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창간기획-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5) 지배할 뿐 책임지지 않는 권력…여기 시민의 자리는 없다

2016. 11. 3. 18:54C.E.O 경영 자료

ㆍ다수에 휩쓸리고 ‘영웅’ 찾는 개인들…거기 공화국은 없다
ㆍ국민을 지켜야 할 국가의 부재

구의역 사고 현장에 ‘민주공화국’은 없었다.<br />사람들은 어쩌다 이런 나라에 살게 되었는가를 묻는다.<br />민주화 이후 30년, 민주공화국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br />지금,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할지 다시 생각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근 기자

구의역 사고 현장에 ‘민주공화국’은 없었다. 사람들은 어쩌다 이런 나라에 살게 되었는가를 묻는다. 민주화 이후 30년, 민주공화국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지금,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할지 다시 생각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근 기자

‘비선 실세’가 대통령 연설문을 건드렸다. 공직 인사와 국정 전반에 관여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던 그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가. 지금 이 질문은 사치스럽게 들린다. 

그럼에도 ‘민주공화국’을 말하는 것은 중요하다. 폐허 위에서 민주공화국이라는 집을 새로 지어야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원초적 물음을 던져야 할 때다. 홍세화씨(장발장은행장)는 “이번 사태같이 전근대적인 ‘국가의 사유화’가 가능했던 원인과 배경을 살펴야 한다”며 “정부·국회·사법부·검찰·경찰·국정원 등 국가 공적 기관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발판으로 기능했다는 점을 놓치면 안될 것”이라고 짚었다. ‘공적인 것(res publica)’에서 출발하는 민주공화국의 모토와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김경희 성신여대 교수는 “민주공화국의 핵심가치라 할 수 있는 법치와 공적 질서는 완전히 부정됐다”며 “한국 사회가 껍데기만 민주공화국일 뿐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난 지금이야말로 민주공화국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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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지난 5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살 김모군이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죽었다. 비정규직 청년의 외롭고 궁한 죽음이었다. 그의 곁에 나라는 없었다. 위험마저 외주화하는 사회에서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 사람들은 슬퍼하고 분노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빼곡히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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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포스트잇에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썼지요. 영화 <굿윌헌팅>의 한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천재소년 헌팅(맷 데이먼 역)이 삐뚤게 나갈 때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 역)가 몇번이고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고 말하죠. 다들 알아요. 개인 잘못이 아니라 사회구조 문제라는 걸요. 뭐가 문제인지 다 아는데 어떤 대안도, 해결책도 찾지 못하는 게 지금 상황입니다. 밥 먹을 시간도 없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19살짜리 아이를 몰아넣고도, 그 상황을 탈출할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걸 드러냈죠.”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민주공화국의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구의역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꼽았다. 

국민을 ‘개·돼지’라 부른 교육부 고위 관료는 김군의 죽음이 내 자식 죽음처럼 가슴 아프다는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이 되나”라고 반문했고, “내 자식처럼 가슴 아프다는 얘기는 위선”이라고도 했다. 민주공화국을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으로 ‘경제불평등’을 꼽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평등의 고원’이란 개념을 꺼냈다. “자기 자식은 이미 평등의 고원 위로 올라갔다는 겁니다. 고원 위에 있는 자기들 고위 공무원 사이에서 불평등은 문제가 될 수 있어도, 고원 아래 ‘개·돼지’들과의 평등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한국 사회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죠.” 박찬승 한양대 교수도 “‘한국 사회가 일종의 신분제 사회로 변한 지 오래 아니냐. 그게 현실인데 뭐가 문제냐’는 인식이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와 있다는 얘기”라고 짚었다. 

비정규직 임금은 지난해 기준 정규직 임금의 43%다. 30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 노동자의 임금 차이는 월 250만원 이상이다. 돈이 신분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동일노동인데도 직군별로 그렇게 임금 격차가 큰 나라는 한국 말고 없다”며 “인간을 직군과 직업으로 보는 세상에서 차별도 당연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금은 가진 사람이 오만하게 될 수밖에 없는 시대”라며 “아이들까지 무슨 집에 사느냐로 사람을 차등하고, 인간을 위계로 이해한다”고 했다. 

경제불평등과 양극화 국면에서 국가는 제 역할을 방기했다. 무한경쟁을 부추겼다. 그 결과로 나온 불평등을 정당화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그 연원을 1972년에서 찾는다.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을 내놓은 해다. “정치적으로는 유신, 경제적으로는 중화학공업 정책이 시작됐죠. 조세·복지에서는 소득세·법인세를 줄이고 간접세에 의존하는 저부담·저복지 정책이 도입됐죠. (유신, 중화학공업, 저부담·저복지) 3가지 요소의 조합이 만들어진 시기죠. 세금 줄여줄 테니 월급 조금 더 받아서 당신 힘으로 먹고살라는 거였죠. 사람들에게 공화나 공생공영 가치를 부정하는 데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이 이 시기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이택광 교수는 “민주공화국의 핵심은 공론이며, 공론은 곧 시민의 목소리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 나라는 당신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가진 몇몇이 정책결정 과정을 독점한다. 여론은 수렴하지 않는다. 결과에 책임지지도 않는다. 최장집 교수는 ‘책임성의 실종’을 지적했다. “산업은행 몇 명이 밀실에 둘러앉아 수백조원 규모의 조선산업을 평가하고, 결과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권위주의 시절의 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걸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최 교수는 “권력의 선출은 민주적이었을지라도, 운영 방식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며 “그 핵심은 ‘책임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사드 배치, 개성공단 철수, 위안부 합의가 그랬다. 세월호 참사 이후 특조위 활동이나 이전 정권 시절의 4대강 사업도 다르지 않다. 권력자의 결정만 있었고, 소통과 책임은 없었다. 박명림 교수는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두고 “군주의 의사결정처럼 방향을 급전환했다”고 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사드 배치를 가리켜 “민주주의의 본질을 부정하는 사례”라고 했다. 비선 실세 파문에 덮인 현실에서 사람들은 선출된 자의 권력남용뿐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자의 국정농단까지 견뎌야 하느냐고 묻는다.

■분노조절 장애 사회, 집단화병의 나라 

민주공화국은 시민들의 참여와 헌신을 필요로 한다. 달리 말해, 한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려면 먼저 시민들에게 그것을 요구할 자격을 갖춰야 한다. 세월호와 구의역, 최순실을 목격한 시민들에게 한국은 무엇으로 그걸 요구할 수 있을까. 

이제껏 나라는 역사와 민족·혈연에 기대어 시민을 동원했다. 곽준혁 중국 중산대 교수는 “민족을 하나의 ‘신화적 운명 공동체’로 강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에 맹목적 헌신을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전 로마는 달랐다”며 “시민 각자가 로마 공화정이라는 정치체제를 통해 자신의 시민적 자유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경험적·구체적 확신을 가졌기에, 로마를 위해 헌신했다”고 덧붙였다.

민족과 혈연에 기댄 호소에 젊은이들은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으로 답하고 있다. 김경희 교수는 “유구한 역사에 단군의 후예가 뭐 어쨌다는 거냐. 공화주의 측면에서 애국심이라고 할 때 한 핏줄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며 “지금 우리가 사는 나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곽준혁 교수는 “공동체에서 시민 각자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기 자유가 지켜지고,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받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면, 시민들이 그 공동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공화국에 대한 신뢰가 ‘아모레 델라 파트리아(amore della patria)’, 곧 ‘나라를 사랑하는 것’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어떤가. 나라는 시민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을 책임지지 않는다. 안전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시민의 목소리는 수렴되지 않은 채 그저 흩어질 뿐이다. 권력자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 또한 무너졌다. 곽 교수는 “로마 공화정 시민들은 명예를 차지해선 안될 사람이 명예를 차지하고, 능력 없는 이가 자신들을 다스릴 때 불쾌해했다”고 전했다. 지금 한국 시민들도 불쾌하다. 불만스럽다. 절망과 분노가 사회 전반에 감돈다. 

‘분노조절 장애 사회’ ‘집단화병 사태’ ‘원한 사회’…. 경향신문이 기획을 준비하며 만난 이들에게서 나온 표현들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한국 사회를 가리켜 거대한 ‘르상티망(resentiment)’의 사회라고 했다. “시기, 질투, 원한 이런 부정적인 감정의 집합을 가리켜 르상티망이라고 하는데, 지금 한국 사회는 그런 억울함이라든가 분노, 불만이 임계점까지 치솟은 것 같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런 나라에 살게 되었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나라와 사회가 공통으로 지향할 가치를 숙의·합의하는 과정도 없었다. 그래서 헌법 제1조는 수사에 그칠 뿐이다. 산업화·근대화 목표 아래 경제성장 외에 다른 가치는 없었다. “정부 수립 이후 70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잘 먹고 잘사는 것, 소위 ‘먹고사니즘’ 말고 다른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공동체란 게 무색해질 수밖에 없죠. 지배집단이 사익이나 사적 목적을 가지고 정치공동체를 사유화하기에 딱 좋은 환경입니다.”(진태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 

1987년 6월항쟁 당시 성직자와 시민들이 ‘민주화와 인권 회복을 위하여’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7년 6월항쟁 당시 성직자와 시민들이 ‘민주화와 인권 회복을 위하여’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진 교수는 1987년 민주화의 한계도 지적했다. 박찬승 교수도 “1987년 이전까지는 민주공화국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며 “1987년 이후로도 민주공화국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단 한번도 민주공화국인 적이 없다는 말이다. 최갑수 서울대 교수는 “(1987년에) 단순히 권력구조를 바꾸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권리와 가치가 무엇인지, 이걸 먼저 합의했어야 한다”고 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빼곡히 매달린 진도 팽목항에서 2014년 5월 한 자원봉사자가 리본에 적힌 사연들을 읽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빼곡히 매달린 진도 팽목항에서 2014년 5월 한 자원봉사자가 리본에 적힌 사연들을 읽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민주공화국에 대한 신뢰는 사실상 무너졌다. 김상조 교수는 “민주공화국의 내용과 형식을 새로 만들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1987년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지금 한국 사회 논의는 그때와는 달라져야 한다. 경향신문이 만난 이들은 지향점과 제도를 궁리하는 과정이 몇몇 정치인이나 엘리트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 우려는 남는다. 시민들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나라를 만드는 것은 시민 각 개인의 몫이다. 개인이 각자 가치를 이야기하고 토론·합의하는 과정에서 민주공화국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는 “한국은 개인성이 약하다. 개인의 자유나 존엄에 대한 전통이 없는 나라”라며 “우리는 사상적으로든 역사적으로든 단 한번도 개인 자율의 존엄함을 다룬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개인이 약하니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진영 논리가 득세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류동민 충남대 교수는 “공화는 결국 서로 모여서 조화롭게 간다는 뜻 아니냐. 그런 게 전혀 안된다. 상대 얘기는 안 듣고 자기 말만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세월호 참사나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은 경우 진보·보수를 떠나서 국가 기능·역할에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진영 문제로 치환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여론에 편승하는 경향도 엿보인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한국 사회를 보면 대화나 담론이 다수나 평균의 생각에 맞춰 형성돼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한국엔 선거 때마다 메시아가 등장한다. 약한 개인은 늘 영웅만 찾는다. “각자도생하다 힘센 영웅이 나타나 상황을 정리해주길 바라는”(이병천 교수) 이들이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는 없다. 민주공화국은 각자도생도 아니고, 영웅의 카리스마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이 교수는 “구성원 각자가 자유로운 존재로 삶을 살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공화국은 시민으로부터 

시민 없이 민주공화국도 없다. “토머스 제퍼슨 말처럼 정치하는 사람들이 백날 공화주의 얘기해도 시민 사이에 공화주의 기반이 없으면 그저 신기루일 뿐”이라고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지적한다.

여럿이 ‘국가의 부재’뿐 아니라 ‘시민의 부재’까지 아울러 살펴야 한다고 했다. 장덕진 교수는 “민주공화국을 이야기하면서 보통 정치권과 정부에 책임을 묻는데, 과연 시민들은 민주·공화적 가치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윤평중 교수는 “직접적인 권력을 가진 이들이 국가 운영에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만, 일반 시민들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국가뿐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민주시민으로, 공화국 국민으로 요구되는 태도와 책임을 내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시민은 만들어진다. ‘문제는 결국 교육’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병진 교수는 “유치원부터 고교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민주공화적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면, 민주공화국을 만들 수 없다”며 “민주공화국이 무엇인가를 두고 끊임없이 비판하고 질문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교수는 민주공화국의 기본 요건을 ‘말할 수 있는 능력’에서 찾는다.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말할 수 있다는 건 사회 전반에 수평적인 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이야기고, 이건 어릴 때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배우고 체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교육 내용과 제도도 변해야 한다. 박명림 교수는 “공공성을 회복하고, 민주공화국이 되려면 ‘반값등록금’ 같은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돈 안 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왜 그런가. 박 교수는 “시민을 길러내려면 먼저 내가 공화국에서 교육받았다는 사실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내 돈 내고 좋은 학교 나와서 교수도 되고, 관료도 되고, CEO도 됐는데, 왜 내가 나라에 헌신해야 하느냐는 말이 나온다면 시민성도 길러질 수 없다”는 것이고, “국가가 아닌 개인의 돈으로 교육하는 건 시민이 아니라 돈 버는 사람, 다시 말해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를 양성하는 것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민주공화국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육”이라며 “그 핵심은 국가가 교육비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선 실세 게이트가 터지면서 나라 전체가 ‘패닉’이다. 허탈과 절망, 분노와 함께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공화국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애초 민주공화국의 완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박명림 교수는 ‘민주공화국은 헌법정신의 선언인 동시에 구체적인 구현 과제’라고 했고, 김경희 교수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 헌법 조항 또한 늘 현실을 살피고 느슨한 부분이 보이면 조이고 발전시켜나가는 개념’이라고 짚었다. 지금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나, 어쩌다 이런 나라에 살게 되었나, 이제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 위기의 시대, 민주공화국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주어진 물음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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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랑 최민지 허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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