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15. 19:58ㆍC.E.O 경영 자료
[럭셔리 인사이트] 창조적 파괴주의자, 베트멍 "시장에 도전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
입력 : 2017.02.15 06:00
택배업체 로고 찍힌 노란 티셔츠가 한 장에 38만원, 완판 행렬
대표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 데뷔 3년만에 발렌시아가 아트 디렉터로 발탁
한국의 짝퉁 문화 비꼬았지만, 그 대담함에 소비자들 더 열광해
- ▲ 베트멍 2016 봄·여름 컬렉션에서 DHL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디자이너 고샤 루. 택배 업체 DHL의 로고가 적힌 티셔츠를 무려 38만원에 매진시키며 메트멍은 ‘패션계의 마르셸 뒤샹’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대량 생산된 변기를 ‘샘’이란 이름으로 내 보이며 현대 미술을 뒤흔들었던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사진=베트멍 제공
지난 2년간 경영업계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는 ‘디스럽트(disrupt·파괴하다 혹은 교란하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발상으로 시장의 틀 자체를 완전히 깨버려야 한다는 것. ‘디스럽트’는 마치 유행어처럼 수많은 경영 구루 입에 오르내렸고, 여러 경영 콘퍼런스의 주제로 논의됐다.
패션업계에도 혜성처럼 등장한 ‘디스럽터(disruptor)’가 있다. 바로 베트멍(Vetments)이다. 2014년 파리의 디자이너 7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 브랜드는 벌이는 일마다 화제다. 택배업체 DHL의 로고가 찍힌 노란 티셔츠 한 장에 무려 330달러(한화 약 38만원)라는 믿지 못할 가격을 매기는 것도 모자라 완판시키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톱스타와 유명 스타일리스트, 바이어를 사로잡아 옷을 만들기도 전에 주문이 마감되는 일도 허다하다.
- ▲ 베트멍의 열혈팬으로 알려진 미국 가수 카니예 웨스트(왼쪽)와 리한나/사진=핀터레스트
명품과 SPA브랜드의 양립화와 함께 혼란스럽고 과도기적인 패션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베트멍의 화려한 등장을 두고 패션업계에서는 ‘창조적 지각 변동’ 혹은 ‘새로운 세대의 역습’이라고 평가했다.
◆ 지드래곤, 카니예 웨스트, 리한나가 사랑하는 브랜드
베트멍의 옷은 한번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람 둘은 너끈히 들어갈 듯한 넉넉한 품의 롱코트, 소매 끝이 무릎에 닿을듯한 셔츠, 거리에서 보던 그래피티가 새겨진 운동복 바지까지 기존 브랜드의 패션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디자인이다.
난해한 디자인에 소비자들의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일각의 시선과 다르게 베트멍의 청바지(127만원)와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 SPA브랜드 H&M에 10분의1 가격으로 나왔을때도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 ▲ 베트멍의 오버사이즈 점퍼로 공항 패션을 연출했던 지드래곤과 트렌치 코트를 입은 산다라박./사진=핀터레스트
또 땅을 쓸고다닐듯한 검정 레인코트나 풍성한 실루엣의 점퍼는 패셔니스타로도 유명한 가수 카니예 웨스트, 리한나, 저스틴 비버, 셀레나 고메즈 등의 일상복 패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선 지드래곤이 공항 패션이나 공연 무대에서도 종종 입고 나온다.
국내에서 베트멍을 살 수 있는 매장은 분더샵과 10꼬르소꼬모 매장이 유일하다. 조준우 분더샵 바잉팀 헤드 바이어는 “2015년 가을 베트멍 제품을 처음 선보인 이후로 매출이 5배 이상 올랐다. 처음엔 난해하다고 여기던 고객들도 이제는 과감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캡 모자의 경우 매장에 입고되면 바로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고가 제품인 트렌치 코트나 재킷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 베트멍의 대표 디자이너이자 발렌시아가 아트 디렉터
베트멍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대표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36·Demma Gvasalia)다. 그는 7명의 디자이너 중 유일하게 신상을 밝힌 인물. 대중 앞에 나서서 브랜드를 알리는 일종의 대변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의 이력 자체가 베트멍의 역사이기도 하다.
- ▲ 뎀나 바잘리아는 옛 소비에트 공화국의 조지아 출신이다. 1991년 내전으로 고향을 떠나 집시처럼 7년을 지내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정착했다. 그는 자신의 패션 뿌리를 이같은 출신 배경에서 찾는다./사진=베트멍 제공
뎀나 바잘리아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학교 출신으로 마틴 마지엘라와 루이 비통에서 7년간 일 한 후 지난 2014년 일곱 명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독립 프로젝트인 베트멍을 설립했다. 그리고 2014년 가을·겨울 시즌에 첫 데뷔를 했으며 데뷔 3년만에 발렌사이가의 아트 디렉터로 발탁됐다.
- ▲ 베트멍의 스웨트 셔츠/사진=베트멍 제공
베트멍을 설립하며 뎀나 바잘리아는 패션업계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창조적 비전과 상업적 비전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패션 비즈니스 시스템은 창의성과 비즈니스를 파괴하고, 끊임없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뎀나 바잘리아의 창의성과 베트멍의 상업적인 전략은 균형을 이루며 성공적인 패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1년에 단 두 번의 컬렉션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수립한 이후 우리는 프리-컬렉션(pre-collections) 제작에 집착하지 않는다. 창조적인 부분은 시장보다 훨씬 앞서 가야 한다. 시장에 없는 것을 제공하고, 시장에 도전하고,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패션계의 낡은 관습을 철저히 배제하다
베트멍의 ‘다름’은 옷이 아닌, 옷을 만드는 철학에 있다. 패션계의 관습과 낡은 시스템을 바꿔보자는 것이 젊은 디자이너들이 뭉친 이유다. 브랜드가 제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우리가 만들었으니 당신은 입어라’가 아니라 ‘당신이 원하는 옷을 우리가 만들겠다’가 베트멍의 가치관이다.
- ▲ 베트멍의 2017 봄·여름 콜렉션./사진=베트멍 제공
뎀나 바잘리아는 “지금의 패션계는 재미가 사라졌다. 우리는 뭔가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 싶다. 우리는 작은 브랜드이고 그래서 기존 프레임에 있지 않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우리의 옷을 사도록 하는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 ▲ 베트멍과 캐나다 구스의 콜라보 제품/사진=베트멍 제공
기존 체제도 과감히 버렸다. 예산을 가장 많이 쓰는 프리 컬렉션을 없애 패션쇼는 일년에 딱 두 번만 하고, 남녀 의상을 한 쇼에서 보여주며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도 이들의 전략. 그 컬렉션조차 1월에 봄·여름쇼를, 6월에 가을·겨울쇼를 하는 것으로 바꿔 컬렉션이 시장에 반영되는 시차를 줄이기도 했다.
패션쇼 자체도 파격적이다. 기존의 유명 모델을 쓰지 않고, 디자이너의 친구들, 인스타그램에서 맺은 진짜 ‘일반인’이 모델이다. 워킹 연습이라고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전문 모델과 다르게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간다.
◆ 한국의 짝퉁 문화를 비판하며 또다른 이슈를 만들다
팬들이 베트멍에 열광하는 데에는 바잘리아의 ‘대담함’도 한몫했다. 그는 지난 10월 한국산 자사 ‘짝퉁’ 제품을 리폼하여 판매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한국에서 베트멍의 카피 제품이 범람하자 이를 풍자하는 이벤트를 기획한 것.
- ▲ 지난 10월 17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열린 베트멍 '창고 판매' 행사에 소비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베트멍 제공
전 세계 나라 중 한국에서만 판매한 이 상품들의 가격대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베트멍의 일반 제품과 같지만, 자사 카피 제품을 재해석했다는 특징이 았다. 이벤트 이름마저 ‘공식적인 짝퉁(Official Fake)’였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의 한 창고에서 열린 행사로, 도심에서 꽤 떨어진 곳이였지만,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 행사 시작 1시간 전엔 500여명이 줄을 이었다. 이날 공개한 제품 중 레인 코트는 15분 만에 동나는 등 10개 품목 1000개 상품 대부분이 팔려나갔다.
패션 평론가 김홍기 씨는 “패션계 ‘컬트문화’로 뜬 베트멍이 즐거운 풍자이자 일종의 경고(warning)를 한 것 같다”며 “뭔가 조금 뜬다 싶으면 미친 듯이 몰리고, 짝퉁을 거리낌 없이 생산해내는 한국의 사정을 정확하게 꿰뚫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3/2017021302080.html#csidx367a09efb23826ca317318efad59a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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