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미래보고서2055 저자 박영숙 제롬글렌 |
‘탈진실(Post-Truth)’ : 기술은 문제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지만 또한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탈진실(Post-truth)‘은 옥스퍼드 사전에 의해 2016년도의 단어로 선정되었다. 이 단어는 대중 담론에서 ’사실‘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고 감정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되는 것을 설명하는 포괄적 용어이다. 이 단어는 도널드 트럼프의 성공적인 대통령 선거 운동과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한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를 나타내는 데 자주 사용되었다. 브렉시트 운동가였던 마이클 고브는 ’이 나라에는 충분한 전문가들이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탈진실 정치는 미디어 환경의 극적인 변화의 산물이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지난 5월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인의 62%는 뉴스 중 일부를 소셜미디어에서 얻는다고 한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문제가 있다. 소셜네트워크가 논쟁을 양극화시키고 대안적인 견해를 차단하는 에코 챔버를 만들어낸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난을 받는 원인은 부분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따르지 않는 사실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어떤 집단에 가입할지 결정하고, 자신의 경험을 지지하는 글을 홍보하는 결정을 한다.
하지만 부정할 수없는 알고리즘의 요소도 있다. 인터넷 활동가인 엘리 패리저(Eli Pariser)는 2010에 ’필터버블‘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필터버블이란 개인별로 정교하게 맞춤화되어 사용자가 선호하는 정보만 ‘필터링’하는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스스로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기계적 알고리즘’이 나에게 맞게 추천한 ‘맞춤 정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취향과 기술에 의해 편향된 정보를 말한다. 두 사람이 구글에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을 검색할 때 한 사람은 투자 기회에 대한 링크를 얻게 되고 다른 사람은 석유 시추 시설인 ‘딥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폭발사고로 인한 원유유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동시에, 기술을 이용하여 훨씬 효과적으로 독자의 참여를 추적할 수 있다. 이것은 기사 내용의 가치보다 더 많은 페이지 뷰가 더 성공으로 여겨져 낚시성 뉴스 저널리즘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웹 트래픽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광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주장을 발표하는 가짜 뉴스 사이트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기성 언론회사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수익을 쫓는 방향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뉴스룸의 축소와 함께 심층적인 보도 대신 단번에 눈길을 끄는 하찮은 가십성 기사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또한 선정주의를 장려하고 대놓고 특정한 에코 챔버를 노리며 독자들을 더욱 양극화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종국적으로 경쟁적인 보도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진실의 문지기가 되어야 하는 미디어의 역할이 약화되고 정치적 합의는 더욱 단편화된다. 이러한 현실이 되기까지 기술이 상당부분의 역할을 했지만 기술은 또한 해결방법도 제공할 수 있다.
기술회사들은 이러한 과정에 이르게 된 데에 자기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꺼리기도 했지만 미국 정치 중심 무대에서 오보가 넘치게 되자 페이스북과 구글은 가짜 뉴스 사이트의 광고 수익을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두 회사는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뉴스 읽기를 증진시키기 위해 뉴욕타임즈, 온라인매체 버즈피드(buzzfeed), 트위터와 함께 의심스러운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문제는 단순히 가짜 뉴스 만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가 설계된 방식에 내재된 속성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복잡한 솔루션이 필요할 수도 있다. MIT 미디어랩의 세자르 히달고(Cesar Hidalgo)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의 요구에 고품질의 기사를 소개하거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편향성을 식별하여 반대편에 있는 기사를 보여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EscapeYourBubble’은 이러한 일을 하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이다.
최근 대통령 선거를 통해 팩트 체킹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스카이마인드(Skymind)와 딥러닝4(Deeplearning4)의 설립자인 크리스 니콜슨(Chris Nicholson)은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기사를 통해 머신러닝이 이러한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딥러닝을 통한 자연어 처리과정이 향상되어 모든 종류의 텍스트 패턴을 탐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기사의 진실성을 찾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매일 엄청난 양의 텍스트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그 양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컴퓨터이다. 그래서 폴리티팩트(PolitiFact, 정치인의 발언을 팩트체크하는 사이트)와 풀팩트(Full Fact)와 같은 단체에서는 TV, 소셜미디어, 웹 사이트의 콘텐츠를 하루 24시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진실성을 따지고자 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인간의 사실 확인을 어렵게 만드는 회색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정교하게 만든 소프트웨어조차도 그런 종류의 뉘앙스에 대한 프로그래밍은 매우 어려운 도전과제이다. 이는 오랫동안 인터넷의 중립성과 정보의 민주화를 옹호해온 회사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뉴스에 대한 페이스북의 노력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스스로 진실의 결정권자가 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갈수록 미디어 배포의 중심이 되어가는 회사의 역할과는 반대이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페이스북의 결정은 사람들이 보는 뉴스에 영향을 주고 있다. 조만간 페이스북은 사실상 미디어 회사이고 기술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성찰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인터넷 거대기업들만이 아니다. 필터 거품과 에코 챔버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것은 단지 민족주의에 대한 인간이 오랫동안 간직했던 경향이 디지털로 나타난 것일 뿐이다. 인터넷의 잘못된 정보와 편견이 분명히 문제를 가속화시키고 악화 시키고 있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는 사람이 주도한 프로세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 기업들은 대중 담론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 본성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스스로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힘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