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와 '알박기'로 돈 버는 악질 헤지펀드들
2016. 3. 27. 19:12ㆍC.E.O 경영 자료
명문대 나와 '알박기'로 돈 버는 악질 헤지펀드들
[행동재무학]<133>금융질서 해치는 벌처펀드의 못된 버티기(holdout) 수법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입력 : 2016.03.27 09: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2월 말 채무탕감을 거부하며 장기 소송전을 벌여온 미국계 헤지펀드 4곳에 아르헨티나가 결국 무릎을 꿇고 채무상환에 합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이로써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뒤 15년을 끌어온 아르헨티나의 외채 상환 문제는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번 합의로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을 챙긴 헤지펀드들의 활약상(?)을 앞다퉈 소개했습니다. 지난해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 매집한 뒤 합병 반대 투쟁을 벌인 것으로 악명이 높은 엘리엇매니지먼트도 이들 가운데 한 곳입니다. 엘리엇은 이번 합의로 300%가 넘는 고수익을 챙겼다고 하지요. 하지만 채무위기에 직면한 나라의 국채를 아주 헐값에 사들인 뒤 채무탕감을 거부하고 끝까지 버티기(holdout) 전략을 벌이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헤지펀드들의 악질적인 수법을 국제 금융계와 사법계는 결코 곱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헤지펀드(hedge fund)는 소수의 부유한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다양한 첨단 투자기법을 동원해 고수익을 추구하는데 이 사건의 주인공은 그 중에서도 소위 벌처펀드라 불리는 악질적인 헤지펀드들입니다. 썩은 고기를 파먹는 대머리 독수리(vulture·벌처)에 비유한 겁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01년 아르헨티나가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채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채권자와의 협상을 거부한 채 모든 채무상환을 거부하면서 시작됩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과 채권단의 굴욕적인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며 쩔쩔맸던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러자 채권자들은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켜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를 두려워한 아르헨티나가 채무 협상에 응할 거라 여겼던 거죠. 하지만 채권자들의 오산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애가 탄 건 채권자들이었고 하나둘씩 아르헨티나가 제시한 70% 채무탕감 조건에 합의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2010년까지 93%에 달하는 디폴트 외채가 이렇게 탕감됐습니다. 여기까진 채무상환을 완강하게 거부한 아르헨티나의 승리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벌처펀드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아르헨티나가 채무위기에 빠졌을 때 아르헨티나 국채를 아주 헐값에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아르헨티나와의 채무조정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채권 전액을 받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채권자들이 아르헨티나가 제시한 채무탕감 조건을 받아들일 때 4개 헤지펀드만은 끝까지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며 거부했습니다. 마치 토지보상금을 노리고 '알박기' 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압박용으로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 중인 아르헨티나의 훈련용 해군 함정을 압류합니다. 일개 헤지펀드가 한 국가의 해군 함정을 압류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입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분개했습니다. 그러자 국제연합(UN)이 나서서 해군 함정을 돌려줍니다. 그리고 장기 소송전에 들어갔습니다. 벌처펀드들은 아르헨티나를 미국 법정에 세웁니다. 한 주권국가를 뉴욕의 조그만 법정에 소환하는 치욕적인 일을 벌인 거죠(사실 벌처펀드들이 사들인 아르헨티나 국채에는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뉴욕주에 위치한 미국 법원에서 해결한다는 조항이 명기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85세의 뉴욕 판사는 벌처펀드들의 손을 들어 줍니다. 나아가 아르헨티나가 헤지펀드의 채무를 갚지 않으면 뉴욕의 은행시스템을 통해 지불되던 여타 아르헨티나의 채무상환도 금지한다는 판결을 덧붙입니다. 이 판결은 아르헨티나의 숨통을 결정적으로 조이는 거나 다름 없었고 결국 아르헨티나는 백기를 들고 맙니다. 이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면 기분이 참 씁쓸해집니다. 사실 누가 좋은 사람인지 누가 나쁜 사람인지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처음엔 무턱대고 채무상환을 거부한 아르헨티나가 나빴지만 나중에 등장한 벌처펀드에 대해서도 분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주권국가를 뉴욕의 작은 법원에 소환해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행위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벌처펀드가 똑똑한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절대로 영웅은 아닙니다. 아르헨티나 사태에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들은 바로 타협을 완강히 거부하고 끝까지 버틴 벌처펀드들입니다. 이에 반해 많은 보통 채권자들은 아르헨티나의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며 손실을 분담했습니다. 합리적으로 행동했던 사람들이 가장 큰 손실을 입었고 비상식적으로 어거지를 부린 사람들은 가장 큰 이익을 챙겼습니다. 실제로 이처럼 채무조정을 방해하는 헤지펀드의 악질적인 버티기 수법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의 질서가 훼손되고 있습니다. 2012년 그리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일단의 벌처펀드들이 60억 유로어치의 그리스 국채를 사모은 뒤 채무조정을 끝까지 거부했고 결국 이들에게 원리금 전액을 상환해주고 말았습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제2의 아르헨티나와 같은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IMF와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등이 채무조정을 방해하는 헤지펀드의 못된 버티기 행태를 제한하는 조항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입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는 여행길에 강도를 만나서 폭행을 당해 죽을 지경이 돼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있는 사람을 구해준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보고 다 피해서 지나쳤지만 사마리아인만은 정성껏 보살피고 구해줍니다. 그런데 도와 주기는 커녕 소지품을 뒤지고 옷이나 신발을 빼앗아 간다면 어떻겠습니까? 벌처펀드들이 채무위기에 빠진 국가를 상대로 벌이는 짓거리는 깡패와 다름이 없습니다. 좋은 머리를 나쁜 쪽으로 굴려 돈을 버는 악질 헤지펀드가 정말 역겹습니다. 한편, 4개의 벌처펀드 가운데 하나인 엘리엇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면서도 아르헨티나에서와 똑같은 '알박기' 수법을 썼습니다. 합병 직전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했고 합병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각종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패배한 후에도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과 주식매수청구 가격 조정 소송 등 법적 다툼을 지속했습니다.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유리한 조건으로 자신들이 매집한 주식을 되파는 것이었고 다른 주주나 삼성물산 합병 자체엔 아무런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엘리엇이 지난 23일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했던 일체의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앞서 지난주 삼성 측과 매수청구권 가격에 합의한 뒤 삼성물산 지분도 모두 처분했구요. 엘리엇이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물러난 겁니다. 이렇게 엘리엇이 '백기'를 든 것은 이미 우리나라 1심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 주었고,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금융당국이 엘리엇을 검찰에 통보하면서 궁지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엘리엇의 알박기 전략이 한국에선 전혀 먹히지 않은 거죠. 너무 통쾌한 일입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3월 27일 (06: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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