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넷플릭스처럼 성공하려면 경쟁자를 끌어들여라

2017. 2. 8. 21:10C.E.O 경영 자료

[Weekly BIZ] 구글·넷플릭스처럼 성공하려면 경쟁자를 끌어들여라

  • 김원용 미국 럿거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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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2.04 03:00

    '플랫폼 기업'의 시대

    김원용
    김원용 미국 럿거스대 경영학과 교수

    아마존이 유통시장을 싹쓸이하면서 미국 유통사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는 미디어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창업 6년 만에 기업가치 평가액이 680억달러로 불어난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는 자동차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파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에는 파괴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기업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안전지대가 없어졌다.

    제품 위주에서 플랫폼 위주로 변화

    기업들은 '파괴적 혁신'으로 불확실성과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한다. 다만 당장 어떤 제품이나 산업이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파괴적 혁신은 성공 확률이 낮다. 잠재적으로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아이디어는 수백만 개에 달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일일이 다 시도해볼 수 없는 노릇이다. 성공하려면 굉장한 노력과 결단이 필요하고 시행착오도 많을 수밖에 없다. 수익원이 확실한 기업일수록 핵심 사업과 소비자를 뒤로하고 몇 년 후 성과가 날지도 모르는 사업에 집중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업 지배 구조와 리더십도 관건이다. 분기마다 투자자와 이사회로부터 "주가가 왜 오르지 않느냐"는 식의 압박을 받는 기업은 혁신에 투자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도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창업자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은 혁신을 위한 투자를 하기 수월한 반면,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길어야 5~7년인 기업들은 눈앞의 이익만 좇는 경우가 많다.

    다음 변화가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고 준비할 수 없다면, 어떤 전략이 유효할까.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전략은 없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잠재적 적(敵)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쟁자와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과거에는 제품을 잘 만들어 높은 가격에 파는 '제품 전략'이 시장에서 통했다. 그러나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좋은 제품만으로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려워졌다. 다양한 경제 주체가 공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랫폼 전략'이 제품 전략의 대안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휴대전화 제조사에 제공하는 구글, 자사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 콘텐츠 제공업자들을 끌어들인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예다.

    한 번 발을 들인 주체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록인 효과(lock-in effect·자물쇠 효과)'가 플랫폼 전략의 특징이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용자와 기업, 경제 주체 등이 플랫폼에 모이고,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다.

    구글은 검색 플랫폼으로 검색자와 광고주를 연결해주는 효과적인 시장을 구축했다. 구글 검색어 중에 가장 비싼 검색어는 '중피종'이라는 희귀병이다. 구글은 그동안 누적된 사용자 검색 정보를 토대로 '중피종'을 검색하는 사용자의 98% 이상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중피종 환자나 주변 사람이라는 사실을 유추하고, 해당 검색어로 노출되고 싶어 하는 로펌이나 광고주에게 클릭당 450달러~600달러(약 52만~70만원)씩 요구한다.

    플랫폼 미래 분야는 모바일결제·헬스케어

    [Weekly BIZ] 구글·넷플릭스처럼 성공하려면 경쟁자를 끌어들여라

    플랫폼 전략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은 경쟁 중심의 시각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제품 전략에서는 자사와 경쟁사 제품을 비교하기 급급했다. 플랫폼 전략에서는 생태계에서 활동할 고객과 경쟁자, 공급자뿐 아니라 보완자(complements)의 역할과 이익까지 생각해야 한다. 대학이나 연구소가 보완자에 속한다. 기업이 대학 연구소에서 나온 혁신적인 연구 결과나 기술을 활용하면 제품과 플랫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성공한 플랫폼으로는 구글 검색과 소비자와 차량을 연결해주는 우버 등이 있다. 차기 플랫폼으로는 모바일 결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헬스케어, 빅데이터 분석 등이 꼽힌다. 헬스케어의 경우 수요는 증가하는데 의사·환자·보험사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플랫폼 구축에 성공한 기업은 아직 없다.

    한국 기업들도 플랫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파괴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다음 플랫폼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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