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8년간 4배 성장?…본사만 커졌다

2016. 3. 11. 18:34C.E.O 경영 자료

편의점, 8년간 4배 성장?…본사만 커졌다

가맹점 수 마구잡이식 확장에 점주들 매출액은 ‘제자리걸음’

신규 점포 ‘거리 제한’ 해석 제각각…본사 상대 소송도 잦아

 

편의점 본사의 지난 8년간 매출액이 최고 4배 증가할 동안, 가맹점주의 매출액은 제자리걸음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GS는 가맹점주의 매출액이 8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 편의점 본사들이 가맹점 수익을 챙기기보다는 점포 늘리기에 주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점포가 늘어나면 본사 이익은 늘어나지만 가맹점주들은 ‘출혈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영업표지별 정보공개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세븐일레븐의 매출액은 2007년 5516억753만원에서 2014년 2조3755억5940만원으로 4.3배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07년 30억1800만원에서 342억1230만원으로 11배 늘었다. 반면 편의점 가맹점주의 평균 매출액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2007년 4억488만원이던 세븐일레븐 가맹점주의 매출액은 2014년 4억1804만원으로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GS, CU도 본사 매출액이 각각 2조7559억5083만원에서 4조9583억7399만원, 1조5332억7070만원에서 3조3031억3720만원으로 1.8배, 2.1배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GS가 693억5727만원에서 1433억7464만원으로 2배, CU가 318억8746만원에서 1124억6402만원으로 3.5배 늘었다.

반면 GS 가맹점주의 매출액은 2007년 5억4600만원에서 2014년 5억4124만원으로 500만원가량 감소했고, CU 가맹점주는 5억1554만원에서 5억2048만원으로 5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본사 이익은 급증한 반면 가맹점주의 매출액이 제자리인 것은 본사들이 가맹점주들의 영업을 보호하지 않은 채 점포 늘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부산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연 안모씨(38)는 지난해 8월부터 가게 문을 닫고 임대점포를 놀리고 있다. 입점 두 달 만에 인근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선 뒤 한 달 600만원이던 수익금이 1년 뒤 380만원으로 급감했다. 안씨는 세븐일레븐 본사가 “250m(도보통행 최단거리 기준) 내 신규 가맹점을 출점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어겼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부산지방법원에 소송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안씨가 잰 거리는 245m, 본사가 잰 거리는 252m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을 미뤘다. 부산지방법원은 “안씨 방법으론 246m, 본사 방법으론 251.5m가 인정된다”면서도 250m에서 불과 4m 짧은 것은 계약해지 사유가 아니라며 기각했다.

안씨는 세븐일레븐 본사가 도보최단거리를 부당하게 늘렸다고 주장했다. 도로를 횡으로 가로지르거나 모서리를 끼고 걷는 일반 보행 패턴과 달리 본사는 직각으로 꺾어 길을 건너거나 길 한가운데서 방향을 트는 식으로 측정거리를 늘렸다.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 수를 늘릴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가맹점 수익의 일정부분을 가맹수수료로 받을 뿐만 아니라 물품 납품, 인테리어, 광고 산정 등에서도 점포가 많을수록 본사는 이윤이 커진다.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가맹점에는 위약금을 징수한다. 2014년 폐업한 자영업자 68만명 중 14만366명(20.6%)이 편의점 등 소매업 폐업자였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점포 간 거리규제는 가맹점주의 실수익과 직결된 사안이므로 가구수나 인구수, 거리 측정 방법을 명시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