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담수 3분의1은 지하에…땅속에 댐을 세운다

2016. 7. 9. 22:12C.E.O 경영 자료

[Science &]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담수 3분의1은 지하에…땅속에 댐을 세운다

쏴아아아.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진다. 물이 넘친다. 저수지, 댐에도 물이 찬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지하수 수위는 내리는 비와 함께 조금씩 상승한다. 여름철 땅속에 풍부한 지하수를 저장할 수 있다면 물이 부족한 봄이나 겨울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토양을 흐르며 자연 정화되는 지하수는 우리가 먹고 있는 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된다. 하지만 인간의 남용으로 지하수의 양은 점점 줄고 있다.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우리 과학자들은 땅속에 댐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물 부족 해결을 위해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거나 물을 재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지표 밑을 흐르는 지하수 관리도 필요하다. 바닷물은 염도가 높아 수자원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인간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은 염분이 없는 '담수'. 하지만 담수의 3분의 2는 빙하와 만년설이고 하천과 호수는 1%도 채 되지 않는다. 담수의 3분의 1은 땅속에 있다. 지하수다. 지하수를 땅속의 숨은 보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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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연간 지하수 개발 가능량은 141억7000만㎥에 달한다. 하지만 이용량은 39억㎥에 불과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이 양은 우리나라 전체 용수 사용량의 11%에 불과하다. 하규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연구실장은 "우리가 밟고 있는 땅속에는 호수와 강보다 수백~수천 배 많은 물이 저장되어 있다"며 "기후변화,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제는 지하수를 활용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미 지하수는 우리 생활 깊숙이 활용되고 있다. 마시는 물과 음료, 주류의 원료도 모두 지하수다.

지하수는 땅속을 흐르면서 자연 정화된다. 하 실장은 "지하수가 토양과 암반층을 거치면서 오염물질이 제거된다"며 "이것은 정수기에서 물이 정화되는 원리와 동일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흡착, 화학분해 반응으로 세균도 걸러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이 땅속을 흐르며 자연 정화되면 인위적으로 정수 처리할 때 발생하는 '트리할로메탄' '할로아세틱산' 같은 화학물질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지하수가 좋다고 무조건 뽑아 쓰면 고갈과 함께 지반 침하가 일어난다.

비가 오면 대부분의 물은 바다와 강으로 흘러간다. 일부는 땅속으로 스며드는데 이를 '함양'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낮아진 지하수 수위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땅속에 물을 채우고 있다. 이를 '인공 함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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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인공 함양 방식은 '저류지'를 만드는 것이다. 지하수가 흐르는 곳에 인위적으로 물을 모아놓으면 천천히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지하수의 수위가 높아진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9년 제주도 제주시에 인공 저류지를 만들었다. 2010년에 200만t 이상의 물이 지하로 흘러들어갔으며 비가 적게 오는 해에도 연간 50~70t의 물을 지하수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지하로 흘러들어간 물은 4~5년 뒤 먹을 수 있는 생수가 된다. 하 실장은 "지하수는 땅속에서 하루에 수~수십 m 이동하지만 1년에 수 m만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며 "지금 내린 빗물은 수개월~수년을 거쳐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생수가 된다"고 말했다.

지하수가 흐르는 곳에 기다란 관을 넣어 지하수에 물을 직접 채워주는 방식도 활용된다. '관정 주입' 기술로 불리지만 저류지 방식과 비교하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하 실장은 "오염된 물을 관에 넣으면 지하수까지 오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수 수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식은 지하수댐을 설치하는 것이다. 지하수댐은 지하수가 흐르는 길목에 차수벽을 설치해 지하수가 흘러가는 것을 막는다. 지상에 있는 댐과 같다. 지하댐은 일반적인 지상댐과 비교했을 때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땅속에 물이 차 있기 때문에 증발할 우려가 없다. 계절과 관계없이 연중 일정한 온도의 지하수를 얻을 수 있으며 수몰 지역도 없다.

하 실장은 "하지만 땅속 지하수의 흐름과 양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밀한 조사 및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6개의 지하수댐이 건설돼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속초의 쌍천댐은 하루 3만3000㎥의 식수를 공급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물론 가뭄이 자주 발생하는 호주에서는 대규모 지하수댐을 땅밑에 건설해 지하수를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이 부족한 국내에서도 이 같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하수댐 건설을 위해서는 최적의 위치 선정을 위한 조사분석 기술, 취수량 증대를 위한 설계 기술, 지하수 누수 방지와 해수 침수를 막을 수 있는 차수공법 등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정부 각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김계현 인하대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상습 가뭄 피해 지역은 용수 공급을 위한 대책으로 지하수댐을 도입해야 한다"며 "친환경적 수자원 확보시설인 만큼 소규모 급수 지역에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