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확 달라졌다고?…‘美 우선주의’는 불변

2016. 11. 23. 20:38C.E.O 경영 자료

트럼프가 확 달라졌다고?…‘美 우선주의’는 불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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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내각과 백악관 참모진에 대한 인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 과정에서 쏟아냈던 공약에 대해서는 일부 수정하는 등 유연해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선 선거 운동 당시 '선거 조작의 공범'이라고 몰아붙였던 미국 주요 언론들과 화해에 나서고 "감옥에 보내겠다"던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였던 인사에 대해 내각 기용을 검토하는 등 선거 후유증을 극복하고 통합 행보를 가속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감도가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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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뉴욕타임스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뉴욕타임스를 떠나고 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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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부부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

트럼프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본사를 방문했다. 이날 트럼프와 뉴욕타임스 간의 회동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트위터에 "취소한다"고 밝히고 뉴욕타임스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비난하는 등 신경전을 펼치면서 무산될뻔했던 만남이 트럼프가 뉴욕타임스 사옥을 전격 방문하면서 결국 성사됐다.

이날 방문은 21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NBC 뉴스, ABC뉴스, CNN방송, 폭스뉴스 등 5개 방송사 경영진과 주요 앵커들을 불러 만난 데 이어 언론을 상대로 한 트럼프 당선인의 두 번째 행사이다. 대선 기간 왜곡 보도를 주장하며 취재 불허 위협 등 주요 언론을 적대시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는 주요 언론과의 잇단 회동에서 언론의 태도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을 계속해 참석자들을 당혹하게 하기도 했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쏟아냈던 각종 공약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타임스 빌딩에서 이 회사 기자들과 가진 만남에서 '이메일 스캔들' 등과 관련해 클린턴을 기소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에 대해 "테이블에서 완전히 치워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내가 매우 강력히 생각하는 게 아니다."라며 "클린턴을 기소하는 것은 미국에 매우, 매우 분열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클린턴 부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정말 그렇다"며 "클린턴은 많은 것을 겪었고, 다른 많은 방식으로 상당히 고통을 겪었다"고 덧붙여 클린턴 처벌에 부정적인 견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클린턴 후보가 백악관이 아니라 감옥에 가야 한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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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기후 변화 협약 검토"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기간 "기후 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깎아내렸던 기후 변화 협약에 대해서도 "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아주 면밀하게 보고 있다.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어 "인간의 활동과 기후 변화 간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해 기후변화 협약 탈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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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사기꾼'이라 비난하던 밋 롬니가 국무장관?

트럼프 당선인은 19일(현지 시각)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밋 롬니(69) 전 매사추세츠주 주지사를 만났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거물 정치인 밋 롬니는 민주당보다 더 신랄하게 트럼프를 몰아세운 당내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세력이었다.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도 롬니를 향해 "4년 전 대선에서 형편없이 깨진 후보"라며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80분간 밋 롬니를 만난 후 취재진에게 "회담이 아주 잘 됐다"고 외쳤고 롬니는 "미국의 중대한 이익이 걸려 있는 세계의 다양한 현장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했다"고 화답했다. 현재 롬니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함께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이다. 트럼프는 선거로 분열된 당을 통합하는 차원에서 손을 내밀었고, 롬니도 만남에 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호감도 상승"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운동 시절과는 달리 각종 정책에 대한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반대 세력에 대한 통합의 손짓을 내밀면서 미국 유권자들을 사이에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공개된 CNN과 여론조사 기관 ORC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호감도가 47%로 당선 직전의 43%보다 4% 포인트 약간 올라갔다. 또 응답자의 53%가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60%는 트럼프 취임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응답자의 63%는 1년 이후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66%는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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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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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가치는 불변할 듯

당선 이후 트럼프의 태도가 표면적으로는 조금 유연해지고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공약에 대해서는 수정할 움직임으로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종차별주의자','극우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던 극우 성향의 대안 우익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 바트의 운영자인 스티븐 배넌을 백악관 수석전략가이자 선임고문으로 발탁했다. 스티븐 배넌은 '정책 총설계'를 담당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시 행정부 시절 이슬람 남성 지문 등록 의무화 등록제를 만들어 낸 대표적인 반이민 강경론자 크리스 코박 캔자스 주 총무 장관이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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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이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이민 강경론자 크리스 코박(50) 캔자스주 총무 장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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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으로는 취임 첫날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을 폐기하고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서는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어떤 정책을 펼칠 지는 좀 더 시간이 흘러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의철기자 ( kimec@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