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중앙은행 발권력 동원하려면 국민적 합의 거쳐야”

2016. 4. 29. 19:55C.E.O 경영 자료

한은 “중앙은행 발권력 동원하려면 국민적 합의 거쳐야”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입력 : 2016-04-29 12:05:00수정 : 2016-04-29 12:05:

한국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한국판 양적완화’ 주장에 대해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측의 한은 발권력 동원 움직임에 한은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한은 윤면식 부총재보는 2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대한 브리핑 중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면 그건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고 전제한 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해 재정의 역할을 대신하려면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이 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 필요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재정 투입보다 한은이 새로 돈을 찍어 출자나 채권 인수 등의 형식으로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는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달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로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예산 편성이라는 정공법 대신 손쉬운 한은의 발권력에 기댄 ‘꼼수’인데다, 대기업 지원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좋지 않은 전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부총재보는 “기업 구조조정을 포함한 구조개혁이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필수적 과제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시급한지에 대해선 여러가지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보다 중앙은행의 기본원칙에 부합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