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청정국' 지위 되찾자] 피를 마시는 '죽음의 꽃'.. 끝나지 않는 전쟁

2017. 8. 28. 21:54이슈 뉴스스크랩

['마약청정국' 지위 되찾자] 피를 마시는 '죽음의 꽃'.. 끝나지 않는 전쟁

김준영 입력 2017.08.28. 19:10

⑥ 마약류 사용 현황 살펴보니/ 더 은밀해진 '검은 거래'.. 전세계 2억4700만명 투약 /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와 비슷 / 판매 경로 다변화.. 국제 공조 시급

마약류를 사용하는 사람은 연간 세계 인구(72억4400만명, 2014년 기준)의 3.5%로 추정된다. 마약류 사용 인구가 급증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마약이 계속 등장하고 인터넷 등으로 유통·판매 경로가 복잡해지면서 각국이 대응에 분주하다.

마약류 사범이 1만명을 넘어선 우리나라 또한 관련 현황 파악 및 국제공조 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 농부가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에서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 밭을 일구고 있다.
◆세계 마약 이용자는 연간 2억4700만명

28일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등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성인(15∼64세) 2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2억4700만명이 연간 1회 이상 마약류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5위인 인도네시아의 전체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중 마약류와 관련한 각종 질환·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은 2950만명이지만 제대로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는 6분의 1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20만7400명이 사망했다. 마약류 관련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 중 40%는 주사 방식으로 마약을 접하다 보니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를 떠안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각종 통계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마약류 사용 현황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 마약류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 가지 이상의 마약을 동시에 혹은 연이어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정 마약류의 사용량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영향 및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같이 많이 사용되는 마약류는 어떻게 생산될까. 마약은 크게 천연마약과 합성마약으로 나뉜다. 천연마약에는 양귀비를 원료로 한 아편과 이것을 정제한 모르핀·헤로인, 코카 잎에서 추출한 코카인이 있다. 아편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메타돈·펜타닐·페티딘 등은 합성마약에 속한다.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는 세계 50여개국에서 불법적으로 재배되는데 2015년 기준으로 양귀비가 재배되는 면적은 28만1064㏊에 이른다. 숫자만으로는 잘 가늠하기가 힘들지만 축구장 40만개와 맞먹는 방대한 면적이다.

국가별 재배 면적은 아프가니스탄이 18만3000㏊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미얀마 5만5500㏊(20%), 멕시코 2만4800㏊(9%), 라오스 5700㏊(2%) 등의 순이다.

이를 통해 생산된 아편은 4770t으로 이 중 3410t은 정제 과정을 거쳐 327t의 헤로인으로 탈바꿈한다. 나머지 1360t은 아편 형태 그대로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4770t은 전년도 대비 38% 가까이 줄어든 수치인데 이는 양귀비 최대 산지인 아프가니스탄에 흉작이 찾아와 절반 가까이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었다.

전통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산(産) 아편류는 남동유럽을 지나 이란·터키를 경유해 중·서유럽으로 이동하는 ‘발칸 경로’가 주요 밀반입 경로다. 최근에는 파키스탄·이란을 통해 중동이나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북미지역 등으로 이어지는 ‘남부 경로’가 주목받고 있다. 또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을 관통하는 ‘북부 경로’도 있다.

◆마약류 문제 해결 위한 국제 공조 늘어

마약류의 제조 및 밀매와 관련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전쟁·범죄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즉 마약 밀매 조직의 경쟁이나 운영방식, 지역별 정치·사회적 환경, 부패도 등 다양한 요인과 맞물린다. 세계적인 범죄조직들은 마약류 유통을 통해 수익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전쟁·범죄의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에는 마약 밀매 근절 방안이 연계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개인별 해결보다 집단 차원의 해결로 귀결되는데 이러한 차원에서 국가 간 공조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마약류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을 위해 설립된 기구로는 먼저 UNODC가 있다. 기존에 운영되던 유엔마약통제계획(UNDCP)과 국제범죄예방센터(CICP)를 1997년 통합해 유엔마약통제및범죄예방위원회(ODCCP)로 운영되다가 2010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UNODC는 불법 마약류의 유통 및 국제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조정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매년 ‘세계마약보고서’를 발행한다.

유엔 마약위원회(CND)는 유엔 차원의 마약통제 정책을 세우는 기구이다. 마약류·향정신성물질 등의 규제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마약의 수요와 공급을 파악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아울러 유엔 마약협약의 국가별 이행을 감시하기 위해 1968년 준사법기관인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가 출범했다.

이 같은 국제공조를 통해 아편 등 전통적인 분야에 대한 연구·감시가 이뤄지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향정신성물질(NPS)에 대한 대응 요구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 등장한 만큼 인체·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가 한정돼 있다 보니 국가별 법의학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고 관련 시스템 개발도 공동으로 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법·시스템을 회피하면서 마약류를 유통하는 경우도 큰 골칫거리다. 실제로 다수 국가들은 ‘다크넷(dark net)’으로 불리는 온라인 암시장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IP주소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넷에서 가상화폐로 이뤄지는 마약류 거래에 속수무책인 셈이다. 국가별 제도의 수준과 기준이 다른 상황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제적인 정보 공유 및 비밀경찰 활용, 관련 법률 정비, 디지털증거 활용 및 기술지원에 대한 공조도 진행 중이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