건을 은폐해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고, 도굴단에 면죄부를 줘 결과적으로 국가에 귀속될 재산을 가져갔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0년 1월 자신이 믿고 있는 내용을 ‘실화 황금 백합 작전’에 담아 출간한다. 이후 정 작가는 ‘알 수 없는 권력에 의한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하며 2년 뒤 중국으로 피신했다.
그러다 2011년 8월 전국일제피해자연합회와 박계동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대일항쟁조사지원위원회에 부산 어뢰공장 강제노무자 유해발굴 및 진상조사를 촉구하면서, 정 작가가 주장한 어뢰기지의 실체와 금괴 설까지 함께 알려지게 됐다.
시간이 흘러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문현동 금괴 사건’ 주장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정 작가의 동생 정 씨가 문 대표의 부산 사무실에서 흉기를 들고 인질극을 벌였기 때문.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문 대표가 문현동 금괴 사건과 연관이 있다”며 “보물 탐사가인 친형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문현동에서 일본강점기 금괴가 숨겨진 굴을 발견했는데, 참여정부가 이런 사실을 알고 도굴꾼을 고용해 금괴를 먼저 빼돌리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형이 투자사기로 형사처분을 받게 돼 억울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음 날인 12월 31일에는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 부산·경남지부 회원 50여 명이 부산 사상경찰서 앞에서 금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저 희생자의 한을 풀어주고, 금괴와 관련된 문 대표의 해명을 듣고 싶을 뿐”이라고 정부와 문 대표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를 계기로 ‘문현동 금괴 사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정 작가의 주장이 실린 ‘실화 황금 백합 작전’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정 씨 형제의 주장에 대한 신빙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데일리안 = 고수정 기자]
'이슈 뉴스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획] 담배회사, 담뱃값 오르기 전 대량비축…수천억의 재고차익 올려 (0) | 2016.01.08 |
---|---|
항생제 쓰고도 '무항생제 고기' 축산물 인증 구멍? (0) | 2016.01.04 |
'더는 총기 안전지대 아니다'…밀수 등 반입 경로 다양 (0) | 2016.01.03 |
"이석기 편든 표창원, 정치 안한다더니 2달 만에..." (0) | 2015.12.29 |
종교인, 직장인보다 7.7배 낮게 세금 낸다…조세 형평성 문제 대두 (0) | 201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