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사익을 돕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며 파면 결정을 내린 가운데, 헌재가 그 근거로 채택한 차은택의 증언이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는 허위일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는 ‘최서원이 문화 관련 재단법인이 설립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이 미리 알려 주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적시하면서 이 의견에 대한 증거로 차은택의 헌재에서의 진술을 인용했다.
‘대통령이 문화 관련 재단법인이 설립될 것이라는 사실을 최서원에게 미리 알려 주었다’는 내용은 검찰 공소장에도 나오지 않는데, 헌재는 차은택의 증언을 확실한 증거로 여겨 이 같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차은택은 미르가 설립되기 두 달 전쯤 최서원으로부터 문화계 사람들 중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이때 최서원이 곧 문화재단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또 차은택은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나 최서원이 재단 이사진을 추천해 달라고 하여 김○화, 김○원, 장○각, 이○선 등을 추천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차은택의 진술이 알리바이가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르재단 설립은 2015년 10월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으며, 그로부터 8일 후인 10월 27일에 설립된다.
따라서 차은택의 증언대로 그가 최서원으로부터 문화재단 설립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이 재단 설립 두 달 전쯤이라면 8월 19일~27일 무렵으로 추정되는데, 문제는 최서원은 8월 14일부터 9월 11일 사이에 한국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청와대가 전경련에 재단법인 미르의 설립을 추진하도록 지시한 8월 19일 이전에 최서원은 독일로 갔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김태겸 검사가 작성한 ‘수사보고(최순실 출국사실 확인)’에 따르면, 최서원은 2015년 8월 14일 독일로 출국하여 다음 달인 9월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따라서 재단 설립 두 달 전인 8월 19일~27일 무렵에 최서원을 만났다는 차은택의 진술을 헌재가 증거로 인용하기 위해서는 최서원의 출입국 기록을 근거로 차은택을 추궁해 차은택이 최서원을 만난 장소와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했다.
하지만 최서원의 출입국 기록을 검토했다거나, 이를 근거로 차은택을 추궁했다는 흔적이 헌재의 결정문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는, 허위일 가능성이 높은 차은택의 증언을 헌재가 증거로 채택한 것이다.
헌재는 차은택의 증언을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출입국 기록에 남아 있는 흔적을 제시해야 하고, 둘이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하지만 헌재는 아직까지도 논란에 대해 해명하거나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헌재는 차은택의 미르 재단 이사진에 대한 진술의 경우에는 명백한 허위 인데도 불구하고 차은택의 허위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는 눈 뜨고 보고도 믿기 어려운 엄청난 실수를 했다.
헌재는 차은택의 진술 중에서 ‘최서원의 요청에 따라 김○화, 김○원, 장○각, 이○선 등을 재단 이사진으로 추천하였다’는 부분을 증거로 인용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장○각은 장성각, 이○선은 이한선으로 미르재단 이사지만, 미르재단 이사진 중에서 김○화, 김○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사는 없으다는 것이다. 검찰 공소장에도 차은택이 김○화, 김○원을 미르재단 이사로 추천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헌재가 검찰 공소장도 살펴보지 않고 차은택의 허위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헌재는 미르재단 이사진 명부와 같은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졸속 재판을 했다는 한 것이다.
게다가 차은택은 구속된 후, 검찰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반면에 최서원에 대해서는 좋지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차은택의 형사법정 진술에서 공개된 바 있다.
따라서 그의 진술은 신뢰성에 있어 문제가 있으며, 이런 증인의 증언은 가급적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 것이 법원의 관행이다. 그러나 헌재는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고 사실관계에서도 틀린, 게다가 고의적으로 최서원에게 해를 입히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할 가능성이 높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차은택의 증언을 증거로 채택했다.
뿐만 아니라 재단법인 미르가 설립 현판식을 가진 것은 2015년 10월 27일이었는데,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최서원은 2015년 10월 25일 독일로 출국하여 다음 달인 11월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현판식을 할 때도 자리에 없었다.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 관계로 따져봐도, 헌재는 무슨 근거로 차은택의 진술을 증거로 채택했는지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다. 많은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도 헌재의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