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업?… 흙·햇볕 없이도 재배하죠”

2016. 6. 22. 18:19C.E.O 경영 자료

[밀착취재] “미래의 농업?… 흙·햇볕 없이도 재배하죠”

농업기술 연구·개발·보급 선도하는 농진청 연구원들

세계일보

스마트온실에서 연구원들이 당귀 뿌리 발육상태를 살피고 있다. 온실에는 당귀, 청경채, 방풍 등이 재배되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이다. 고려 말기의 학자 문익점은 중국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들여와 이 땅에 보급했다.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는 제주도에 귤을 보급했고 한국 땅에 맞는 무와 배추의 새 품종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또 척박한 강원도 땅에 적합한 ‘무병 씨감자’를 만들어 6·25전쟁 이후 한국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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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이 인공기상으로 설정된 실내환경조절실에서 재배 중인 벼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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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기후로 설정된 옥외환경조절시설에서 재배 중인 감자의 생육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여기 미래의 문익점, 우장춘을 꿈꾸는 농촌진흥청 연구원들이 있다. “미래엔 지금보다 작물의 씨알이 작고 발육상태가 좋지 않을 거로 예상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연구하는 것이 저희 일입니다.” 유엔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 기후로 설정한 옥외환경조절시설에서 감자를 관찰하던 연구원 신평(30)씨의 말에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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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잎을 먹는 누에. 새 품종을 개발하고 증식시켜 각 농가에 보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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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개발한 거베라 신품종의 발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는 박종택(36) 연구원.


1962년 경기도 수원에서 문을 연 농촌진흥청은 2014년 전북 전주혁신도시로 이전해 농업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보급, 경쟁력 향상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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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39) 연구원이 농업유전자원센터 중기저장소에서 30년간 저장이 가능한 21만여종의 종자 자원을 살펴보고 있다.


흙과 햇볕이 없는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온실에서는 연구원들이 LED, 형광등의 인공 빛과 물에 비료를 섞은 양액을 사용해 당귀, 치커리, 청경채 등 채소를 키우며 발육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초기 설치비용은 높지만 40일 만에 최고의 상품을 수확한다고 하니 미래의 경제성이 돋보인다. 원예학을 전공한 문현우(29) 연구원은 방진복을 입은 채 온실 곳곳에서 양액을 주입하고 PH 농도를 체크한다. 한국 농업을 선진화시키고 기능성이 좋은 식물을 개발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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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은행인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최적의 상태로 보관된 종자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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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공학실험실에서 양세환(27) 연구원이 트랙터 안전교육용 시뮬레이터를 조작해보고 있다. 농기계 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종자은행인 농업유전자원센터에는 국가등록번호를 부여받은 21만여 종의 종자들이 중기저장소(30년), 장기저장소(100년), DNA은행(영구보존)으로 구분, 보관돼 있다. 경쾌한 스프링클러 소리와 온기로 가득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온실에도 형형색색의 선인장과 화려한 색상의 신품종 거베라가 농가 보급을 기다리고 있다. 안전공학실험실에서는 젊은 연구원들이 트랙터 안전교육용 시뮬레이터를 조작해보며 더 안전하고 편리한 농기계 제작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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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고서보존서고에 보관 중인 ‘농가집성’.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보고다.


농업은 전 세계 13억 명이 종사하는 거대 산업이자 2050년 90억 명을 넘어서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미래의 농업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에 대응하면서 인류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 돼야 할 것이다.

전주=사진·글 이제원 기자 jw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