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에 ‘세계 리더십’ 선물했다"-NYT

2017. 6. 3. 10:22지구촌 소식

"미국, 중국에 ‘세계 리더십’ 선물했다"-NYT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정책이 ‘미국 왕따’를 낳고 있으며, 미국의 잠재적 라이벌인 중국에 ‘세계의 리더십’이라는 큰 선물을 주었다고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미국의 공백을 노려 세계의 리더십을 행사하려는 중국에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는 큰 기회이며, 중국은 이 기회를 이용,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무역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 이전에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함으로써 아시아에서 중국의 입지를 더욱 넓혀 주었다. TPP 탈퇴는 중국 주도의 환태평양 질서를 용인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NYT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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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은 파리 기후변화 협정을 탈퇴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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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의 파리 협정 탈퇴를 기다렸던 듯하다. 유럽을 방문 중이던 리커창 중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협정 탈퇴 발표 직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중국과 EU가 기후변화 협약의 챔피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리 총리는 "기후변화와 싸우는 것이 중국의 책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후변화 협약 챔피언은 그동안 미국이 자임했던 자리였다.

중국은 기후협약에서만 챔피언이 아니다. 자유무역에서도 챔피언을 자처하고 나섰다. 앞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연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중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자유무역의 챔피언 자리도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누려왔던 지위였다.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 선언은 또 중국과 EU의 관계를 급속히 증진시킬 것이다. 중국은 계속해서 EU와의 관계개선을 추구해 왔다.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미국과 EU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는데 비해 중국과 EU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현재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도 일대일로에 포함된다. 시 주석은 지난 달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 1조 달러를 투입,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유럽 인프라 건설에 나섰던 마샬 플랜을 연상케 한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의 리더로 부상하는 분야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세계 리더십’을 선물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NYT는 평가했다.

sino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