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서 새우 키워낸 비결이 뭐냐"…전세계서 러브콜

2017. 1. 29. 19:38C.E.O 경영 자료

[국내산이 돌아온다]① "사하라 사막서 새우 키워낸 비결이 뭐냐"…전세계서 러브콜

  • 세종=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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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6/2017012601456.html#csidxfbe79032f0d66be8078d369c0c1e93c

    입력 : 2017.01.29 06:00

    세계는 요즘 양식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산물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지나친 어획과 기후 변화 등으로 바다에서 잡히는 양이 줄자 ‘기르는 어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산물 수입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양식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80년대 시작된 국내 양식 연구는 최근 들어 하나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기술로 양식에 성공한 연어, 새우, 명태, 참다랑어가 대표적이다. 우리 바다에서 잡힌 국내산이 식탁을 점령한 수입산을 대신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편집자주]

    작년 10월 26일 오후 2시(현지시각),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 내 위치한 새우양식연구센터 야외양식장에서 갓 건져낸 5톤의 새우가 폴짝 폴짝 뛰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알제리 어업수산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와 한국의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자들은 '사막 한 가운데서 대량 생산된 세계 첫번째 새우'를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알제리 야외양식장에서 양식에 성공한 평균 무게 20g의 새우 / 해양수산부 제공
    알제리 야외양식장에서 양식에 성공한 평균 무게 20g의 새우 / 해양수산부 제공

    국내 연구진이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새우를 키워내는 시대를 열었다. 지난 196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새우 인공부화에 성공한 이후 생산량은 크게 늘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지만, 최근에는 신기술 개발을 계기로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 하고 있다.

    알제리에서의 새우 양식 성공으로 주변 아프리카 국가는 물론 아시아, 중동의 개발도상국에서도 국내 기술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진에 직접 방문해 기술에 대해 알려달라는 요청이 각국에서 빗발치고 있다.

    ◆ 노폐물 정화해주는 '바이오 플락 기술' 덕분

    사막 새우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 덕분이었다. 사막은 물 양이 적고 수온은 새우가 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데다 염분도 일정치 않아 새우 양식이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지난 2008년 개발해 보급한 '바이오 플락' 기술을 접목해 처음으로 새우를 양식할 수 있었다. 바이오 플락은 생물이 자라면서 배출하는 노폐물을 미생물로 정화해 재사용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일반 양식장은 수온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물을 갈아줘야 하지만, 바이오플락 기술을 쓰면 거의 대부분 재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유지비용은 적게 들고 생산량은 늘릴 수 있다. 수온도 수개월 동안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차원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함께 '사하라 새우 양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알제리 정부가 도움을 요청해 추진됐다.

    알제리에 건설된 새우 양식장 / 해수부 제공
    알제리에 건설된 새우 양식장 / 해수부 제공

    지난 2015년 8월 알제리 중북부 와글라주(州)에 축구장 12개 크기(약 10㏊)의 새우 양식장을 건설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양식 기술 이전과 현지 인력 교육 등을 전담했다. 69억원이 투입됐고 작년 1월, 새우 500㎏을 처음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알제리에선 앞으로 매년 최대 100톤 정도의 새우를 양식할 수 있게 됐다. 알제리 정부는 2025년까지 사막 지대에서 지하수가 흐르는 100여곳을 골라 양식장을 세울 계획이다.

    ◆ 가을철에만 나던 생새우, 사계절 생산 가능해져

    바이오 플락 기술이 개발되며 국내 새우 양식에도 탄력이 붙었다. 새우를 회, 볶음밥, 파스타, 튀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는 우리나라는 연간 소비량 6만5000톤 중 90%를 베트남과 태국 등에서 수입한다.

    새우는 수산물 중에서도 양식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품종에 속하지만, 초기 시설비용이 많이 들고 1년에 가을철인 10~11월에 한번 수확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지목됐다.

    새우는 수온 20~30도가 유지돼야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성장한다. 바이오 플락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국내 어민들은 야외에 있는 축제식 양식장(갯벌에 둑을 쌓아서 만든 양식장)에 5월에 종묘를 입식해 5개월 정도 길렀다.

    바이오 플락 기술로 새우를 연중 내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 해수부 제공
    바이오 플락 기술로 새우를 연중 내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 해수부 제공

    그런데 이 방식은 야외에서 양식을 하기 때문에 수온 유지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물을 가열하거나 자주 갈아줘야 해 비용도 많이 들었다. 바이오 플락을 이용한 양식은 비닐하우스 양식장에서 새우를 키우기 때문에, 적정 수온을 연중 내내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이 기술을 이전받은 민간 양식장 47곳에서 2015년부터 새우를 기르고 있으며, 일부 양식장은 수확에 성공했다.

    바이오 플락 기술이 민간에 보급된 2010년부터 국내 새우 생산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매년 1000톤씩 증가해 작년에는 5500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양수산부는 "전체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적지만, 지금처럼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수입 대체 효과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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