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불러주길래 인정"…이재용 재판 참고인 조서 신빙성 도마

2017. 5. 11. 17:31이슈 뉴스스크랩

"특검이 불러주길래 인정"…이재용 재판 참고인 조서 신빙성 도마

     
        

기사입력 2017.05.10 오후 4:11
최종수정 2017.05.10 오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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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등 1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5.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특검의 무리한 끼워맞추기식 수사 지적
재판부도 출석 증인에 "아는 것만 답하라" 당부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특검 사무실에서 정황에 대해 검사님이 얘기해주셨기 때문에 저는 부분적으로 인정한 것뿐입니다"(김찬형 전 비덱스포츠 직원)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11회 공판에서 특검이 무리한 끼워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 측 변호인은 증인의 진술조서가 특검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주면 이를 동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역시 핵심 증거는 제시되지 못한 가운데 특검이 제시한 진술조서의 진위에 대한 공방이 벌어졌다. 특검이 참고인 조사에서 무리하게 불러주기식 조서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3차 증인으로 출석한 김찬형 전 비덱스포츠 재무담당 직원은 지난 1월 특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삼성에서 최 씨 모녀에게 말을 사준 것 같다'는 취지로 한 진술에 대해 "그 당시에는 몰랐던 내용인데 특검사무실에서 장남수씨와 함께 조서를 쓰면서 여러가지 얘기를 들었고 틀렸다고 할수는 없는 부분이라 동의해서 진술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정유라의 말에 관한 계약내용을 직접 보거나 들은 적이 없고 삼성과 최순실이 독일 호텔에서 만난 것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이 '모르는 내용을 조사에서 얘기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씨는 "제가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신은 없다"며 "특검 사무실에서 정황을 검사님이 얘기해줬고 그 부분에 대해 부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6년 5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독일 비덱스포츠에서 근무했다. 그는 최순실이 소유한 비덱 타우누스 호텔 오픈 준비와 식료품 구입, 호텔 손님 접대 이외에도 비덱스포츠 관련 영수증이나 인보이스를 파일로 정리해 현지 세무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지금 김찬형 증인은 업무가 한정돼 있어 (구체적 내용을)잘 모르는 것 같다"며 "특검에서 마필 교환에 대해 최순실과 황성수, 안드레아스 3명이 협의했다는 취지의 증인 진술은 본인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특검의 얘기를 듣고 정리된 내용이라는 것이 오늘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 역시 "막연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며 "증인은 이자리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고 아시는 것만 말씀하면 된다.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하라"고 당부했다.

김씨는 "특검 사무실에서 헬그스트란드와 비덱스포츠 사이에 작성된 마필 매매 계약서를 처음 봤다"며 "실제로 정유라가 독일에서 몇 마리의 말을 보유했는지도 모르고 말 계약관계에서도 아는 바가 없다"고 증언했다. 이는 김씨가 삼성이 최 씨와 말 구매에 관해 사전 논의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어 김씨는 '삼성에서 70만유로를 받게 되면 그 돈에서 말 블라디미르, 스타샤 교환 차액 30만 유로를 줘야겠다 생각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개인적으로 추측은 할수 있었다"며 "그러나 최순실이 다른 계좌에서 그 금액을 지불할 수도 있는 것이고 미래 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승마용 말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소유권까지 완전히 넘겨줬기 때문에 뇌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6년 10월3일 정유라의 승마코치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는 최순실 소유의 비덱스포츠에 말 '비타나'를 '블라디미르'로 교환하고, 또 '살시도'를 '스타샤'로 교환하면서 차액을 청구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특검은 이에 대해 정유라가 타던 말을 헬그스트란드에 주고 새로운 말들을 비덱에서 차액만 더 보내주는 거래로 규정하고 이를 최순실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안드레아스 등 3자가 협의했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비타나나 살시도 같은 말들의 소유권이 삼성이 아닌 최씨에게 있었다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이에 삼성 측은 최씨가 삼성 모르게 독일 말 중개상과 말 교환계약을 체결했다고 맞서고 있다. 삼성은 블라디미르의 소유권은 최씨가 아닌 삼성에 있었고, 비덱과 헬그스트란드 사이의 계약은 최씨가 삼성 모르게 일방적으로 추진, 삼성이 이에 항의하자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se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