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8. 21:08ㆍ이슈 뉴스스크랩
김영란법 첫날 저녁, 여의도·인사동 고급식당가 '썰렁'
"예약 없거나 5분의 1 수준..인건비·임대료 겁나" 시민들 "더치페이 하겠다..좋은 변화 기대한다"뉴스1 김일창 기자,김태헌 기자 입력 2016.09.28. 20:28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김태헌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첫날 저녁,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인근의 고급 음식점은 말 그대로 썰렁했다.
반면, 육개장이나 순대국밥 등 저렴한 가격의 식당들은 평소처럼 손님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들 식당에서도 본인이 먹은 것은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국정감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 고급 음식점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었다. 한 빌딩 지하 식당가에 입점한 고급 일식집 대표 A씨는 "한 마디로 처참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오후 서울의 한 한정식집 모습 2016.9.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9/28/NEWS1/20160928142421519xpgl.jpg)
A씨는 "오늘 저녁 예약한 팀이 단 2팀"이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우리집에 예약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룸(방)이 총 16개 있는데 지금(오후 7시) 룸 두 곳만 손님이 있다"며 "평소 10팀 정도 예약이 들어와서 분주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 세상"이라고 말했다. 식당의 열린 공간인 식탁 자리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A씨의 일식집은 저녁 코스 요리가 모두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3만원 이상이다. 다른 일식집에서 앞다퉈 내놓고 있는 이른바 '김영란 정식'(보통 2만9000원)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여기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그런 질문 못 한다"며 "점심에 한해서 그 가격대를 맞추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법의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하듯 나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그러나 어느 정도 정책적 뒷받침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A씨의 일식집과 달리 같은층에 있는 순대국밥집과 한식집은 손님들로 붐볐다. 야근 전에 저녁을 먹으러 왔다는 회사원 김모씨(36)는 "동료와 함께 야근 전 저녁을 먹으러 왔다"며 "순대국밥 값이 7000원인데 김영란법이 각인돼서 인지 각자 계산했다"고 밝혔다.
된장찌개와 몇 가지 반찬을 내놓으며 저녁을 제공하는 한식집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에 참가하고 저녁을 먹으러 왔다는 박모씨(39)는 "김영란법 시행을 반긴다"며 "(식사하는 사람들이) 동료일 뿐이지만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식사값은 각자 계산할 거다"고 말했다.
오래된 한정식집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도 여의도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날 오후 6시30분쯤 찾은 한 한정식집은 적막함 속에 틀어놓은 텔레비전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오모씨(62·여)는 종업원 5명과 함께 마루에 걸터앉아 말없이 한숨만 쉬고 있었다.
오씨는 "오늘은 물론이고 10월 한 달 예약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다"며 "어떻게 장사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곳 상차림 가격은 점심 3만원, 저녁 6만원으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제한하는 1인당 식사비 3만원을 넘는다. 하지만 오씨는 170만원가량의 월세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더 낮은 가격의 메뉴를 만들어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다른 한정식집도 사정이 마찬가지였다. 인사동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D 한정식집 사장 안모씨(61·여)는 "예약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다. 오늘부터 뚝 끊겼다"며 "전화라도 오면 가격 조정을 해 메뉴를 맞춰서라도 팔 텐데 문의 전화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안씨는 "김영란법 이전에도 불경기였지만 이 정도로 손님이 없는 건 30년 만에 처음"이라며 "점심부터 저녁까지 오늘은 문 만 열어놓은 꼴이다"고 말했다.
비교적 손님이 있는 일반음식점을 찾은 시민들도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한 국수집에서 만난 회사원 전모씨(30)는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예전보다 돈을 많이 쓰게 될 것 같아 씀씀이를 줄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예전 같으면 만두라도 하나 더 시킬텐데 보다시피 둘이서 국수만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식사하던 김모씨(28)는 "선배가 사줄 수도 있는 식사자리지만 더치페이하기로 했다"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위법이고 아닌지 잘 모르기 때문에 당분간은 최대한 사람을 안 만나고, 만난다 하더라도 각자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회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회사원 안모씨(32·여)는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 안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회사 회식은 줄어들 것 같은 분위기다"며 "야근만 없으면 정말 저녁이 있는 삶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김모씨(30)는 "김영란법 시행 첫날이 끝나는데 기사를 통해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걸 느꼈다"며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사회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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