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4. 19:50ㆍC.E.O 경영 자료
탈북민 3만명시대..'생계형'부터 '금수저'까지, 지원은?
[[the300][런치리포트-탈북민 3만명시대]① 정부, 탈북민 지원책 다양 불구 체계적 관리 부재로 '생활고' 고통]
지난 18일 가족과 함께 탈북한 의사 출신의 40대 남성 A씨가 인천의 한 빌딩 유리창을 닦다 추락해 숨졌다. A씨는 북한에서 의사로 일하다 아내의 간질환과 고혈압 치료를 위해 2006년 한국으로 입국했다. A씨는 아내의 치료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죽기 전까지 공사장 막노동 등 일을 가리지 않고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에 최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의 한국행이라는 고위 간부의 망명까지 탈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이후 탈북민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유지해왔고, 2012년 이후는 연간 1200~1500여명이 평균적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올해 3월 기준,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 수는 2만9000여명이 넘는다. 탈북민 3만명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탈북자 13명이 지난 4월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모처에 도착해 숙소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통일부는 4월 8일 해외 북한 식당에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지난 7일 서울로 입국했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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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안착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제도적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사망한 A씨처럼 북한에서는 엘리트로서의 삶을 누렸지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는 생계 조차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북한에서 살았던 때가 생활수준이 더 높았다’고 탈북민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는 탈북민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착을 위한 지원 제도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탈북민이 입북하는 즉시 거치는 하나재단의 교육을 마치면 1인 세대를 기준으로 초기정착금 700만원을 지급한다. 2인세대는 1200만원, 3인 1600만원, 4인 2000만원, 7인 세대는 3200만원을 받게 된다. 또 주거지원금은 1300만원을 지급한다.
일자리 관련 장려금으로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등을 명목으로 최대 2440만원까지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정부는 미래행복통장 제도를 운영, 탈북민이 미래행복통장을 만들어 매월 최대 50만원을 2~4년 동안 저축하면 저축한 만큼 정부도 지원해 만기에 되돌려 받게 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지날 수록 이들의 생활 수준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으로 취업 등이 쉽지 않고, 정부의 정책도 초기에 정착하기 위한 지원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탈북민 고용 사업체에 대한 혜택 등 장기적으로 남한사회에 정착해 살아나갈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례로 탈북민 고용 업체의 생산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의무적 노력을 해야한다는 법안 등 탈북민 정착 및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법안들이 19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줄줄이 폐기됐다.
탈북민 지원을 위한 법안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데다, 탈북민들의 경제적 상황 등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과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은 최근 각각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지원을 위해 실시되는 실태조사에서 조사항목 중 소득지표를 구체화하고, 탈북민의 정착계획을 매년 의무적으로 점검하는 내용을 담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탈북민 실태조사 시 개인별 소득 내용 뿐 아니라 가구소득과 자산 등 가구단위 경제상태에 관한 사항을 조사할 필요가 있고, 탈북민의 원활한 적응을 위해 기본 계획을 정기적으로 수립하고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탈북민 가족의 자산구조 등 경제적인 부분과 안정적 정착이라는 정서적 적응을 위해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화되는데 필요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탈북민들이 언어 소통문제도 있고, 기본 지식상의 차이로 인해 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생산이 떨어지는 면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좌절감이 쌓이면서 삶에 대한 인식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민들이 성공하려면 한국에 먼저 정착한 사람들이 정착과정에 느낀 차이 등에 대한 교육이 먼저 필요하다”면서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와 공존하는 연습이 필요한데 결국엔 시스템이 돼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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