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지방권력> 혈세로 아내 밭 석축쌓고 부부동반 해외출장

2016. 9. 6. 22:45C.E.O 경영 자료

<고삐풀린 지방권력> 혈세로 아내 밭 석축쌓고 부부동반 해외출장

곳간 비었는데…광역단체장 억대 연봉에 업무추진비도 수억원

막강한 인사권으로 공무원 장악…허가권 등으로 '검은 거래' 이어지기도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방권력의 두 꼭짓점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비리와 일탈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권이 개입된 '검은 거래'에서부터 인사를 대가로 한 뇌물수수까지 그 유형이나 수법도 다양하다.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소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인사권을 비롯해 예산,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이 그들의 손에 있다.

엄격한 자기 검열 의지나 노력이 없다면 언제든 검은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 지방권력 주변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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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강한 인사권…공무원 줄서기·논공행상 논란 반복

단체장의 인사권은 공무원을 복종시키는 막강한 수단이다. 공무원들이 승진과 보직의 '목줄'을 잡고 있는 단체장의 눈치를 보며 '예스 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선거 때마다 공무원 줄서기, 논공행상 논란이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단체장이 바뀌면 전임 단체장 때 잘나갔던 이들이 한직으로 밀려나는 게 관행처럼 됐다"며 "단체장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불합리한 지시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막강한 인사권이 비리로 이어지고, 심지어 '매관매직'까지 불러온다.

비서실장을 통해 수천만원을 받고 50여명의 근무평정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박철환 전남 해남군수와 승진 후보 배수에 들지 못한 특정인을 승진시켜 징역 3월, 집행유예 1년을 받은 신현국 전 경북 문경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단체장의 인사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서울시는 소방직을 포함해 소속 공무원이 1만6천900여명에 이른다. 전북과 충북 등 규모가 작은 자치단체도 지사가 인사를 하는 공무원이 각각 3천200여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30여만명에 달하는 지방공무원 인사가 단체장들의 손에 달렸다.

단체장이 틀어쥔 수천억∼수조원의 예산 편성권과 사업 인·허가권도 비리로 이어지는 통로 중 하나다.

임각수 충북 괴산군수는 군비 2천만원을 들여 부인 밭에 석축을 쌓은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안상수 경남 창원시장은 유럽 출장에 동행한 부인의 비즈니스석 왕복 항공료 859만원을 시 예산으로 결제했다. 지난해 중국 출장 때도 부인과 동행하면서 항공료 240만원을 지출했다.

혈세를 마치 쌈짓돈처럼 쓴 셈이다. 자치단체장이 예산을 틀어쥐고 있으니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것이다.

단체장의 인·허가권은 '음습한 거래'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교범 경기 하남시장은 개발제한 구역 내에 가스충전소 허가를 내준 비리로 구속기소 됐다. 이 시장은 브로커에게 자신의 변호사 비용 2천여만원을 대납하게 했다. 법이나 규정이 있어도 이를 운용하는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단체장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추문이나 비리에 연루되는 사례가 더 많다.

한 청주시의원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자는 취지로 마련한 바자행사에서 거둬들인 수익금 일부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다 경찰에 입건됐다.

행정기관의 비리를 감시하고 독주를 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장학금 모금을 핑계로 행사를 연 뒤 학생에게 전달할 돈을 '꿀꺽'한 것이다.

경남 의령군의회는 의장 선거 과정에서 자리 나눠 먹기를 위해 '혈서 각서'를 쓰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주민의 목소리를 수렴해 지방 행정에 반영시키고, 집행부를 견제·감시해야 하지만 도덕적 일탈과 비리 탓에 오히려 지방자치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지역 토호세력의 권력 차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일고 있다.

◇ 곳간 비었어도 업무추진비는 '펑펑'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자치단체는 재정여건이 열악해 중앙정부에 의존해 살림을 꾸려가는 것이 현실이다.

곳간은 비었지만, 적지 않은 예산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연봉, 업무추진비, 의정 활동비 등으로 배정한다.

자치단체장은 억대 연봉에 더해 매년 수억원의 업무추진비를 받는다. 경기지사의 연봉과 기관운영·시책 업무추진비는 각각 1억1천700만원, 4억원이다.

대구시장 역시 연봉 1억3천만원과 업무추진비 2억7천만원을, 경남지사도 연봉에 더해 2억6천500만원을 쓸 수 있다.

지방의원의 연봉은 경기도의회가 6천321만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시의회가 6천250만원이다. 다른 광역의회도 대부분 6천만원에 육박한다.

의원 연봉 가운데 의정 활동비는 1천800만원으로 같지만, 월정수당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는 월정수당 인상을 추진하다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광역의회의 업무추진비는 의장 5천여만원, 부의장 2천500여만원, 상임위원장 1천500여만원이다. 이렇게 쓰이는 전국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는 연간 4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원들의 업무추진비는 사실상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다 물의를 빚는 등 부도덕한 업무추진비 사용 때문에 구설에 오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방의회에 들어가는 '혈세'는 이뿐 아니다. 매년 해외연수비가 지급되고, 해외 출장 등을 갈 때 오가는 항공료, 체재비가 지원된다. 광역의회마다 1년 운영예산이 자그마치 100억원대 달한다. 시·도 가운데 규모가 작은 충북도의회만 하더라도 운영예산이 98억7천만원이다.

◇ 주민소환제·사회적 감시체계·처벌 강화 한 목소리

자치단체장이 인사권, 예산 편성권,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력을 틀어쥐고 있어 비리가 횡행하는 데도 이를 견제할 지방의회마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주민소환제 기준 완화, 공모제 인사 확대, 사회적 감시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남기헌 충청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지자체 비리의 가장 큰 원인은 견제 없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라며 "내부 고발자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관계 당국의 감사활동에 시민단체를 참여시키는 등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민소환제 기준을 완화하고 개방형 공모제를 적극 도입해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의원 자질이 바뀌지 않으면 답이 없는 만큼 선거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수혈하고 제도와 시스템 개선을 통해 일하는 의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미덕 광주 시민단체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단체장의 권한 남용을 막으려면 청문회, 인사위원회 등을 활성화해 인사권이 적절한 의사결정을 거쳐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며 "단체장에 집중된 권한 일부를 의회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변우열 이정훈 최수호 최찬흥 김상현 손상원 기자)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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