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말고 따르라’에 대한민국은 분열

2016. 2. 18. 19:45C.E.O 경영 자료

 

        

‘묻지 말고 따르라’에 대한민국은 분열

이용욱·정환보 기자 woody@kyunghyang.com

입력 : 2016.02.17 22:32:58 수정 : 2016.02.17 22:42:40

ㆍ뉴스분석 - 주요 현안마다 선 결정, 후 설득…박 대통령의 ‘나 홀로’ 국정

박근혜 대통령의 ‘나를 따르라’식 국정운영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현안마다 극단적 결정을 강행하고, 사후 이해당사자 설득에 나서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정 방식에 반발하면 정부·여당은 ‘이적행위’ ‘대한민국에 대한 도전’이라는 식으로 찍어누른다. 주요 정책 시행마다 이해당사자는 배제되고, 이 때문에 ‘권위주의 부활’이라는 논란도 뒤따른다. 국정운영 동력은 손상되고, 국론은 분열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일방향 국정은 북핵과 장거리 로켓 발사 국면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 ‘체제 붕괴론’까지 언급하는 등 출구 없는 강경책을 천명하고, “안보위기 앞에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따로일 수 없다”며 무조건적 단합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여론을 살피지 않고 독단으로 밀어붙이면서, 반대 여론에는 “북한이 바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잘랐다.

남북 화해의 정점 격인 개성공단도 청와대 주도로 중단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개성공단 자금이 북 지도부에 흘러들어 갔다’는 논리를 앞세워,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은 일절 묻지 않은 채 10일 전격적으로 공단 폐쇄를 의미하는 전면 중단을 강행했다.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해온 기업주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일 수 있지만, 법적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개성공단을 ‘임기 2년’ 남은 현 정부가 감정적으로 중단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를 미국과 공식화한 것을 두고도 비판 여론이 제기된다.

정부는 당초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을 고려해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7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즉시 논의를 공식화했다.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 태도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을 느낀 박 대통령의 뜻이 사드 배치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말이 나온다.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나 홀로 국정’의 증거다. 위안부 합의의 경우 정부는 피해 할머니들은 물론 관련 단체와 협상 내용을 공유하거나 상의하지 않은 채 ‘최종적·불가역적’이라며 지난해 12월 협상을 타결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반대 여론이 더 많았지만, 박 대통령은 “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魂)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11월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더 큰 문제는 비판 여론을 불허하는 정부와 여권의 태도다. 당장 박 대통령의 북한 붕괴론 등 대북 강경책 천명에 대해 야권이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왜곡된 시각으로 정치공세화하면서 북한이 원하는 남남갈등 조장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색깔론을 덧씌웠다. 앞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됐을 때도 여권은 “합의를 수용하지 않으면 문제는 24년 전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